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는 과연 대안일까? 저온 조리의 실태
고온에서 조리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감자와 같이 전분 함량이 높은 식재료를 고온에서 가열할 때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A군 발암 추정 물질이다.
많은 가정에서 기름 없는 튀김기를 표방하며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단순히 기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발암 물질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자의 화학적 변화와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의 원리
감자에는 환원당과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두 성분이 섭씨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만나면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키며 특유의 갈색 빛깔과 바삭한 식감, 고소한 향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부산물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2019년 12월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에어프라이어 조리 시 아크릴아마이드 생성 저감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자튀김과 감자스낵은 다른 식품군에 비해 아크릴아마이드 검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조리 온도와 시간이 독성 물질 생성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자연주의의원 신영태 원장은 ‘감자를 고온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화학적 결합은 단순한 풍미의 변화를 넘어 인체에 유해한 화합물을 생성하는 과정이기에 조리 시 온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유통되는 많은 에어프라이어 제품들이 고온 조리의 편의성만 강조할 뿐, 고온 가열 시 발생할 수 있는 화학적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건강을 위해 선택한 에어프라이어의 고온 모드가 오히려 독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획-상] 감자의 배신: 당신이 즐겨 먹는 감자칩에 암 유발 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숨어 있다?
에어프라이어 사용의 맹점과 고온 조리의 위험성
에어프라이어는 고속 대류 방식을 통해 식재료의 수분을 증발시키며 바삭함을 만든다. 하지만 일반적인 튀김기와 마찬가지로 섭씨 180도에서 200도 사이의 고온 설정이 기본값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다. 2015년 4월 13일 Journal of Food Science에 게재된 스페인 발렌시아 폴리텍 대학교(Universitat Politècnica de València) 마리아 돌로레스 산사노(Maria Dolores Sansano) 교수팀의 논문 Comparison of Acrylamide Content in French Fries Prepared by Air Frying and Deep Oil Frying에 따르면, 에어프라이어의 조리 온도가 상승할수록 아크릴아마이드의 생성 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섭씨 19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120도 조리 시보다 수십 배 이상의 발암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데이터는 에어프라이어가 무조건적인 건강 가전이 아님을 증명한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마케팅 문구 뒤에 고온 가열에 따른 독성 물질 생성이라는 부작용이 가려져 있는 셈이다. 소비자는 제품 설명서에 기재된 권장 조리 시간을 맹신하기보다, 식재료의 색 변화를 직접 확인하며 조리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감자의 표면이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면 이미 상당량의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온 조리 기술과 올바른 에어프라이어 활용법
전문가들은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 조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한다. 2020년 8월 1일 국제 학술지 Food Control에 발표된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이광근 교수팀의 연구 [Acrylamide formation in potato strips by air-frying: Effects of temperature and time]에 따르면, 조리 온도를 섭씨 160도 이하로 유지하고 시간을 적절히 조절할 경우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유의미하게 억제할 수 있다. 이는 고온에서의 짧은 조리보다 저온에서의 인내심 있는 조리가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팩트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가정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감자를 조리하기 전 물에 15분에서 30분 정도 담가 전분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언급했다. 이 과정만으로도 아크릴아마이드의 원료가 되는 당 성분을 상당 부분 씻어낼 수 있으며, 에어프라이어 사용 시 온도를 섭씨 120도에서 150도 사이로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리 시 감자가 너무 얇지 않게 썰어 표면적을 줄이는 것도 발암 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에어프라이어는 도구일 뿐, 그것을 운용하는 사용자의 지식이 건강의 핵심을 결정한다. 고온이 주는 즉각적인 바삭함과 건강을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 주방 가전 시장은 편리함만을 강조하며 잠재적 위험성을 묵인하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가 저온 조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식재료 본연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조리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이유다. 감자의 배신은 감자 자체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조리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제주 자연주의의원 신영태 원장에게 듣는 에어프라이어 건강 조리 궁금증
Q.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감자가 일반 튀김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는가?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 지방 섭취는 줄일 수 있으나, 고온의 열풍이 식재료 표면의 수분을 급격히 제거하면서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특히 섭씨 180도 이상의 고온 설정을 장시간 유지할 경우, 일반적인 기름 튀김보다 표면 온도가 더 높게 올라가 발암 물질 농도가 높아질 위험이 존재한다.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온으로만 가동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Q.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가장 명확한 지표는 조리된 식품의 색깔이다. 감자나 빵과 같은 전분 식품을 조리했을 때 표면이 짙은 황금색을 넘어 갈색 혹은 검은색에 가깝게 변했다면 아크릴아마이드가 대량으로 생성되었다고 판단해야 한다. 조리 시 가급적 연한 황금색이 되었을 때 조리를 멈추는 것이 안전하며, 탄 부분은 절대 섭취하지 말고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Q. 건강한 에어프라이어 사용을 위한 핵심 수칙 3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조리 전 식재료를 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둘째, 조리 온도를 섭씨 160도 이하로 낮추고 부족한 익힘 정도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보완하는 저온 조리 습관을 들여야 한다. 셋째,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넣지 말고 열풍이 골고루 순환되도록 하여 특정 부위가 과도하게 가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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