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45퍼센트 시대, 보건복지부 건정심서 ‘산정률 45% 하향’ 최종 통과
보건당국이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인하키로 확정하면서 관련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민 약품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제네릭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기본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심의·의결했다. 이는 2012년 단행됐던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4년 만에 추진되는 가장 강력한 구조 개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장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수용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제안했던 비율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약가가 정해진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부담을 토로했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번 개편을 환자 중심 약가체계로 가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업계 내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2012년 ‘일괄 인하’ 데자뷔… 14년 만의 구조적 대수술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약가체계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신약 연구와 필수 의약품 공급 기업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26년 3월 26일 건정심 주재 직후 브리핑에서 국내 제네릭 약가가 주요 OECD 국가 대비 약 80%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됐다라며 이번 개편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은 촉진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당분간 양측의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기존 건강보험 목록에 올라있는 의약품은 2012년 등재 시기를 기준으로 분류해 약가를 조정할 방침이다. 각 그룹에 따라 2026년 하반기부터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며, 최종적으로 2036년까지 모든 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단, R&D 투자 비율이 높은 혁신형 및 준혁신형 기업에게는 약가 산정률을 각각 49%, 47%로 우대 적용하며, 4년 및 3년간의 유예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인 계단식 약가제도 강화는 동일 제제 13번째 품목부터 기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무분별한 제네릭 출시를 억제하고 품질 기반의 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영업이익 5% 시대, 숨통 죈다”… 국내 제약계의 절박한 호소
문제는 이 같은 결정에도 제약 업계에서는 실적 감소는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동력마저 꺾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모습이다. 2026년 3월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7개 단체가 결성한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산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주요 제약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16%에 달하는 산정률 인하는 곧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비대위 측은 앞서 업계가 감내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48.2%가 무시된 점을 꼬집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 운송비가 급등하며 원재료 확보 비용이 2025년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라며 기업의 생존권이 달린 이 시점에 단행되는 대규모 인하는 신약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 재원마저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6년 1월 7일 약계 신년교례회에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약가제도 개편은 산업 현장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며, 제네릭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산업 구조의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미 2025년 말부터 구조조정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하가 현실화되면 하위 제약사부터 연쇄 도산이나 폐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혁신 신약 가치 인정”, 환자 접근성 강화 기대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혁신 신약 가치를 보상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27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공식 입장을 통해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제도와 약가 유연계약제가 도입되고, 경제성평가 ICER 임계값이 상향 조정된 것은 환자 중심적 체계로 가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KRPIA는 그간 미국제약협회(PhRMA)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를 인용하며 국내 신약 접근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 출시된 신약 460종 중 한국의 건강보험 급여율은 22%로, G20(28%) 및 OECD(29%)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특히 희귀질환 신약의 급여율은 12%에 불과해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 개편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은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혁신 신약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제네릭 인하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희귀·중증 질환 약제비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시민단체 “반쪽자리 개혁”, 리베이트 근절과 유령 제약사 퇴출이 급선무
그러나 환자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하 폭과 기간이 미온적인 수준이며 예외 여지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늘(30)일 한국소비자연맹 등 4개 단체가 주축이 되어 창립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10년이라는 긴 유예 기간은 시장 구조 개편을 사실상 무기한 지연시키는 것이며, 모호한 준혁신형 기업 기준이 역량 없는 제약사들의 연명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일갈했다.
환소연 소속 권용진 정책위원장은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문제로 불공정 리베이트 관행을 지목했다. 권 위원장은 진짜 문제는 품질 경쟁 대신 리베이트 영업으로 처방 시장을 잠식하는 유령 제약사들이라며 약가가 내려가더라도 의약품판촉영업자(CSO)를 통한 우회 리베이트 통로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약값 부담은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40여 개 단체 역시 이번 개편안이 제약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라는 본래 취지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조하여 실질적인 생산 시설 없이 위탁 생산에만 의존하는 제약사들을 퇴출하고, 생물학적 동동성 시험 결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후속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제언: 저가 경쟁 넘어 품질과 신약 중심의 체질 개선 필수
정부의 약가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국내 제약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가의 제네릭을 다수 양산하여 영업력으로 승부하던 과거의 관행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은커녕 국내 시장에서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과 함께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기업 및 국산 원료 활용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깎는 데 그치지 않고, 제약 주권을 확보하고 산업의 체질을 신약 개발 중심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업계가 우려하는 R&D 동력 상실을 막기 위해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여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며, 제약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연구 혁신을 통해 제네릭 과잉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당분간 양측의 진통은 지속되겠지만, 이번 2026년 약가 개편이 대한민국 제약산업이 양적 팽창을 끝내고 질적 도약을 시작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약속한 100일 이내의 신속 등재 제도가 환자들의 삶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국내 제약사들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