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강행에 따른 현장 전문의 301명 긴급 설문 결과 공개
📢 핵심 3줄 요약
1. 2026년 9월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현장 의사 93%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2. 실시간 진료 능력 고지 의무화와 강제 수용 지정 제도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3. 배후 진료 인프라 개선 없는 수용 강제는 의료진 이탈과 환자 안전 사고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에 대해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 93%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9월 29일 1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전문의 3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공개하며 해당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응급환자의 수용 거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과 행정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인 278명이 이번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찬성 의견은 단 3%에 그쳤다. 특히 법안의 핵심 쟁점인 ‘실시간 진료 능력 정보 고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6%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의료 현장에서 병상 상황, 의료진의 수술 여부, 장비 가동 상태 등이 초 단위로 변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를 실시간으로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보고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행정적 낭비이자 진료 역량 저해 요소라는 분석이다.

실시간 진료 능력 고지 의무화가 현장에서 불가능한 이유는?
개정안 제48조의2 제4항은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시설, 장비, 인력 부족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이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지체 없이 고지해야 하며, 사유가 해소된 경우에도 즉시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현장 의사들은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인력이 실시간 행정 보고 업무까지 떠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의들은 시설이나 인력 상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와 치료 경과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119 구급대의 사전 수용 여부 확인 절차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95%가 반대했다. 기존에는 구급대가 병원에 연락하여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이송했으나, 개정안은 이러한 확인 절차 없이 이송 체계를 운영하려는 방향을 띠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병원 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병원 내부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제 수용 지정 제도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배경은?
개정안 제48조의2 제6항은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기관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이 특정 의료기관을 지정해 수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받은 기관은 의무적으로 환자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현장 의사 92%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수용 능력이 초과된 상태에서 환자를 강제로 수용할 경우, 기존 입원 환자와 신규 환자 모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현장 상황을 무시한 강제 수용은 결국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배후 진료 역량 강화가 선행되지 않은 법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술실이나 중환자실(ICU)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응급실에 환자를 밀어 넣는 것은 최종 치료(Definitive Care)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형사 면책 조항에도 불구하고 법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는 의료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의 86%는 이 조항이 실질적인 법적 위험을 줄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형사 면책이 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남으며,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개정안에 포함된 형사 면책 조항은 중과실 여부 판단이 모호해 실질적인 보호막이 되기 어렵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남기 때문에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법안 통과 시 응급실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의사가 속출하고 있어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응급의료 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단순한 수용 강제가 아닌 인프라 개선과 응급실 과밀화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경증 환자(KTAS 4~5단계)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증 환자의 수용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고, 중증도에 따른 적절한 이송 지침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또한 지역별 이송 지침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설문에서 지역 이송 지침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44%에 불과했으며, 지침을 강화하더라도 이송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91%에 달했다. 이는 현장 상황과 괴리된 행정 지침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개정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이는 필수의료 인프라의 붕괴와 환자 안전 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