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세척 시 수돗물 사용 금지… ‘뇌 먹는 아메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의 비극
비염이나 축농증 완화를 위해 흔히 시행하는 코 세척이 자칫 치명적인 뇌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코 세척 시 반드시 멸균된 생리식염수나 끓인 물을 사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는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가 수돗물 배관 내 생체막(Biofilm)에 서식하며 코를 통해 인체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 자체는 드물지만,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97%에 달하는 무서운 기생충이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노후된 수도 배관 시스템의 관리 허점이 겹치면서, 과거에는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수돗물 기반의 코 세척이 감염의 핵심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코를 통해 뇌로 침투하는 침묵의 암살자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주로 따뜻한 담수나 토양에서 발견되는 자유 생활 아메바다. 사람이 이 아메바가 포함된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위산에 의해 사멸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코를 통해 유입될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코 점막을 통과한 아메바는 후각 신경을 타고 이동하여 뇌의 전두엽을 직접 공격한다. 뇌 조직을 괴사시키고 심각한 부종을 일으키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을 유발하는 것이다.
2025년 8월 19일 IT 전문 매체 지디넷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6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67건의 PAM 사례를 보고했으며, 이 중 단 4명만이 생존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초기 증상은 두통, 발열, 구토 등 일반적인 감기나 수막염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증상 발현 후 불과 7~10일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급격한 경과를 보인다.
수돗물 기반 코 세척의 위험성 실증
수돗물이 코 세척의 위험원이 될 수 있음은 이미 학술적으로 입증됐다. 2025년 5월 29일 학술지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MMWR)’에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팀의 보고(‘Notes from the Field: Primary Amebic Meningoencephalitis Associated with Nasal Irrigation Using Water from a Recreational Vehicle — Texas, 2024’) 결과, 텍사스의 한 캠핑카에서 수돗물로 코를 세척한 71세 여성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조사 결과 해당 차량의 수돗물 시스템은 소독이 불충분한 상태였으며, 이는 일반 가정의 노후 배관에서도 유사한 위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2023년에도 플로리다주에서 수돗물 코 세척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수돗물 속의 염소 농도가 충분하지 않거나 배관 내에 형성된 바이오필름 속에 아메바가 숨어 있을 경우, 단순한 세척 행위만으로도 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적 필연성을 증명한다. 2026년 현재의 노후 수도관 정비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이러한 데이터들은 여전히 유효한 보건 지침의 근거가 된다.

2022년 국내 첫 사망 사례와 전문가 제언
대한민국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2022년 12월 26일 질병관리청은 태국에서 4개월간 체류하고 귀국한 50대 남성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되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 확인된 첫 사례로, 당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해당 아메바는 수영 등 레저 활동뿐 아니라 코 세척기를 통해 오염된 물을 사용할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메바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신호준 교수는 과거 2015년 9월 2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일 좋기로는 물에 안 들어가는 게 좋지만, 코로 물이 들어가지 않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이후 여러 학술 활동을 통해 수돗물을 직접 코에 넣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으며, 2026년 현재에도 그의 연구는 국내 감염병 예방의 핵심적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 아메바는 25℃ 이상의 따뜻한 물에서 번식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여름철이나 온수를 사용하는 가정 내 코 세척 환경은 아메바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보건 당국이 제시하는 안전한 코 세척 수칙
질병관리청과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코 세척 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멸균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가정에서 직접 세척액을 제조해야 한다면, 반드시 수돗물을 1분 이상 끓인 후 식혀서 사용해야 한다. 끓이는 과정에서 아메바를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균이 사멸하기 때문이다.
박민수(45·서울시 송파구) 씨는 “비염 때문에 매일 아침 수돗물을 받아 코 세척을 해왔는데, 수돗물로도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될 수 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반드시 끓인 물이나 식염수를 사용해 가족들의 건강을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년 보건 당국은 노후 주택 및 캠핑 시설의 수질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개인 위생 기구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 세척은 호흡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습관이지만, 사용하는 물의 종류에 따라 생사를 가르는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설마 내가”라는 방심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끓이지 않은 수돗물의 코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