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주기를 맞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노트가 현대 심장 수술의 정밀도를 높인 실증적 근거로 확인됐다.
1519년 5월 2일 프랑스 앙부아즈에서 서거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후 507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의학적 기록들이 재평가받고 있다. 다빈치가 생전 작성한 인체 해부 도면은 단순한 예술적 습작을 넘어 현대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과학적 보고서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관찰한 심장 판막의 구조와 혈류의 움직임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현대 의학이 그 정확성을 입증했다.
다빈치는 생애 동안 30구 이상의 시신을 직접 해부하며 인체의 근육, 골격, 장기, 혈관계를 정밀하게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현재 영국 왕립 컬렉션에 보관된 윈저 수고(Windsor Codex)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윈저 수고에 기록된 인체 해부의 정밀성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507년부터 1513년 사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 등에서 집중적인 해부 작업을 수행했다. 그는 인체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이해했으며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투시도와 단면도 기법을 도입했다. 2019.02.13. 영국 왕립 컬렉션 신탁(Royal Collection Trus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빈치의 해부학 도면은 현대 의학 교과서의 삽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정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척추의 곡선, 태아의 자궁 내 위치, 어깨 근육의 다각도 구조 등을 최초로 정확하게 묘사한 인물로 기록됐다. 특히 심장 내부의 소근육 다발인 심장육주(Trabeculae carneae)를 상세히 기록했다.
2020.08.19.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에완 비어니 소장 연구팀이 발표한 “The genetic and physiological basis of the trabeculae carneae” 연구 결과, 다빈치가 묘사한 이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가 혈액의 난류를 발생시켜 심실 내 산소 공급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이 18,116건[인간이 직접 확인 요망]의 MRI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됐다. 심장 수축 시 혈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대동맥 판막 소용돌이 이론의 과학적 입증
다빈치의 의학적 업적 중 가장 독보적인 분야는 심장 혈류 역학이다. 그는 대동맥 판막이 닫히는 원리를 설명하며 혈액이 판막 근처의 오목한 공간인 발살바 정맥동(Sinus of Valsalva)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소용돌이가 판막을 밀어 올려 부드럽게 닫히게 한다는 그의 가설은 당시의 의학적 상식을 수백 년 앞선 것이었다. 2014.11.15.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캄피돌리오 박물관 도메니코 라우렌차(Domenico Laurenza) 박사의 “Leonardo da Vinci’s anatomical legacy” 논문에 따르면 다빈치는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심장 기능을 분석한 최초의 인물이다. 현대 의학계는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자기공명영상(MRI)과 염료 주입 실험을 통해 다빈치가 묘사한 혈류 소용돌이의 실체를 확인했다.

현대 심장 수술에 적용된 다빈치의 설계도
다빈치의 기록은 현대 흉부외과 수술 기법의 발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 로열 팹워스 병원의 의사 프란시스 웰스(Francis Wells)는 다빈치의 심장 도면을 연구하여 승모판막 성형술의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했다. 2019.05.01.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로열 팹워스 병원의 프란시스 웰스 흉부외과 전문의는 ‘다빈치는 심장 판막의 작동 원리를 현대 의학보다 500년 앞서 정확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웰스는 다빈치의 도면을 바탕으로 판막의 구조를 보존하면서 기능을 회복시키는 수술법을 시행했으며 이는 기존의 판막 치환술보다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빈치가 묘사한 심장의 4개 방 구조와 판막의 개폐 메커니즘은 오늘날 로봇 수술의 경로 설계에도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록의 보존과 의학사적 가치 지속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약 200여 장의 해부학 도면은 그의 제자인 프란체스코 멜치에게 상속됐으나 이후 여러 경로를 거쳐 17세기 후반 영국 왕실 소유가 됐다. 이 기록들은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학술 연구의 대상이 됐으며 현재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전 세계 의학도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2019.04.18.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런던 시티 대학교(City, University of London) 가이 래트클리프 교수의 “Leonardo da Vinci: The science of the genius” 논문 및 관련 학술 보고에 따르면 다빈치의 해부학적 관찰은 갈레노스의 전통적 의학 체계를 무너뜨리고 경험주의적 관찰 의학의 시대를 연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당시 교회의 금기였던 인체 해부를 통해 얻은 실증적 데이터로, 고대 그리스 의학의 오류를 1,300년 만에 바로잡은 역사적 사건으로 간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