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휠체어 탈 수도 있었던 세종대왕, 고기 없으면 수저 안 들던 성군을 울린 극심한 통풍과 당뇨병의 경고
조선의 밤을 밝히던 집념의 등불 아래, 한 사내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훈민정음 창제와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며 조선의 황금기를 열었던 성군 세종. 하지만 그의 화려한 업적 뒤에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타는 듯한 통증과 싸워야 했던 처절한 인간적 고뇌가 숨어 있었다.
하루라도 고기 반찬이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았던 그의 유별난 육식 사랑은 결국 발가락 끝에서 시작된 소리 없는 비명으로 돌아왔다. 바람만 불어도 살이 베이는 것 같다는 통풍의 칼날이 왕의 집무실을 덮친 것이다. 갈증에 목이 타들어가고 발가락이 퉁퉁 부어오른 왕은 결국 어의를 찾기에 이르렀다.

육식 애호가 세종의 식탁이 불러온 발가락 끝의 비명
세종대왕의 육식 사랑은 실록에도 기록될 만큼 유명했다. 부왕 태종이 상중에도 아들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세종은 고기 없이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조선의 왕들이 받는 12첩 반상은 대부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단백 육류로 가득 찼다. 여기에 과도한 국정 업무로 인한 만성 피로와 운동 부족이 더해졌다.
세종은 책을 읽거나 정사를 돌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신체 활동은 극히 적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혈액 내 요산 수치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요산은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찌꺼기인데, 이것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관절에 쌓이면 유리 파편처럼 날카로운 결정체가 되어 신경을 찌른다. 이것이 바로 왕을 괴롭힌 통풍의 정체였다.
요산 수치 9.5mg/dL의 충격과 휠체어 경고의 팩트 폭격
어의를 방문한 세종대왕에게 내려진 검사 결과는 참혹했다. 혈중 요산 수치는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선 9.5mg/dL를 기록했고, 의사는 왕의 발가락 관절이 이미 심하게 손상됐으며,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세종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엄청났으며, 이는 전형적인 당뇨 증상인 ‘소갈’에 해당했다.
어의는 왕에게 ‘좋아하는 소고기를 당장 끊지 않으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성군으로서 백성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세종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한 대가는 이토록 가혹했다. 고기를 끊으라는 말은 세종에게 삶의 유일한 낙을 빼앗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왕은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봤다.

수조를 도는 성군의 뒷모습과 처절한 생활 습관 교정
어의의 처방은 단호했다. 육식을 전면 중단하고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할 것, 그리고 매일 30분씩 수조(물웅덩이) 주변을 돌며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이었다. 통풍 환자에게 급격한 운동은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에, 부력을 이용해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도 전신 근력을 사용하는 수중 보행이나 물가 산책이 권장됐다.
세종은 왕의 권위를 내려놓고 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화려한 수라상 대신 거친 나물과 잡곡밥이 상에 올랐다. 육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것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세종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너지면 조선의 미래도 없다는 책임감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땀을 흘리며 물가를 걷는 성군의 뒷모습은 대사질환이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재앙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인의 거울이 된 세종의 질병이 던지는 묵직한 화두
세종대왕이 겪었던 고통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서구화된 식단과 운동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는 현대판 ‘왕의 병’인 통풍과 당뇨병을 양산하고 있다. 세종의 사례는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권력을 가졌더라도 올바른 생활 습관 없이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왕의 눈물은 단순히 고기를 못 먹어서 흘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정에 차질을 빚게 된 것에 대한 자책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다. 세종대왕의 처절한 사투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식탁과 일상을 다시금 점검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내분비 내과 전문의 민병원 김성수 원장에게 듣는 대사질환 예방법
Q: 요산 수치 9.5mg/dL는 어느 정도로 위험한 수준인가?
A: 정상적인 요산 수치는 7.0mg/dL 미만이다. 9.5mg/dL라면 혈액 속에 요산이 포화 상태를 넘어 결정체로 변하기 시작하는 매우 위험한 단계다. 이 정도 수치라면 언제든 극심한 통풍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신장 기능 저하와 심혈관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Q: 세종대왕처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통풍을 피할 방법은 없는가?
A: 고기 자체를 아예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퓨린 함량이 높은 내장 부위나 붉은 육류의 섭취는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특히 고기를 먹을 때 술을 곁들이는 것은 최악의 조합이다.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면 식물성 단백질이나 퓨린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흰살생선 등으로 대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Q: 왜 하필 수조를 도는 유산소 운동을 처방했을까?
A: 통풍 환자는 관절이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다. 딱딱한 바닥을 달리는 운동은 오히려 관절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물속에서 걷거나 물가에서 천천히 산책하는 것은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면서도 체지방을 연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Q: 당뇨와 통풍이 동시에 왔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두 질환은 뿌리가 같은 대사질환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액상과당과 정제 탄수화물이다. 설탕이 많이 든 음료나 흰 쌀밥, 빵 등은 혈당을 급격히 올릴 뿐만 아니라 요산 배출을 방해한다. 세종대왕이 겪은 소갈(당뇨)과 통풍을 동시에 다스리려면 철저한 식단 관리와 꾸준한 저강도 운동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