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과 이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구조적 재편 분석
국내 유통 시장이 지난 10여 년간 전례 없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의 고도화와 급속한 확산은 가격 경쟁력, 다양한 상품 구색, 낮은 탐색 비용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6월 30일 발표한 ‘KDI FOCUS’ 제154호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97.74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시장 규모인 48.05조 원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2023년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이 전체 유통 시장의 50%를 돌파한 데 이어, 2026년 3월에는 60%에 이르는 등 유통 산업의 핵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이 확인됐다.

온라인 지출 증가가 오프라인 전체 매출 상승을 동반하는 상관관계 확인
이공 KDI 연구위원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의 전국 읍·면·동 단위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역 내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해당 지역의 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오히려 0.186%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확산이 오프라인 수요를 단순히 잠식하는 ‘탈취효과(business-stealing externality)’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잠재적 구매 수요를 자극해 전체 소비 지출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을 통한 편리한 구매 경험이 소비자들의 구매 장벽을 낮추고, 이것이 오프라인 소비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태별 명암 갈린 오프라인 시장과 대형마트의 구조적 위기 심화
전체 오프라인 매출은 소폭 증가했으나 업태별로 보면 명확한 차이가 발생했다.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0.221%, 편의점은 0.324%, 기타 전문유통업은 0.356% 매출이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유통 채널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타격을 입었으나, 근거리 상권을 기반으로 한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즉시 구매 수요와 신선식품 확인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실제로 2025년 초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사례는 이러한 대형 점포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기간 전국 편의점 업체 수는 약 27.6% 증가하며 오프라인 시장의 중심이 근린 상권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준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불균형과 현실 괴리 문제 대두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1997년 제정되고 2012년 개정된 틀을 유지하고 있어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규모 점포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가 적용되지만, 사실상 동일한 소비자 수요를 두고 경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이러한 규제가 부재하다.
보고서는 규제가 특정 업태에만 편중되는 불균형이 유통 산업 전반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새벽 배송 등 현대적 유통 모델의 도입을 지연시키고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고 한 쪽에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규제 틀 설계가 요구된다.
C-커머스 확산과 물류 체계 고도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 과제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당일 배송 체계와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C-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은 유통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로켓배송 도입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업체 방문 빈도가 추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향후 즉시성 기반의 물류망이 더욱 고도화될 경우 근거리 상권 기반의 오프라인 업체들까지 매출 감소의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업체들의 디지털 전환 지원과 ‘클릭 앤 모타르(Click and Mortar)’ 전략 강화,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강화 등 다각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