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천 명의 꿈속에 나타난 남성’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과 마케팅 기획의 전말
2006년 뉴욕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디스 맨(This Man)’ 현상이 현대판 도시 전설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해당 현상은 특정 인물의 몽타주가 전 세계 수천 명의 꿈속에 동시에 나타났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확산됐다.
당시 보고에 따르면 뉴욕의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 중 한 명이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난다는 남성의 얼굴을 묘사하자 이를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했다. 이후 다른 환자들도 해당 몽타주 속 인물을 자신의 꿈에서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디스 맨’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이 현상은 단순히 특정 병원의 사례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 ‘thisman.org’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베를린, 상파울루, 테헤란, 베이징, 로마 등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수천 건의 목격담이 접수됐다. 몽타주 속 남성은 짙은 눈썹과 넓은 이마, 얇은 입술을 가진 평범한 중년 남성의 외형을 띠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꿈속에서 이 남성이 조언을 건네거나 단순히 응시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집단 무의식이라는 심리학적 용어와 결합하여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몽타주 제작 경위와 글로벌 확산 과정
2006년 1월 최초로 공개된 몽타주는 ‘당신은 이 남자를 아십니까?(Ever Dreamed This Man?)’라는 문구와 함께 전단지 형태로 제작됐다. 이 전단지는 뉴욕 시내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웹사이트 운영진은 2009년까지 약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꿈에서 이 남성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발표했다. 목격담의 공통점은 꿈속 인물이 현실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구체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확산 과정에서 이 현상은 다양한 가설을 낳았다. 일부에서는 이 남성이 꿈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는 초자연적 존재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특정 기업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거나 대규모 심리 실험의 일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심리학계에서는 이를 ‘사회적 전염’과 ‘암시’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몽타주를 본 뒤 뇌에 잔상이 남은 상태에서 꿈을 꾸게 되고, 이를 실제 경험으로 오인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집단 무의식과 원형 이론을 통한 심리학적 접근
디스 맨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심리학적 이론 중 하나는 칼 구스타프 융(Carl Jung)의 ‘집단 무의식’이다. 융은 인류가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는 무의식의 층위가 있으며, 그 안에 ‘원형(Archetype)’이라 불리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디스 맨의 얼굴이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아버지상이나 현자, 혹은 관찰자의 전형적인 특징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이 공통된 꿈을 꾸는 것처럼 느꼈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또한 ‘기억의 재구성’ 이론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인간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으며 외부의 정보에 의해 쉽게 왜곡된다. 몽타주를 본 뒤 사람들은 과거에 꾸었던 모호한 꿈속 인물의 얼굴을 해당 몽타주에 맞춰 끼워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 교수가 제창한 ‘가짜 기억 증후군’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외부의 시각적 자극과 권위 있는 설명(정신과 의사의 보고 등)에 의해 실제 사실처럼 뇌에 각인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마케터 안드레아 나텔라의 기획과 진실
수년간 지속된 미스터리는 2009년 말 실체가 드러나며 종결됐다. 조사 결과 ‘thisman.org’ 웹사이트의 소유주는 이탈리아의 사회학자이자 게릴라 마케팅 전문가인 안드레아 나텔라(Andrea Natella)로 밝혀졌다. 나텔라는 과거에도 가짜 종교나 가짜 정당을 만들어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디스 맨 현상이 자신의 마케팅 회사인 ‘Kook Art Agency’에서 기획한 프로젝트였음을 시인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전염되는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텔라는 몽타주와 가짜 사연을 결합하여 인터넷에 배포했고, 대중은 이를 검증 없이 수용하며 스스로 이야기를 덧붙여 나갔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수천 명의 목격담 중 상당수는 마케팅에 의한 심리적 암시의 결과이거나, 화제성에 편승한 허위 진술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가 조작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가 됐다.
디지털 시대 도시 전설의 전승 구조와 시사점
디스 맨 현상은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여전히 인터넷상에서 회자되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도시 전설이 전파되는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과거의 구전 설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면, 현대의 전설은 시각적 이미지와 웹사이트라는 매체를 통해 국경을 초월하여 전파된다. 특히 ‘꿈’이라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을 공략함으로써 대중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무력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디스 맨 프로젝트는 종료됐으나, 이 사례는 심리학과 마케팅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활용된다. 인간의 뇌가 시각적 암시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집단적인 믿음이 어떻게 실체가 없는 대상을 실존하는 현상으로 둔갑시키는지 증명했기 때문이다. 해당 몽타주는 현재까지도 각종 영화와 게임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소재로 사용되며 디지털 시대의 기묘한 아이콘으로 남았다. 2026년 기준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가짜 정보 확산 사례는 더욱 정교해진 기술과 결합하여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