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영속성 체계 구축 방안으로 제시된 해외 주요국의 야간 및 휴일 진료 대응 체계 분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 영속성 체계 구축을 위한 해외 사례와 시사점’ 이슈브리핑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정규 진료시간 외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에 관한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 적용 가능한 제도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보건의료 체계에서 혼용되는 의료 연속성(Continuity of care)과 의료 영속성(Permanence of care)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의료 영속성과 의료 연속성의 개념적 차이와 정의
의료 영속성은 환자가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진료 정보의 공유나 치료 과정의 일관성을 의미하는 의료 연속성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과 같이 평소 이용하던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대에도 환자가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둔다.
보고서는 의료 영속성이 개별 의원의 무리한 야간 개방이나 특정 의사의 24시간 대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진료 공백을 메우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전화 기반 의료 분류 및 지역 단위 연계 시스템
프랑스는 외래의료 영속성(PDSA) 체계를 운영하며 야간과 휴일의 의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환자가 전화를 통해 상담을 요청하면 의료진이 증상을 분류한 뒤 진료소 방문, 의사의 가정 방문 진료, 혹은 응급의료 이송 등으로 적절히 배정한다.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 의료 분류 업무와 당직 대기 시간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상을 제공하여 의료진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영국은 NHS 111 서비스와 정규 진료시간 외 GP(일반의) 서비스를 결합해 운영한다. 환자의 증상을 먼저 분류한 후 필요한 경우 야간 및 휴일 진료소 예약이나 방문 진료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 내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과 캐나다의 법적 진료 보장 의무와 인센티브 제도
독일은 정규 진료시간 외 외래진료를 법정보험의협회(KV)의 진료보장 의무로 명문화했다. 116117 전화 상담 체계를 통해 환자를 이동형 방문진료나 응급당직진료소, 병원 응급실 등으로 배정한다. 특히 독일의 일부 지역은 당직 진료 수행 시 기본 보수를 보장하며, 실제 발생한 진료 행위에 대한 보상을 추가로 적용하는 이중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캐나다는 주별 여건에 따라 Health811 등 전화 상담 체계를 운영하며 환자 상태에 맞춰 응급실 방문이나 일차의료 진료를 안내한다. 일부 주에서는 정규 진료시간 외에 등록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별도의 가산을 부여하여 일차의료 의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정 의료기관 부담 완화를 위한 지역 중심 당직 체계의 필요성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정규 시간 외 의료 공백을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사 개인의 희생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전화 기반의 의료 분류체계와 지역 단위의 당직 진료 체계를 구축하여 의료 수요를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환자에게는 정확한 진료 경로를 제시하고, 의료진에게는 업무 부담을 지역 단위에서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연구진은 특정 병원이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것보다 환자의 상태를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가용한 의료 자원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집중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속 가능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한 대기 시간 보상과 자율적 참여 지원
의료정책연구원은 국내 의료 영속성 체계 논의 시 지역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당직 구조를 설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단순히 진료 행위에 대한 수가를 지급하는 차원을 뛰어 넘어, 야간 및 휴일의 대기 시간과 당직 참여 자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지역별로 상이한 의료 자원과 진료 여건을 고려하여 획일적인 모델보다는 지역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운영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슈브리핑 자료는 향후 국내 정규 진료시간 외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