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술 후 생긴 장 유착, 맹장·담낭 수술 후 배가 빵빵하다면?
복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수술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의 이면에는 과거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장 유착’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장 유착은 수술을 위해 절개하거나 만진 장기들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서로 달라붙거나 주변 조직과 엉겨 붙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 중 하나이지만, 장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신경을 자극할 경우 심각한 통증과 합병증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유착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수술 및 복강경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나, 복강경 수술 역시 유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장 유착의 발생 기전과 수술적 요인
복부 내부의 장기들은 원래 복막이라는 얇은 막에 싸여 서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소화 활동을 수행한다. 그러나 수술 과정에서 복막이 손상되면 우리 몸은 이를 복구하기 위해 섬유소(Fibrin)를 분출한다. 이 섬유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남게 되면 마치 접착제처럼 인접한 장기들을 붙여버리게 된다. 과거에 시행된 거대한 개복 수술은 광범위한 복막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장 유착의 빈도가 매우 높았다.
2016년 12월 31일 발행된 한국외과학회 공식 학술지 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ASTR)에 게재된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손영길 교수팀의 논문 [Comparison of surgical outcomes between laparoscopic and open surgery for small bowel obstruction caused by adhesions]에 따르면,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장 유착으로 인한 재입원율이 최소 침습 수술인 복강경 수술 환자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수술 부위의 노출 범위와 공기 접촉 정도가 유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외과전문의)은 ‘장 유착은 개복 수술뿐만 아니라 복강경 수술 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 중 하나이지만 이것이 장 폐색이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경우 삶의 질을 현격히 저하시키므로 정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맹장염, 담낭염 혹은 부인과 수술 등 비교적 흔한 수술 이후에도 5년 혹은 10년 뒤에 갑자기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 유착된 부위가 장의 연동 운동을 방해하면서 가스가 차고 배가 빵빵해지는 느낌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장이 꼬이거나 막히는 장폐색으로 진행돼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로봇 수술 또는 복강경 수술을 통한 유착 관리와 예방
병원에서는 유착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한다. 복강경 수술은 피부를 최소한으로 절개하고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공간을 확보한 뒤 미세 기구를 사용하므로 장기가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적인 손상을 최소화한다. 특히 로봇 수술은 정교한 3D 입체 영상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관절을 이용해 복강경보다 더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여, 주변 조직의 손상을 극도로 줄임으로써 유착 발생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수술 마지막 단계에서 장기가 서로 붙지 않도록 돕는 유착 방지제(Anti-adhesion agent)를 도포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2017년 6월 1일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Colorectal Disease를 통해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정승용 교수팀의 연구 [The effect of anti-adhesion barriers on the incidence of postoperative bowel obstruction after colorectal cancer surgery] 결과, 유착 방지제를 사용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수술 후 장 폐색 발생 빈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은 의학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체질이나 수술 당시의 염증 정도에 따라 유착은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서울 민병원 성종제 대장항문외과 원장은 “갑작스러운 복부 팽만감과 함께 구토나 배변 장애가 동반된다면 이는 단순한 소화 불량이 아닌 심각한 장 유착에 의한 폐쇄 증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착에 의한 통증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복부 초음파나 CT 촬영을 통해 장의 흐름이 정체되는 구간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밀 진단이 필수적이다. 만약 유착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로봇 수술이나 복강경을 이용해 유착된 부위를 분리해주는 유착 박리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환자의 사후 관리와 올바른 대처 자세
과거 수술 이력이 있는 상태에서 반복되는 복통을 겪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위염이나 장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장 유착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유착 부위가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꾸준한 걷기 운동을 통해 장의 운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식을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이 권장된다. 변비로 인해 장내 압력이 높아지면 유착 부위에 더 큰 압박이 가해져 통증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착 박리술 자체가 또 다른 유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최소 침습적인 복강경 및 로봇 수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만성적인 복통의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면 전문적인 복강경·로봇 수술센터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장 유착은 완벽한 예방이 어려운 분야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서울 민병원 성종제 외과 원장에게 듣는 장 유착과 복통 관리 궁금증
Q. 과거 수술 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이제야 장 유착 증상이 나타날 수 있나?
그렇다. 장 유착은 수술 직후에 형성되지만, 실제 증상은 장의 위치가 미세하게 변하거나 노화로 인해 장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시점에 나타나기도 한다. 유착된 부위가 평상시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과식을 하거나 장내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등 특정 상황에서 장이 팽창하면서 유착 부위를 당기게 되면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십수 년 전의 수술 이력이라도 현재 발생하는 복통의 유력한 원인이 될 수 있다.
Q.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받으면 장 유착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인가?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유착 발생 빈도와 정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 손으로 장기를 직접 만지지 않고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 수술은 의사의 손 떨림을 보정하고 시야를 10배 이상 확대하여 정밀한 박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직 손상을 더욱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 역시 기구가 삽입되는 경로와 수술 부위의 조직 손상이 불가피하므로 유착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유착의 범위가 좁고 가벼운 경우가 많아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례는 훨씬 적다.
Q. 장 유착으로 인한 복통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장의 운동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술 직후부터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적극적으로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 하며, 퇴원 후에도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소화가 잘되지 않는 거친 음식이나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을 조절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유착 부위의 압박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통증이 반복된다면 참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여 영상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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