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미라 암 수술 흔적 분석 결과 현대 의학의 기원적 시도 포착
고대 이집트인들이 약 4000년 전에도 암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을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발견됐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고대 이집트 두개골 유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암세포 전이를 억제하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로 수술을 시행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암이 현대의 식습관이나 환경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현대병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고고학적 발견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고대 이집트의 의학 수준이 단순히 외상 치료에 그치지 않고, 암과 같은 복잡한 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시도했음을 시사하는 유물을 확보했다.

고대 이집트 두개골에서 발견된 수술용 절개 흔적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와 독일 튀빙겐 대학교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덕워스 컬렉션에 소장된 고대 이집트 두개골 2구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기원전 2686년에서 2181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두개골(번호 236)과 기원전 664년에서 525년 사이의 여성 두개골(번호 E270)이다. 연구팀은 미세 컴퓨터 단층촬영(Micro-CT) 기술을 활용해 두개골 표면과 내부의 미세한 흔적을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236번 두개골에서는 암세포가 뼈를 갉아먹으며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전이성 병변이 발견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병변 주변에서 날카로운 금속 도구로 인위적으로 절개한 흔적이 포착됐다는 사실이다. 2024년 5월 29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메디신(Frontiers in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 에드가르 카마로스 박사는 ‘두개골에서 발견된 절개 자국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암과 관련된 외과적 처치를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며 ‘이는 고대 의학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질병에 대응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4000년 전 암 전이 억제 위한 외과적 처치 정황
연구팀이 분석한 236번 두개골은 30~35세 남성의 것으로, 두개골 전반에 걸쳐 약 30여 개의 작은 전이성 종양 흔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 종양들 중 일부의 가장자리에서 금속 도구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절개 흔적을 발견했다. 이 흔적은 종양이 발생한 후 이를 제거하거나 조사하기 위해 사후가 아닌 생전 혹은 임종 직전에 가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암이라는 질병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2024년 5월 29일 독일 튀빙겐 대학교 타티아나 톤디니 연구원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암을 인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치료하려는 의학적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암은 시대를 초월해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견은 고대 이집트의 의학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 기록된 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즉 ‘치료법이 없다’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학적 실험과 시도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현대 의학의 기원으로서의 고대 이집트 의학 재조명
함께 분석된 E270번 두개골은 50세 이상 여성의 것으로, 이 두개골에서도 거대한 종양에 의한 골 파괴 흔적이 발견됐다. 특이한 점은 이 여성의 두개골에서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외상 흔적이 발견됐으나, 이후 뼈가 다시 자라나 치유된 흔적이 명확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고대 이집트 사회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의학적 처치를 통해 생존시켰음을 의미한다. 암 수술 흔적과 외상 치유 기록은 고대 이집트 의학이 단순히 주술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실증적이고 외과적인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서울 민병원 전형진 외과 진료원장은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고대 이집트의 수술 시도는 암 전이를 막기 위한 선구적인 노력이었다’며 ‘비록 완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외과적 도구를 사용해 종양 조직에 접근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학사적 가치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 인류가 직면했던 질병의 양상이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투쟁 역시 수천 년 전부터 지속됐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암 질환의 역사적 연속성과 고고학적 분석의 의의
이번 연구 결과는 암이 단순히 현대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환경 오염으로 인해 급증한 질병이 아니라,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온 근원적인 질환임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구리나 청동으로 제작된 정교한 의료 도구를 사용해 수술을 시행했으며, 이는 당대 최고의 의학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미라와 유골을 대상으로 고해상도 스캔 분석을 확대해 고대 인류의 암 발생 빈도와 치료법의 변천사를 규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만으로도 고대 이집트가 서양 의학의 기초를 닦았다는 사실은 더욱 공고해졌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수술 흔적이 실제 치료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해부학적 탐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고학적 유물에 남겨진 미세한 칼자국은 4000년 전 인류가 암이라는 거대한 질병 앞에서 무기력하게 굴복하지 않고 의학적 대안을 찾으려 했던 치열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