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건강보험 보장률 64.9% 유지… 비급여 진료비 8.1% 급증 배경 분석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환자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그만큼 늘어나며 전체적인 보장률 상승은 제자리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30일에 발표한 ‘2024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과 동일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수치가 유지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건강보험 재정 투입 효과가 비급여 항목의 팽창으로 인해 상쇄되는 ‘풍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법정 부담은 줄고 비급여는 늘어난 ‘제로섬’ 게임
이번 조사 결과의 핵심은 법정 본인부담률의 하락과 비급여 본인부담률의 상승이 정확히 맞물렸다는 점이다. 2024년도 총 진료비는 약 138.6조 원으로 추계됐으며, 이 중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90조 원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환자가 내는 돈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중 환자가 내야 하는 ‘법정 본인부담률’은 19.3%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가 제도권 내에서는 확실히 넓어졌다는 의미. 그러나 같은 기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5.8%로 정확히 0.6%포인트 증가했다.
결국 법정 부담을 줄여준 만큼 비급여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0.1%포인트의 움직임도 없이 64.9%에 묶이게 됐다. 비급여 진료비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1.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검사나 치료법, 혹은 기존의 비급여 항목들이 여전히 환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형병원은 선방, 요양병원은 고전… 엇갈린 명암
요양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의료기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보장률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증 질환을 주로 다루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보장률은 상승세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72.2%, 종합병원은 0.6%포인트 오른 66.7%를 기록했다. 이는 중증 환자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집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병원급의 경우 보장률이 51.1%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책수가 신설 및 확대가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분만 관련 정책수가 급여비로만 1,162억 원이 투입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지표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다.
반면, 요양병원과 약국의 보장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요양병원은 67.3%로 전년 대비 1.5%포인트나 급락했다. 공단 측은 암 질환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요양병원의 암 질환(산정특례대상자) 보장률은 2023년 37.3%에서 2024년 36.3%로 떨어졌다. 약국 역시 69.1%로 소폭 하락했는데, 이 또한 암 질환 환자들의 비급여 약제비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들은 웃고, 노인들은 울었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세대 간 의료비 보장의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5세 이하 영유아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0.4%로 전년 대비 무려 3.0%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어린이 재활 의료기관 사업, 소아진료 정책수가 신설, 중증 수술 가산 확대 등의 정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0~5세의 재활 및 물리치료료 보장률은 4.4%포인트, 처치 및 수술료 보장률은 6.8%포인트 상승하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층의 보장률은 69.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노인층의 경우 백내장 수술이나 근골격계 질환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 치료재료 사용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65세 이상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2.5%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했으며, 비급여 항목 중 치료재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0.4%에서 16.7%로 크게 늘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비급여 항목 관리가 노인 의료비 정책의 핵심 과제임을 시사한다.
중증질환 보장률의 역설, 암 환자 부담 늘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의 보장률이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점이다.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 심장, 희귀난치)의 보장률은 81.0%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암 질환의 보장률은 75.0%로 1.3%포인트나 떨어졌다.
또한 1인당 고액 진료비가 들어가는 상위 30위 내 질환(백혈병, 췌장암 등)의 보장률도 80.2%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중증 질환 치료 과정에서 고가의 비급여 신약이나 최신 치료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건강보험의 지원 속도가 의료 기술의 발전과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증 환자들의 경우 생존을 위해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이 보장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도수치료나 영양주사처럼 의학적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남용 우려가 있는 항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항목 조정 건강보험 보장률’은 66.6%로 나타났다. 이는 현 보장률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치로,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 비필수 비급여 항목이 전체 보장률을 깎아먹는 주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분야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법정 부담을 아무리 줄여도 비급여라는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비 경감 효과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2024년의 보장률 성적표는 우리 의료 체계에 ‘비급여 관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다시 한번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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