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 없는 담낭염, 금식이나 전신 쇠약 시 발생하는 담낭 혈류 장애
일반적인 담낭염은 담석이 담관을 막아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담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무결석 담낭염’은 임상적으로 훨씬 더 위중한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를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소리 없는 습격으로 정의하며, 특히 장기 입원 중인 환자나 전신 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진 이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결석 담낭염은 전체 담낭염 환자의 약 5%에서 10%를 차지하지만, 그 치사율은 담석이 있는 경우보다 월등히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식과 전신 쇠약이 초래하는 담낭의 혈류 장애
무결석 담낭염의 가장 주요한 발생 기전은 담낭으로 공급되는 혈류의 장애와 담즙의 정체이다. 중증 외상, 화상, 대수술 이후의 환자들은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내장기관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담낭은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 분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혈류 부족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담낭에 적절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담낭벽의 허혈성 손상이 발생하고, 이는 곧 급성 염증으로 이어진다.
장기간의 금식 또한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정상적인 식사 과정에서는 십이지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담낭 수축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러나 정맥 영양 공급에 의존하며 장기간 금식하는 환자들은 이러한 수축 신호를 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담낭 안에 고여 있는 담즙은 점점 농축되어 끈적해지고, 이는 담낭벽에 직접적인 화학적 자극을 가해 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상태는 세균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어 이차적인 감염을 가속화하는 배경이 된다.
진단 지연이 초래하는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 과정
무결석 담낭염의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발생 대상이 주로 의식이 없거나 진통제를 투여받는 중환자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직접 복통을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저 질환의 악화로 오인되기 쉽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환자의 염증 수치가 상승하거나 황달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 무결석 담낭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즉시 시행한다. 담낭벽이 3.5mm 이상 두꺼워지거나 담낭 주위에 액체가 고여 있는 소견이 관찰되면 진단이 확정된다.
진단이 늦어질 경우 무결석 담낭염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혈류 장애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담낭벽의 괴사가 일어나는 괴사성 담낭염이나 담낭 천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일반 담낭염보다 훨씬 높다. 담낭이 터지게 되면 담즙과 오염된 물질들이 복막으로 흘러 들어가 범복막염을 유발하며, 이는 다발성 장기 부전과 패혈증으로 직결된다. 통계적으로 무결석 담낭염의 사망률이 30%에 달하는 이유는 이러한 빠른 진행 속도와 환자의 기저 쇠약 상태가 결합된 결과이다.

집중 치료실 환자의 무결석 담낭염 예방과 대처
현재 집중치료실(ICU) 및 장기 요양 시설에서는 무결석 담낭염을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전신 상태가 허락하는 한 가능한 빠르게 경장 영양(위장관을 통한 영양 공급)을 시작하여 담낭의 수축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환자의 소화 기능 문제로 금식이 불가피하다면, 정기적인 초음파 모니터링을 통해 담낭 내 담즙 찌꺼기(sludge)의 축적 여부와 담낭벽 두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전신 마취를 견디기 힘든 중증 환자에게는 피부를 통해 담낭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경간 담낭 배액술(PTGBD)’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이 시술을 통해 염증성 담즙을 체외로 배출하고 압력을 낮추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이후 상태가 안정되면 담낭 절제술을 시행하여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한다. 항생제 투여와 수액 보충은 기본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초기에 의심하고 빠르게 처치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서울 민병원 성종제 외과 원장에게 듣는 무결석 담낭염 관리 궁금증
Q. 담석이 없는데도 담낭염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무결석 담낭염은 담석에 의한 폐쇄가 아니라 담낭 자체의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담즙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발생한다. 큰 수술을 받았거나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 혹은 장기간 금식 중인 중환자들은 담낭 수축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담즙이 독성을 띠게 되고, 이것이 담낭벽을 손상시킨다. 즉, 담낭의 기능 정지가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Q. 중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무결석 담낭염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까?
극심한 다이어트를 위해 갑자기 식사량을 극도로 줄이거나 장기간 단식을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담낭이 활동을 멈추게 되고 내부 담즙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병이나 혈관 질환이 심한 노년층에서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기저 질환이 있는 입원 환자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Q. 일반적인 담낭염과 비교했을 때 치료 예후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담석성 담낭염은 담석을 제거하거나 담낭을 절제하면 대개 완치되지만, 무결석 담낭염은 환자의 전신 상태가 이미 나쁜 상황에서 발생하므로 예후가 훨씬 나쁘다. 담낭벽의 괴사와 천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생명에 지장을 줄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의심 소견이 보일 때 즉시 배액술이나 수술적 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