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소비자원 실태조사 결과 대다수 플랫폼서 정가 부풀리기와 거짓 할인 포착…명절 특수 노린 ‘가짜 할인’…정가 부풀려 할인율 눈속임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선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연 ‘가격’과 ‘할인율’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형 온라인 플랫폼 입점 상품 상당수가 할인 행사를 앞두고 원래 가격인 정가를 일부러 올린 뒤 마치 큰 폭으로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기만하는 ‘가짜 할인’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 이하 소비자원)은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4개사(쿠팡, 네이버, G마켓, 11번가)에 입점해 판매되는 1,335개 상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격 할인광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6년 1월 5일부터 3월 13일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면밀하게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 기간 동안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한 설 선물세트 추천·판매 인기 상품 800개 중 12.8%에 달하는 102개 상품이 행사 직전 정가를 인상해 할인율을 허위로 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는 가격인하 폭이나 할인율을 과장하기 위해 실제 거래한 적이 없는 가격으로 정가를 올려 표시하는 행위를 명백한 부당 표시·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부 상품의 가격 기만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2.0%(16개)는 정가를 할인행사 이전보다 2배 이상 부풀렸으며, 심지어 최대 3배 이상 가격을 인상한 상품도 적발됐다. 예컨대 한 판매자는 제주 천혜향 선물세트의 정가를 기존 30,000원에서 행사 기간 중 114,000원으로 280.0%나 부풀린 뒤, 할인율을 35%에서 84%로 대폭 올리는 꼼수를 부렸다.
쇼핑몰별로 살펴보면 설 선물세트의 정가를 올려 편법 광고를 한 상품의 비율은 ‘쿠팡’이 23.0%(46개)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네이버’ 13.0%(26개), ‘G마켓’ 9.0%(18개), ’11번가’ 6.0%(12개) 순으로 나타났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시간제한 세일…‘온라인 다크패턴’의 덫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긴박하게 자극하는 이른바 ‘타임딜’, ‘오늘끝딜’ 등 시간제한 할인행사에서도 기만적 행위가 다수 발견됐다.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할인이나 혜택 제공에 시간제한이 있다고 거짓으로 알려 의사결정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난 1월 진행된 시간제한 할인 상품 53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무려 20.2%(108개)의 상품이 행사 종료 후에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7.9%(96개)는 할인행사가 끝난 다음 날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계속 판매됐고, 2.2%(12개)는 도리어 가격이 더 떨어졌다. 시간제한 광고 효과가 끝난 일주일(7일) 후를 기준으로 추적했을 때도 12.0%(64개)는 행사 가격과 같았고, 1.5%(8개)는 행사 당일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일례로 온라인에서 판매된 ‘제주도 햇 감귤 10kg’ 상품은 60% 할인가인 15,900원에 당일 한정 특가로 광고됐으나, 행사 종료 1일 후와 7일 후에도 똑같이 15,900원에 판매되며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했다. 이 같은 시간제한 거짓 광고 상품 비율은 ‘네이버’가 37.0%(37개)로 가장 높았고, ’11번가’ 35.4%(52개), ‘G마켓’ 14.3%(15개), ‘쿠팡’ 2.2%(4개)가 뒤를 이었다.
신한대학교 경영학과 이현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포화로 플랫폼 간 고객 유인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입점 판매자들이 소비자의 직관적인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교묘한 ‘꼼수 마케팅’을 남용해 온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관련 상담이 2022년 144건에서 2025년 180건으로 지속 증가한 통계가 보여주듯, 이러한 눈속임 영업은 결국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소비자 신뢰도를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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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가격 표시와 숨겨진 쿠폰 조건, 오인 유도 심각
이번 조사에서는 가격 자체를 불투명하게 표시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든 사례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쿠팡과 G마켓 등 2개 쇼핑몰은 입점 상품의 할인가가 실제 정가와 완벽히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정가에 임의로 취소선(예: ~~40,000원~~)을 그어 마치 가격이 인하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사용하다 적발됐다.
또한, 쿠팡, 네이버, G마켓 등 3개사는 누구나 조건 없이 적용받을 수 있는 ‘일반 할인가’가 아닌, 유료 멤버십 가입이나 특정 제휴카드 결제, 특정 쿠폰 발급 등 까다로운 조건 조건을 충족해야만 적용되는 ‘최대 할인가’만을 전면에 부각해 표시했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해당 혜택을 누구나 즉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할 우려가 컸다. 반면 11번가의 경우 즉시 할인가 기준 할인율과 최대 할인가 기준 할인율을 각각 명확히 분리하여 병렬 배치함으로써 소비자가 실제 적용 가능한 범위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었다.
할인쿠폰 안내 방식 역시 낙제점이었다. 쿠폰 유효기간과 사용 조건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대한 정보이지만, 조사 대상 중 오직 G마켓만이 쿠폰 발급 과정에서 유효기간과 ‘최소 1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 가능’ 등의 조건을 즉각 안내했다. 11번가는 상품 상세페이지 내에서 관련 안내를 누락했고, 쿠팡과 네이버는 별도의 메뉴를 추가로 클릭해야만 유효기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직관적인 인지를 방해했다. 실제로 소비자원에는 멤버십 전용 쿠폰을 받기 위해 유료 회원에 가입했으나 정작 ‘예산 소진’을 이유로 쿠폰을 받지 못하거나, 제휴카드 할인 문구만 보고 결제했다가 별도의 쿠폰 수동 다운로드 조건을 알지 못해 혜택을 놓친 소비자들의 거센 불만이 접수됐다.

자율관리 시스템 개선 유도…입점업체 책임 강화와 시장 정화 기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주체는 개별 입점업체(판매자)이므로 부당 표시·광고에 따른 일차적인 법적 책임은 이들에게 있다. 그러나 플랫폼 운영자 역시 사이버몰 내에서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시정에 협력해야 할 전자상거래법상의 의무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및 주요 4개 쇼핑몰 사업자들과 두 차례에 걸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플랫폼 가이드라인이 오랫동안 미비했던 탓에 입점업체들의 제도 인식이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당국은 영세 입점업체를 곧바로 제재하기에 앞서 플랫폼 차원의 상품 정보 입력·표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도록 개선 조치를 권고했다.
이번 권고에 따라 4개 쇼핑몰 사업자는 가격할인 표시방식 개선안을 수용하고 구체적인 자율 이행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향후 온라인 쇼핑몰들은 상품 상세페이지에 종전거래가격이나 공식판매처 실판매가 등 정가의 구체적 개념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판매자 등록 화면에도 허위 정가 입력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법적 경고 문구가 추가된다. 또한 조건부 할인가를 표시할 때는 일반 할인가를 기준으로 삼고, 혜택 조건을 인접한 위치에 명확히 명시해야 하며, 쿠폰 유효기간 등도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개편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는 일상 소비생활과 가장 밀접한 온라인 시장에서 오랫동안 묵인됐던 잘못된 가격 표시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형 플랫폼들이 선제적으로 시스템 보완에 나선 만큼, 이번 실태조사에서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된 입점업체들에게는 우선 즉각적인 자진 시정을 유도하되, 향후 대규모 세일 기간 등에 동일한 허위·과장 광고 행위를 반복하는 고의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고발을 포함해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소비자들에게도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을 적극 활용해 구매 전 평균 판매가와 최근의 가격 변동 추이를 꼼꼼히 확인한 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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