대법원, 층간소음 보복 행위에 “정당방위 아닌 스토킹” 판시… 천장 두드리기 행위 엄단
현재,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거주 인구가 전체의 70%를 상회하는 가운데 층간소음 갈등은 더 이상 개인 간의 감정싸움을 넘어선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천장을 고의로 두드리거나 스피커를 이용해 보복 소음을 내는 행위가 정당한 항의가 아닌 형사처벌 대상인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2023년 12월 14일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2023도10313)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층간소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보복성 행위를 스토킹으로 인정한 첫 대법원 확정 판결로, 2026년 현재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핵심 척도가 되고 있다.

대법원이 판시한 층간소음 스토킹의 법리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평온을 침해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이라고 정의했다. 사건의 피고인 A씨는 2021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31회에 걸쳐 고의로 벽이나 천장을 두드려 소음을 발생시키고 고함을 지르는 등 위층 주민에게 소리를 도달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2023년 12월 14일 발표된 대법원 판례(2023도10313)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면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이 행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스토킹 범죄 성립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상대방의 일상적 평온을 무너뜨리는 가해 행위로 본 것이다.
2026년 4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니온 법률사무소 이재권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층간소음 분쟁 시 보복 소음을 인근소란이나 단순 민사 사안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대법원 2023도10313 판결 이후 법 집행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재권 변호사는 이어 “현재 법원은 소음의 데시벨(dB) 수치뿐만 아니라, 행위의 고의성과 반복성, 그리고 피해자의 주거 공간에 소리가 도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많은 가해자가 “상대방이 먼저 소음을 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정당한 항의(정당방위)”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은 층간소음 발생 원인을 확인하거나 항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보복성 소음 유발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법무법인 C&E 최청희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리적으로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보복 소음은 방어가 아닌 능동적인 공격 행위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또한 “2024년 8월 8일부터 강화된 스토킹처벌법 시행령에 따라 흉기 등을 휴대하지 않더라도 반복적 소음 유발만으로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3년 12월 14일 대법원(2023도10313)은 피고인이 음향기기를 이용해 특정 음악을 크게 틀거나 게임 중 고함을 지른 행위 역시 스토킹의 수단으로 인정했다. 이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나 미행이 없더라도 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대방의 생활 영역에 침범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 층간소음 관리 체계의 변화와 전망
사회적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한층 강화됐다. 2025년 12월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5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2026~2030)’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소음·진동 민원을 현재보다 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2026년부터는 그동안 공동주택에만 제공되던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가 원룸과 오피스텔 등 전국 비공동주택으로 전면 확대 시행됐다.
2025년 12월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제5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 수립)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소음·진동 민원은 약 15만 건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주거 공간 내 층간소음 갈등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소음 알림 서비스 보급을 확대하고, 500세대 이상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자구적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별개로, 시민들은 ‘보복은 곧 범죄’라는 법 인식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층간소음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직접적인 보복보다는 관리사무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혹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대응하는 것이 본인의 전과 발생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층간소음 문제는 법적 처벌 이전에 상호 존중과 배려라는 공동체 의식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의적인 악성 소음 유발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스토킹’이라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만큼,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한 보복 행위가 인생의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