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급추계위 통해 “2040년 의사 1만 명 부족” 시나리오 제시했지만… 의협 “현실성 결여된 졸속 발표” 맞서
2025년의 마지막 날, 대한민국 의료계가 다시 한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향후 15년 뒤 의사 인력이 최대 1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추계 결과를 내놓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즉각 “현실을 무시한 통계”라며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수급추계위)가 12월 30일 밤 늦게 발표한 결과와, 이에 대해 31일 발표된 의협의 입장문은 향후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040년, 의사 1만 1천 명 부족해진다
보건복지부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10차례 이상의 회의를 거쳐 도출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30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추계는 미래 의료 이용량과 의사 공급량을 예측하기 위해 시계열 모형(ARIMA)과 인구구조 반영 방식 등 다양한 통계적 기법을 동원해 산출됐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의 심화다. 수급추계위가 제시한 기초모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당장 10년 뒤인 2035년에는 약 1,535명에서 최대 4,923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2040년에는 수요가 14만 9,273명에 달하는 반면, 공급은 13만 8,984명 수준에 그쳐 부족 인원이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 1,136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나 의료 이용 적정화 정책 등의 변수를 반영한 시나리오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료 환경 변화를 고려한 시나리오에서도 2040년 의사 수요는 여전히 14만 8,000명대를 유지해, 공급 부족 현상은 상수(常數)로 남았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장은 “이번 결과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도출된 것”이라며 결과의 객관성을 강조했다.
‘보건의료 대표 회의체로서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상과 신뢰 회복 추진’ 본격화. 무너진 신뢰 다시 세울까…
복잡한 수식 뒤에 숨은 불확실성
정부는 이번 추계에서 과거와 달리 단일 모형이 아닌 복수 모형을 채택하며 정교함을 높이려 애썼다. 의료 이용량 추계에는 입원과 외래를 구분한 시계열 모형과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조성법을 혼용했고, 공급 추계에서는 면허 의사의 유입·유출을 따지는 ‘스톡-플로우(Stock-flow)’ 방식과 이탈률 기반 방식을 병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이용량의 장기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ARIMA) 모형이 활용됐으며, 2024년 기준 성별·연령별 의료 이용량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장래 인구 추계를 대입하는 방식도 사용됐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설득력 있는 수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급추계위 스스로도 한계를 인정했다. 위원회 측은 “미래의 의료 이용 행태나 기술 발전, 근로 형태 변화를 완전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가용한 자료와 방법론의 한계 속에서 현재 관측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추계가 수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법론적 한계’는 곧바로 의료계의 반격 빌미가 됐다.

의협 “변수 하나에 결과가 2배 널뛰는 불안한 예측”
대한의사협회는 31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추계 결과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가 한 가지 방법이 아닌 다양한 검증 방법을 시도한 점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결과값의 신뢰도에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은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예상값이 2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 수급 예측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이번 결과를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 추계에서 2040년 부족 인원은 시나리오에 따라 5천 명대에서 1만 1천 명대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의협은 이를 두고 “의료 현장의 방대함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섣부른 확정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투명한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발표된 결과만으로는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원자료(Raw Data)와 분석 코드 공개를 공식 요청한 것이다. 의협 측은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 결과와 정부의 추계를 교차 검증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의료 이용량의 지속적 증가’라는 정부의 대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의협은 “현재와 같은 비율로 의료 이용량이 계속 증가한다는 가정은 인구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하며,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꼬집었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요만 산술적으로 늘려 잡았다는 비판이다.
2027년 의대 정원, ‘숫자’ 아닌 ‘교육’이 본질 돼야
이번 논쟁의 종착지는 결국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이다. 정부는 이번 수급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월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의대 정원 규모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2026년 1월 중에 회의를 집중적으로 개최해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대변인은 “의사 수급 정책은 단순히 의사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교육 여건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겨 발표된 이번 결과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정심은 이번 추계 결과를 단순히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의과대학 교수들을 포함한 전문가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추계의 과학성을, 의료계는 현실 적합성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25년을 마무리하며 던져진 ‘2040년 1만 명 부족’이라는 화두는, 다가오는 2026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의료 정책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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