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혓바늘이 자주 돋는다면 ‘이 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베체트병의 전신 합병증 위험
흔히 ‘혓바늘’이라 부르는 구내염은 피로가 누적되거나 영양이 불균형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강 궤양이 특별한 이유 없이 1년에 3회 이상 재발하거나, 입안뿐만 아니라 성기나 피부, 눈 등 전신에 염증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체트병은 실명이나 중증 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 구내염과 다른 베체트병의 특징
베체트병은 구강 궤양, 성기 궤양, 안구 증상, 피부 병변을 4대 주요 증상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가장 흔한 첫 증상은 구강 궤양으로, 환자의 약 90% 이상에서 나타난다. 일반적인 구내염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입술, 혀, 볼 안쪽 벽 등 입안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한 번에 여러 개가 돋아나거나 통증이 심해 식사가 어려울 정도의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구내염은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베체트병에 의한 궤양은 빈번하게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성기 주변에도 구강 궤양과 유사한 형태의 궤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베체트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24년 2월 15일 Rheumatology International에 게재된 이스탄불 대학교(Istanbul University) Gulen Hatemi 교수 연구팀의 [Clinical characteristics and long-term outcome of Behçet’s syndrome: a single-center experience of 10,000 patients] 논문에 따르면 성기 궤양은 구강 궤양보다 크고 깊으며 치유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피부에는 결절성 홍반이라고 불리는 붉은 반점이 다리에 나타나거나, 여드름 모양의 농포성 발진이 등이나 가슴에 돋아나기도 한다.
전신으로 번지는 염증의 경고 신호
베체트병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입이나 피부에 나타나는 겉 증상 때문이 아니라, 전신의 혈관을 타고 염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염증이 침범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관절염은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발생하며, 주로 무릎이나 발목과 같은 큰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기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관절 변형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소화기 계통에 침범할 경우 식도나 대장에 궤양을 유발하여 복통, 설사, 혈변 등을 일으키는데 이를 ‘장 베체트병’이라 하며, 2022년 2월 24일 Frontiers in Medicine에 발표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양승기 교수팀의 [Clinical Features and Long-Term Outcomes of Patients With Intestinal Behçet’s Disease]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경우 장 천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신경계 침범 역시 치명적이다. 뇌줄기나 뇌실질에 염증이 생기면 두통, 마비, 보행 장애,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신경 베체트병’이라 부른다. 또한 대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동맥류가 형성되거나 혈전이 발생하여 혈관이 막히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신 증상들은 초기 구강 궤양 발생 이후 수년 뒤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으므로, 초기 진단 시부터 전신 상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실명 유발하는 포도막염과 혈관 합병증
베체트병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는 안구 침범이다. 2024년 1월 5일 Ophthalmology and Therapy에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유형곤 교수팀의 [Long-term Visual Prognosis of Behçet’s Uveitis in South Korea] 논문에 따르면 환자의 약 20~30%에서 포도막염이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눈이 충혈되고 눈앞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이나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포도막염은 안구 전방뿐만 아니라 망막 혈관이 있는 후방에도 생길 수 있으며,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망막이 손상되어 영구적인 실명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남성 환자에게서 안구 증상이 더 빈번하고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혈관 베체트병 역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심부정맥 혈전증이 나타날 수 있고, 동맥에 염증이 생기면 혈관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가 발생한다. 이는 파열될 경우 대량 출혈을 일으켜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베체트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다각적인 증상들은 단순히 피부과나 치과 질환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류마티스 내과를 중심으로 한 다학제적인 접근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기 진단 및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
현재 베체트병을 확진할 수 있는 단일한 혈액 검사나 조직 검사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 증상과 과거력을 바탕으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국제적인 진단 기준에 따르면 재발성 구강 궤양을 필수로 하며, 성기 궤양, 특징적인 피부 병변, 안구 증상, 그리고 패서지 테스트(Pathergy test, 피부 이상 반응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패서지 테스트는 바늘로 피부를 찔렀을 때 24~48시간 이내에 붉은 농포가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로 베체트병 환자의 과민한 면역 반응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치료는 완치보다는 증상 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2018년 4월 1일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에 발표된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의 [EULAR recommendations for the management of Behçet’s syndrome: 2018 updat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구강 궤양이나 피부 증상에는 국소 스테로이드나 콜키신(Colchicine) 등을 사용하며, 안구 증상이나 전신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제와 면역 억제제를 투여한다. 최근에는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제제(TNF 억제제 등)를 사용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베체트병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므로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에게 듣는 베체트병 관리 궁금증
Q. 피곤할 때 생기는 혓바늘과 베체트병을 어떻게 구분하나?
일반적인 혓바늘은 과로나 스트레스 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1~2주 내에 사라진다. 반면 베체트병에 의한 구강 궤양은 1년에 3회 이상 빈번하게 재발하며, 한 번 생길 때 여러 개가 발생하거나 통증이 유독 심한 편이다. 무엇보다 입안뿐만 아니라 성기 주변 궤양, 피부 발진, 눈의 충혈과 통증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눈에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실명하게 되는가?
모든 안구 증상이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망막 등 안구 뒤쪽까지 염증이 침범하는 후포도막염은 반복될수록 시신경과 망막에 영구적인 손상을 준다. 하지만 현재는 우수한 면역 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들이 많이 도입되어 있어, 초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실명 위험을 크게 낮추고 일상생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Q. 베체트병 환자가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베체트병은 면역 시스템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므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상 악화의 주된 요인이 된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은 필수적이다. 또한 구강 위생을 청결히 관리하여 2차 감염을 예방해야 하며, 술과 담배는 전신 염증 반응을 촉진하므로 반드시 멀리해야 한다. 특히 패서지 반응으로 인해 작은 상처도 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베체트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장기간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모든 환자가 평생 독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잘 조절되어 ‘관해 상태’에 도달하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약 용량을 서서히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임의로 약을 끊으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상태를 점검하며 조절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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