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이 정상인데도 시신경이 죽어가는 정상안압 녹내장 정밀검진 통한 조기 진단 및 한국인 유전 특성 분석
현재 의료계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정상안압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는 안압이 정상임에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환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한국인의 안구 구조와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며, 단순한 안압 측정만으로는 질환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밀검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안압 정상임에도 시신경 파괴되는 기전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통상적인 정상 범위인 10~21mmHg 내에 위치하지만, 시신경이 해당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만큼 약하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길 때 발생한다. 시신경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신경 섬유가 사멸하기 시작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초기에는 통증이나 특별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 스스로 질환을 자각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문의들은 한국인의 해부학적 특성 중 하나인 ‘얇은 각막’과 ‘시신경 유두의 구조적 취약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각막이 얇으면 실제 안압보다 측정치가 낮게 나올 수 있으며, 시신경이 위치한 부위의 지지 조직이 약할 경우 정상 안압 하에서도 시신경이 쉽게 함몰될 수 있다. 또한 근시가 심한 경우 안구의 앞뒤 길이가 길어지면서 시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손상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현 안과 전문의는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 수치 자체보다 시신경이 느끼는 상대적인 압력과 혈류 상태가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녹내장 환자의 상당수가 안압은 정상이지만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에게 유독 빈번한 유전적 배경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인종은 서양인에 비해 정상안압 녹내장 발병률이 현저히 높다. 이는 인종적, 유전적 특성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대규모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가 시신경의 사멸 속도나 안압에 대한 민감도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도는 수 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지훈 안과 전문의는 “한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적 데이터 분석을 보면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인이 혈액 순환 장애와 결합했을 때 녹내장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당뇨와 같은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안압 수치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은 단순히 안압을 낮추는 약물 치료 외에도 전신적인 혈류 개선과 신경 보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현재 의료계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취약성을 파악하여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정밀 의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각적인 데이터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정밀 장비 활용한 조기 진단 체계
정상안압 녹내장은 일반적인 안압계만으로는 걸러내기 어려우므로, 빛간섭단층촬영(OCT)과 시야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사가 필수적이다. OCT는 눈의 뒷부분인 망막과 시신경의 단면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고해상도로 촬영하여 시신경 섬유층의 두께를 측정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 시야 결손이 나타나기 전, 구조적인 시신경 손상을 미리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자동 시야 검사는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시야 결손 부위를 지도화하여 질환의 진행 정도를 파악한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시야의 중심부는 비교적 늦게까지 유지되지만 주변부부터 서서히 검게 변해가는 특징이 있어, 두 검사를 병행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임상에서는 안저 촬영을 통해 시신경 유두의 모양과 혈관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필수로 포함된다.
김동해 안과전문의는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놓치기 쉬웠던 미세한 시신경 변화를 OCT 장비를 통해 조기에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한번 사멸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진단하여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관리와 예방적 대응
정상안압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경우, 안압이 이미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이를 더 낮추기 위한 약물 치료가 시행된다. 안압을 20~30%가량 추가로 낮춤으로써 시신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손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이다. 환자는 처방받은 안약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점안해야 하며, 정기적인 내원을 통해 치료 효과를 점검받아야 한다.
생활 습관의 관리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안압을 급격히 올릴 수 있는 격렬한 운동, 무거운 물건 들기, 엎드려 자는 자세 등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혈류 장애가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금연은 필수적이며,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고 항산화 작용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질환의 장기적인 성격을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에 임하는 태도가 실명 방지의 핵심이다.
현재 안과 의사들은 고도근시 환자나 4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의 정기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시신경의 80~90%가 파괴된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건강검진 시 안저 촬영을 반드시 포함하여 시신경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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