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후 장애인 고용 실태 변화 추세 분석 결과 성별 및 고용 질적 격차 심화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했으며, 특히 장애인 노동시장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6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제465호)에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남녀 장애인 고용 실태 변화”(저자, 김은정B 인구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팬데믹 전후의 장애인 고용 지표는 성별에 따라 상이한 경로를 보였다. 남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반면, 여성 장애인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세를 기록한 것.
그러나 이러한 수치적 변화 이면에는 비정규직 확대와 시간제 근로의 심화라는 질적 악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재정 지원을 다각화하고 민간의 의무 고용 부담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노동시장의 질적 개선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 전후 남녀 장애인 고용률의 상반된 행보와 통계적 유의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을 기점으로 남녀 장애인의 고용률은 정반대의 추세를 보였다. 남성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45.5%에서 확산기 44.6%,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인 최근에는 43.1%로 지속 감소했다. 반면 여성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21.4%에서 확산기 22.7%, 이후 23.2%로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실시된 통계적 추세 검증(Chow test) 결과는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참고로 통계적 추세 검증(Chow test)은 시계열 데이터에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회귀 계수가 변했는지 확인하는 분석 기법이다.
검증 결과 남성 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시점인 2020년을 기준으로 한 추세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났다. 이는 남성 장애인의 고용 감소가 팬데믹이라는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존부터 진행되던 구조적인 장기 하락 추세가 지속된 결과임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여성 장애인은 2020년을 기점으로 고용 추세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게 확인됐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감소 추세에 있던 여성 장애인 고용률이 팬데믹을 분수령 삼아 증가 추세로 반전된 것이다.
이 현상에 대해 이금숙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 상승은 민간 시장의 자생적 수요보다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남성 장애인의 경우 기존의 제조업 및 대면 서비스업 중심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고용률 하락이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임금근로자 비중 증가 이면에 숨겨진 비정규직 및 시간제 근로 확산
남녀 장애인 모두 고용의 양적 지표와 무관하게 질적 측면에서는 후퇴를 경험했다.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남녀 모두 증가했다. 여성 장애인의 임금근로자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71.2%에서 이후 78.3%로 7.1%포인트 늘었으며, 남성 역시 67.1%에서 69.6%로 2.5%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근로의 성장은 정규직이 아닌 불안정한 일자리 중심으로 이뤄졌다. 임금근로자 내 정규직 비중을 보면, 남성 장애인은 코로나19 전후 46.3%에서 40.4%로 5.9%포인트 감소했고, 여성 장애인은 24.2%에서 18.9%로 5.3%포인트 줄었다.
근로 시간 역시 시간제 중심으로 재편됐다. 전일제 근무 비중은 남성이 7.5%포인트, 여성이 10.5%포인트 감소한 반면, 시간제 근로 비중은 여성이 66.1%, 남성이 32.6%까지 상승했다. 이는 고용률 수치는 유지되거나 늘었을지언정 실질적으로는 쪼개기 일자리와 고용 불안정이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 3명 중 2명이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어 노동시장 내 지위가 극히 취약한 상태다.
이금숙 교수는 ‘여성 장애인의 정규직 비중이 10%대에 머물고 시간제 근로가 66%를 상회하는 것은 고용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음을 방증한다’며, ‘정부 재정 일자리가 민간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의존도 심화와 민간 노동시장 진입 장벽
근무 사업체의 유형을 살펴보면 노동시장 구조 왜곡이 뚜렷하다. 남성 장애인의 71.9%는 여전히 일반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여성 장애인이 일반 사업체에 종사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59.6%에서 최근 50.4%로 급감했다. 그 빈자리는 공공근로, 복지 일자리 등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가 채웠다. 여성 장애인의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종사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23.8%에서 팬데믹 이후 35.4%로 급증했다. 남성 장애인 역시 7.1%에서 15.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민간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준수하기보다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선호하면서 장애인들이 일반 사업체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는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장애인 고용 부담금 기초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강제성을 높였으나 민간 노동시장의 장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영세 자영업자의 위기와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적 대안 필요성
비임금근로 영역에서도 위기가 감지됐다. 팬데믹 이후 남녀 장애인 모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비중은 감소한 반면, 고용원 없는 1인 영세 자영업자 비중은 증가했다. 남성 장애인 자영업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76.9%에 달하며 여성은 59.1%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팬데믹 정점 시기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 중이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질 사업소득 격차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아 소득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금숙 교수는 “양적 확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질적 개선을 위한 성인지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 장애인이 겪는 장애와 성별에 따른 이중 차별, 가사 및 돌봄 책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향후 장애인 노동시장 정책 수립 시 정규직 전환 유도와 근로시간 안정성 확보 등 질적 지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민간 기업의 장애인 채용 인센티브를 고도화하고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춘 직무 개발 및 교육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