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멈춘 뒤 30분간 벌어지는 현상 및 세포 수준의 마지막 생존 기전 요약
심장 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는 임상적 사망 판정 이후에도 인체 내부의 모든 생명 활동이 즉각적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죽음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사망 직후 약 30분 동안 세포 수준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역동적인 마지막 생명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신체의 거시적인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미세한 유전자와 세포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분투로 해석된다.

사후 세포 수준에서 관측되는 단백질 합성 및 유전자 발현 지속 현상
임상적으로 사망한 직후의 인체에서는 수천 개의 유전자가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2016년 6월 22일 국제 학술지 ‘Open Biology’에 게재된 워싱턴 대학교 미생물학과 피터 노블(Peter Noble) 교수팀의 연구(‘Thanatotranscriptome: genes associated with death, postmortem gene expression, and the death transcriptome’) 결과에 따르면, 쥐와 제브라피시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후 최대 48시간까지 유전자 발현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타나토트랜스크립톰(Thanatotranscriptome)’이라 명명했다.
이 현상은 인간의 몸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심장이 멈춘 직후 30분 동안 세포들은 갑작스러운 산소 부족과 영양분 차단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 체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 체계와 관련된 유전자와 발달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데, 이는 신체가 자신을 치유하려고 시도하는 마지막 본능적 반응으로 분석된다. 특히 앞서 언급한 피터 노블 교수팀의 분석 결과, 평소에는 억제되어 있던 태아기 발달 유전자들이 다시 깨어나는 현상은 과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세포가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산소 공급 중단 이후에도 유지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 과정
혈액 순환이 멈추면 세포에 대한 산소 공급이 즉각 차단되지만,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즉시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 2019.04.17.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예일대학교 의과대학(Yale School of Medicine) 신경과학과 네나드 세스탄(Nenad Sestan)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사후 수 시간 경과 후 뇌 순환 및 세포 기능의 복구(Restoration of brain circulation and cellular functions hours post-mortem)”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망 후 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인공 관류 시스템인 브레인엑스(BrainEx)를 통해 외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일부 대사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사후 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는 이 외부 공급 에너지가 세포막의 이온 펌프를 다시 가동하는 데 사용된다. 이 시기에는 세포막의 투과성이 조절되며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상승하는 화학적 연쇄 반응이 억제되어 세포의 구조적 파괴를 늦출 수 있다.
칼슘 농도의 상승은 세포 내의 다양한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일부 효소는 세포 구조를 분해하기 시작하지만, 동시에 다른 효소들은 세포 손상을 복구하려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과정이 사후 30분 이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네나드 세스탄 교수팀이 ‘BrainEx’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이 골든타임 동안 일어나는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변화가 장기 및 조직의 생존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산소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세포가 자가 분해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 짧은 시간은 생물학적으로 ‘회복 가능성’과 ‘비가역적 파괴’ 사이의 경계선에 해당한다.

뇌사 판정 직후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전기적 신호의 실체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뇌에서 발생한다. 심장이 멈춘 뒤 수 분 이내에 뇌의 전기적 활동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의 연구는 이를 반박한다. 2021년 3월 23일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UIC) 신경과 제프리 로브(Jeffrey Loeb) 교수팀의 연구(‘Selective time-dependent changes in gene expression and cell-specific responses in post-mortem human brain’)에 따르면, 사후 뇌세포 중 일부는 오히려 크기가 커지고 새로운 촉수를 뻗어내는 활동을 한다.
이들은 이른바 ‘좀비 유전자’라고 불리는 특정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킨다. 특히 신경교세포(Glial cells)는 사후 12시간 동안 유전자 발현을 지속하며 뇌 조직 내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거나 사체를 처리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2018.02.13. 아날스 오브 뉴롤로지(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된 독일 샤리테 의과대학(Charité – Universitätsmedizin Berlin) 신경과 옌스 드라이어(Jens Dreier)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인간 대뇌 피질 사망 시의 종말 확산성 탈분극 및 전기적 침묵(Terminal spreading depolarization and electrical silence in death of human cerebral cortex)”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후 수 분 이내(통상 2~5분)의 시점은 뇌 전체의 신경망이 일시적으로 과활성화되었다가 서서히 꺼지는 ‘확산성 탈분극’ 현상이 일어나는 시기다. 이는 뇌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기 직전, 모든 신경세포가 한꺼번에 전기 신호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인체의 마지막 전기적 불꽃이라 불린다.
죽음 이후 생존을 시도하는 줄기세포의 비정상적 활성화 기전
인체의 모든 조직이 동시에 죽는 것은 아니다. 근육 조직이나 피부 조직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들은 산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도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준다. 2012.06.12.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Institut Pasteur) 조직병리학부 파브리스 크레티앙(Fabrice Chrétien)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산소 부족 미세 환경에서 인간 골격근 줄기세포의 사후 장기 생존(Long-term survival of human skeletal muscle stem cells post mortem in a low oxygen microenvironmen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골격근 줄기세포는 사후 17일 동안이나 생존하며 분열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줄기세포가 대사율을 극도로 낮추고 휴면 상태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 초기에 일어나는 이러한 줄기세포의 활성화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사망 직후 채취한 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연구나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법의학계에서는 이러한 사후 유전자 발현 패턴과 세포 활동의 변화를 역추적하여 사망 시간을 분 단위로 정확하게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죽은 사람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30분간의 기묘한 활동은 생명의 끝이 선형적인 정지가 아니라 복잡하고 정교한 생화학적 마무리 단계임을 입증한다.
사후 30분은 생명체가 외부와의 소통을 끊고 내부적인 자원만을 사용하여 마지막으로 생존을 시도하는 독립적인 시간대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유전자 발현, 미토콘드리아의 잔류 대사, 뇌세포의 이례적 활성화는 죽음을 정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사후 생물학 연구들은 죽음 너머의 영역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인체 신비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