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팬데믹 경고등, 질병관리청 ‘2024 연보’ 발간, 요양병원 내성률 심각 수준… 고조되는 항생제 내성 위기 속 감시 체계 강화 필요성 대두
질병관리청이 지난 2일 발간한 ‘2024 국가 항균제 내성균 조사 연보’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보건 의료의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인 ‘항생제 내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환자의 치료 성과를 떨어뜨리고 의료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10대 보건 이슈로 꼽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연보는 국내 주요 병원균의 내성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내성률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 이에 대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리고 있다.

멈추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위협, 높은 내성률 고착화
이번 연보 분석 결과, 종합병원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된 주요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내성균인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의 경우, 종합병원에서의 내성률은 2017년 53.2%에서 2024년 42.9%로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감염 관리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여전히 분리되는 황색포도알균의 40% 이상이 메티실린 항생제에 듣지 않는다는 사실은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치료제가 제한적인 그람음성균의 내성률이다.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CRAB)의 경우 종합병원 내성률이 75.8%에 달해, 감염 시 쓸 수 있는 항생제가 극히 제한적임을 보여줬다. 이는 중환자실 등에서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으로, 높은 내성률은 환자의 사망률 증가와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FM) 역시 2017년 34.0%에서 2024년 27.5%로 다소 감소했으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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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의 경고, 치료 어려운 내성균의 온상 되나
이번 조사의 백미는 의료기관 종별 내성률 비교 분석에 있다. 질병관리청은 종합병원 중심의 조사(Kor-GLASS)와 중소·요양병원 및 의원 중심의 모니터링(KARMS) 자료를 통합 분석하여 의료 현장의 실태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 결과, 요양병원의 항생제 내성률이 타 의료기관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후의 항생제’라 불리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CRE)의 증가세다.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 내성 폐렴막대균(CRKP)의 내성률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CRKP는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률이 높아 의료계가 가장 경계하는 균종 중 하나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격차는 더욱 확연하다. 2024년 기준 MRSA 내성률은 종합병원이 42.9%인 반면, 요양병원은 무려 85.3%에 달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한 CRAB(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의 경우 종합병원은 75.8%였으나 요양병원은 93.0%라는 충격적인 내성률을 기록했다. 이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대부분이 고령이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면역력이 약한 데다,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항생제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요양병원의 고내성 현황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될 때 내성균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 국가 차원의 감염 관리 개입이 절실하다.

WHO 기준 도입과 데이터 시각화로 감시 체계 고도화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보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새로운 항생제 분류 기준인 ‘AWaRe’를 도입해 데이터의 직관성을 높였다. AWaRe 분류는 항생제를 접근(Access), 주의(Watch), 보류(Reserve)의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접근’ 그룹은 내성 위험이 낮아 1차 치료제로 권장되는 항생제이며, ‘주의’ 그룹은 내성 위험이 높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약제다. 마지막으로 ‘보류’ 그룹은 다제내성균 치료 등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항생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분류 체계 도입은 단순히 통계 수치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어떤 종류의 항생제가 얼마나 오남용 되고 있는지, 혹은 중요 항생제의 내성 추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준다. 연보에는 이러한 분류에 따른 내성률 추이 곡선이 추가되어 의료진과 정책 입안자들이 항생제 내성 현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항생제 처방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를 위한 데이터, 항생제 적정 사용의 나침반
항생제 내성은 ‘침묵의 팬데믹(Silent Pandemic)’으로 불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연보 발간과 관련해 “국내 항균제 내성균 현황의 이해를 돕고,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되어 항생제 내성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보로서, 요양병원을 비롯한 중소병원의 감염 관리 역량 강화와 항생제 적정 사용 유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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