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줘도 단맛을 모른다. 단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 유전적 기제와 흔적
식탁 위에 놓인 달콤한 케이크 조각이나 신선한 과일에 관심을 보이는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단 한 번의 냄새만 맡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많은 반려묘 보호자가 경험하는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식성의 문제가 아니라 고양이의 몸속 깊숙이 각인된 유전적 결함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2005.07.25. 국제 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게재된 미국 모넬 화학 감각 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 분자생물학부 샤 리(Xia Li)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고양잇과 동물의 단맛 수용체 가유전자(Pseudogenization of a Sweet-receptor Gene (Tas1r2) in Felin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약 2,500만 년 전 고양잇과(Felidae)의 조상이 등장하며 진행된 진화의 산물로 규정된다. 고양이는 포식자로서의 생존 전략을 택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주는 즐거움을 과감히 포기하고, 오직 단백질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된 독특한 미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미각 수용체 Tas1r2의 퇴화와 가유전자화
포유류의 미각은 혀의 미뢰에 존재하는 특수한 단백질 수용체를 통해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단맛은 Tas1r2와 Tas1r3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결합하여 형성된 수용체가 설탕 분자를 감지할 때 뇌로 신호를 전달하며 느껴진다. 하지만 미국 모넬 화학 감각 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샤 리(Xia Li) 박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고양잇과 동물은 Tas1r2 유전자의 염기 서열 중 247개가 누락되어 단백질을 제대로 합성하지 못하는 ‘가유전자(Pseudogene)’ 상태에 놓여 있다. 유전 정보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기능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종의 ‘유전적 파편’으로 남은 것이다.
샤 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러한 결함이 집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냥의 제왕인 사자, 호랑이, 치타 등 모든 고양잇과 동물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고양잇과 동물의 공통 조상이 다른 식육목 동물로부터 분리되어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이미 단맛 수용체의 기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설탕을 줘도 고양이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뇌가 단맛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혀에서부터 아예 단맛이라는 신호 자체를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전 육식으로의 진화와 감칠맛 수용체의 발달
모넬 화학 감각 센터의 조셉 브랜드(Joseph G. Brand) 박사는 고양이가 단맛 유전자를 상실한 시점을 고양잇과 동물의 조상이 엄격한 육식 생활에 최적화되면서 탄수화물 섭취의 필요성이 급격히 낮아진 때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과일이나 식물에 함유된 당분을 찾아낼 필요가 없어진 포식자에게 단맛 수용체는 생존에 필수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진화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자연선택은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해당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현재 고양이는 단맛 대신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의 맛, 즉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매우 발달해 있다. 앞서 언급한 샤 리 박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이는 동물의 사체에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을 구별해 내는 데 최적화된 진화의 결과이다. 즉, 고양이는 사탕의 달콤함은 모르지만 고기 속에 들어있는 미세한 아미노산의 배합은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게 포착해 낼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의 재배치는 고양이가 야생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탄수화물 대사 능력의 한계와 건강상의 함의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미각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신체 대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고양이는 침 속에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간에서 포도당을 처리하는 방식도 잡식 동물이나 초식 동물과는 판이하다.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소인 글루코키나아제의 활성이 매우 낮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시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문제를 겪는다.
이러한 생리적 특성 때문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등 주요 수의학 연구 기관은 반려묘에게 당분이 많이 포함된 간식이나 고탄수화물 사료를 급여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다. 고양이는 스스로 단맛을 거부할 수 있는 감각적 방어 기제가 없으므로, 보호자가 임의로 제공하는 설탕물이나 시럽이 섞인 음식을 섭취할 경우 당뇨병이나 비만과 같은 대사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 고양이가 단맛을 모르는 것은 자연이 부여한 육식 동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수렴 진화를 통한 다른 포식자들과의 공통점
흥미롭게도 단맛을 잃어버린 동물은 고양잇과만이 아니다. 2012.03.12.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중국 우한 대학교(Wuhan University) 생명과학대학 조화빈(Huabin Zhao)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식육목 동물의 단맛 지각 진화(Evolution of sweet taste perception in carnivor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양 포식자인 바다사자, 작은발톱수달, 그리고 점박이하이에나에서도 유사한 단맛 유전자의 퇴화가 관찰된다. 이는 ‘수렴 진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서로 다른 종일지라도 환경과 식성이 비슷해지면 유전적 변이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결국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실은 천만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오직 육식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그들의 치열한 생존 기록이다. 비록 우리가 느끼는 설탕의 달콤함을 함께 공유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는 조화빈 교수의 설명처럼 그들만의 정교한 미각을 통해 단백질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를 누구보다 날카롭게 감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려묘의 미각 결함은 장애가 아니라, 가장 완벽한 사냥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불한 진화의 대가이자 훈장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