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 환자 수박 다량 섭취시 고칼륨혈증 발생에 따른 심정지 유발 위험성
현재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수분 섭취를 위해 과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만성 신부전 환자들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수박은 수분 함량이 높고 시원한 맛으로 인기가 높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이를 한꺼번에 많이 먹을 경우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장은 인체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 핵심 기관인데, 이 기능이 망가진 신부전 환자는 과도하게 유입된 칼륨을 체외로 배출하지 못해 혈중 칼륨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고칼륨혈증에 빠지기 쉽다. 이는 곧 심장 근육의 전기 신호 체계에 혼란을 주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를 초래한다.

고칼륨혈증이 인체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
칼륨은 우리 몸의 근육 세포와 신경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해질이다. 특히 심장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정상적인 신장은 섭취된 칼륨의 약 90% 이상을 소변을 통해 배출하며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이러한 여과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혈중 칼륨 농도가 정상 범위인 3.5~5.0mEq/L를 초과하여 6.0mEq/L 이상으로 높아지면 고칼륨혈증으로 진단한다. 이 상태가 되면 근육의 힘이 빠지고 감각이 무뎌지며, 심각한 경우 부정맥이 발생한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다가 결국 심장이 멈추는 심정지 사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고칼륨혈증의 무서운 점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약간의 기운 없음이나 손발 저림 정도로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혈중 농도가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심장 마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여름철에 갈증 해소를 위해 수박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빈번하여, 응급실을 찾는 신질환 환자들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투석을 받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아직 투석 전 단계에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도 칼륨 조절 능력이 약화되어 있으므로 과일 섭취에 있어 극도의 절제가 필요하다.
수박의 영양 성분과 신장 기능 저하 환자의 상관관계
수박은 100g당 약 100~140mg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 정도 양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한 번에 여러 조각을 먹게 되면 섭취량은 순식간에 수백 mg으로 늘어난다. 또한 수박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아 전신 부종이 있는 신부전 환자에게 수분 과부하 문제를 동시에 일으킨다. 소변 배설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다량의 수분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폐부종이나 혈압 상승을 유발하며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 단순히 칼륨의 양뿐만 아니라 물의 양까지 고려해야 하는 신부전 환자에게 수박은 이중의 위험을 안고 있는 과일인 셈이다.
여름철 과일 중 참외, 바나나, 멜론 등도 칼륨 함량이 매우 높다. 신장 질환자들은 평소 자신이 먹는 음식의 칼륨 함량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박은 다른 과일에 비해 1회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당도가 높아 조절력을 잃기 쉽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여름철이면 칼륨 수치가 급상승해 혈액 투석을 긴급하게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신부전 환자가 과일을 먹고 싶다면 껍질을 벗긴 뒤 얇게 저며 한두 조각 내외로 제한하고, 가급적 칼륨 함량이 적은 과일을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실제 사례 및 의학적 연구 결과 분석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칼륨이 풍부한 과일을 다량 섭취하는 것은 심장에 독을 붓는 것과 같다”며 “특히 소변량이 줄어든 투석 환자들은 수박 한 통의 4분의 1만 먹어도 치명적인 고칼륨혈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신부전 환자의 식이 요법 실패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 2013.01.01. 대한내과학회지(Korean J Med)]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유태현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식이 요법” 결과에 따르면, 만성 신질환 환자의 혈중 칼륨 수치가 일정 수준(6.0 mEq/L)을 넘어설 경우 심각한 부정맥과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2017.07.10.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분당서울대병원 김세중 교수 연구팀의 데이터에 따르면, 혈중 칼륨 수치가 5.5 mmol/L 이상일 때 부정맥 발생 위험은 정상군 대비 4.85배, 급성 신손상 위험은 3.6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05.17. 대한신장학회 제38차 학술대회에서 보라매병원 오윤규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기온과 만성 콩팥병 환자의 건강 상관관계” 자료를 보면, 계절별 전해질 불균형 환자 발생 빈도에서 여름철이 다른 계절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폭염 시기 만성 콩팥병 환자의 입원 위험이 평소보다 1.91배 증가하며,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응급실 방문 빈도가 4.7%씩 높아진다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며 여름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여름철 대표 과일들의 섭취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신부전 단계가 진행될수록 신장의 칼륨 조절 기전이 붕괴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잔여 신기능에 맞춘 엄격한 영양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학적 근거들은 신부전 환자에게 있어 ‘여름 수박 한 입’이 단순한 간식이 아닌, 생사를 가르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한 여름철 과일 섭취 방법과 주의 사항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칼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리법과 섭취량 조절이 관건이다. 과일의 경우 통째로 먹기보다는 껍질을 제거하고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맛만 보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채소의 경우에는 줄기보다는 잎 부분에 칼륨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미지근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두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칼륨 성분을 빼낸 뒤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과일은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처리가 불가능하므로 절대적인 양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내과 전문의들은 환자들에게 ‘칼륨 식단 일기’ 작성을 추천하고 있다. 자신이 하루 동안 섭취한 과일과 채소의 양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 조절 능력을 갖추게 하려는 취지다. 만약 수박을 섭취한 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근육에 힘이 빠지는 느낌, 혹은 입술 주변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고칼륨혈증은 적절한 투석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혈중 농도를 낮추면 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처치가 늦어지면 손쓸 틈 없이 심정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부전 환자에게 식단 관리는 치료의 연장선이며, 현재와 같은 여름철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