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낮에도 영하권인 연말연시 한랭질환 주의보 발령… 고령층과 음주자 위험 최고조
2026년 새해가 밝았지만, 매서운 추위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리 곳곳이 연말연시 분위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강력한 한파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용한 살인자’ 한랭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술 한 잔이면 몸이 따뜻해진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진 음주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계절이 될 수 있다.

‘체감온도’의 함정, 수치 뒤에 숨은 위험
질병관리청이 지난 12월 31일 발표한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2025년 12월 1일부터 28일까지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총 106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07명)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망자가 3명이나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망자 3명은 모두 고령층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한랭질환이 단순한 추위로 인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은 과거 2023년 12월 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2023절기 한랭질환 감시결과’에서 전체 환자의 44.7%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으며, 사망자 전원이 저체온증으로 확인된 기록과 일맥상통하며 고령층의 한랭질환 위험이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임을 입증한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질환을 통칭한다. 대표적으로는 우리 몸의 심부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전신성 질환인 ‘저체온증’과, 피부 및 피하조직이 얼어버리는 국소성 질환인 ‘동상’ 및 ‘동창’이 있다. 이번 감시 기간 동안 신고된 환자의 절대다수인 92.5%가 저체온증 환자였으며, 발생 장소의 79.2%가 실외였다는 점은 겨울철 야외 활동이 얼마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단순히 기온이 낮다는 예보만 보고 외출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 바람이 불고 습도가 높을 경우 인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는 일반 성인에 비해 추위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추위에 노출됐을 때 열 손실을 방어하거나 보상하는 생체 기능이 현저히 낮아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2026년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월 247만 원 이하면 받는다… 부부가구는 395만 원
“한 잔 마시면 따뜻해진다?” 치명적인 착각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는 한랭질환의 위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술을 마시면 몸에 열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혈관 확장에 의한 착각일 뿐, 실제로는 확산된 혈관을 통해 체열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질병관리청의 통계는 이러한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절기(2024-2025)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된 환자 중 무려 21.3%가 음주 상태에서 병원을 찾았다. 술에 취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추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고, 신체 대응 능력 또한 떨어진다. 술에 취해 길가나 공원에서 잠이 들거나 장시간 머무를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과음은 뇌의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체온 조절 중추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술자리 후 귀갓길, “괜찮다”며 외투를 벗거나 찬 바람을 맞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12월 2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알코올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추위에 대한 인지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피부 혈관을 확장해 심부 체온을 체표면으로 분산시켜 저체온증을 가속화하는 치명적인 요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80세 이상 초고령층, ‘생존’을 위협받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연령별 발생 현황이다. 80세 이상 고령층 환자는 전체의 39.6%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로 환산하면 4.2명으로, 0~9세(0.2명)나 20~29세(0.4명)에 비해 10배에서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노화가 진행되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체내에서 열을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피하지방이 감소하여 열을 보존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여기에 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위험성은 배가된다. 급격한 기온 저하는 혈압을 급상승시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고령층의 경우 한파 시 실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때는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하여 신체 노출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머리는 체열 손실이 가장 많은 부위이므로 모자 착용은 필수다. 보호자나 이웃들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난방이 잘 되는 곳에서 지내는지, 외출 시 복장은 적절한지 수시로 안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 초기 대응 수칙
한랭질환은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증상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는 오한, 피로감, 의식 혼미, 어눌한 말투 등이 있다. 만약 주위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환자를 따뜻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옷이 젖어 있다면 신속히 벗기고 담요나 마른 옷으로 감싸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따뜻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음료를 먹이는 것은 질식의 위험이 있어 금물이다.
동상의 경우, 피부가 창백해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동상 부위를 함부로 문지르거나 직접 불을 쬐는 행위는 조직 손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대신 38~42℃ 정도의 따뜻한 물에 20~40분간 담가 천천히 언 부위를 녹이는 것이 올바른 응급조치법이다.
대한응급의학회가 발표한 응급처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저체온증 환자 발견 시 즉시 따뜻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젖은 옷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심장 부정맥 유발 위험이 있으므로 환자를 거칠게 다루거나 마사지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추위에 취약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이라도 연말연시 음주 등으로 인해 한랭질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건강 수칙을 준수하여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을 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겨울은 아직 길다. 잠깐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오늘 우리 집의 온도는 적절한지, 외출하는 부모님의 옷차림은 따뜻한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뚝배기 숨구멍에 남은 세제, 건강 위협 논란 증폭… ‘쌀뜨물 세척’이 해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