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 고주파절제술 보험사기 혐의 외과의사, 3심 끝에 승소 확정, 대법원, “환자 주관적 증상 따른 의사 진료 결정… 불법행위 단정 어려워”
갑상선 결절 환자들에게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한 외과의사가 보험사로부터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통한 보험사기 가담’이라는 혐의로 제기된 2억7천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의사의 진료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의료인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의 주관적 증상에 기반한 의료 결정을 존중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진료기록 감정의 ‘과잉진료’ 진술에도 환자 주관적 증상 고려한 판결
대법원 제1부는 지난 20일 DB손해보험이 외과 전문의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사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보험사 패소가 확정됐다.
DB손해보험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환자 13명이 A씨가 운영하는 B의원에서 갑상선 고주파 절제술을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것이 불필요한 과잉진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험사는 서로 주소지가 다른 환자들이 “대학병원도 아닌 B의원에 내원한 점이 이례적”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보험사 측은 환자들이 서울과 경기도, 광주광역시, 충청남도 등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데도 모두 B의원을 찾아 시술을 받은 점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들의 갑상선 결절 크기가 모두 1.5cm 미만으로, 초음파상 확인되는 결절의 위치나 크기에 비춰 볼 때 고주파절제술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입원치료도 불필요했다고 주장했다.
DB손해보험은 B의원 상담실장이 시술과 입원 치료 등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방향으로 환자들을 유도했으며, A씨가 갑상선 결절 시술 기준을 위반하고 결절의 양성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의사 A씨가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하고 입원 치료까지 받게 했다”며 환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2억7,306만1,706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의사-환자 진료계약과 보험계약은 별개”… 1심부터 보험사 청구 기각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2023년 2월 DB손보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사는 환자와 진료계약을 체결했을 뿐 환자와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어떤 의무를 부담하거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료법 관련 법령에서 과잉·허위 진료와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을 금지한 규정이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령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관계 법령에 따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도, 의사가 저지른 잘못과 보험사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가 직접 보험사를 기망하거나 환자와 공모했다는 사실 등이 증명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보험사와 보험계약 관계가 아닌 의사가 보험사고 발생, 원인 또는 내용 등에 관해 보험사를 기망해 환자들이 보험금을 받도록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의사와 환자 간의 진료 관계가 보험사와의 관계와는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었다. DB손보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진료기록 감정 결과보다 주치의 판단 우선시… “주관적 증상 무시할 수 없어”
DB손보의 항소에도 2심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2024년 10월 항소를 기각하며,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견보다 환자를 직접 진료한 주치의의 판단을 우선시했다.
2심 진료기록 감정의는 갑상선 초음파 영상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고주파 절제술 대상이 아니고 의학적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감정의는 갑상선 결절의 크기가 압박 증상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증상이 없는 결절의 크기는 2.2cm(표준편차 1.2cm)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정의 스스로도 이런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증이나 이물감, 잔기침 등 증상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환자들이 문진표에 여러 증상을 표시했고, 일부 환자는 갑상선암을 앓은 가족력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들이 B의원 내원 시 작성한 문진표에서 갑상선 결절과 관련된 증상 다수 항목에 표시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재판부는 “이런 주관적 사정이 환자들의 시술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6시간 이상 입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감정의 의견에 대해서도 “환자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고주파 절제술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개별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론적 기준으로는 의사의 진료 판단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심 재판부는 “의학적으로 양성 결정이 주위 기관과 조직을 압박하는 증상이 있을 때 고주파 절제술을 고려하고 통증·이물감·압박 등 증상은 결정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외과 전문의인 A씨가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관적 증상 또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고주파 절제술을 시행했다고 해서 보험사에 대한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보험사기 공모 증거 부족”… 의사의 주관적 판단 존중한 최종 판결
2심 재판부는 환자들이 DB손보 실손보험 계약자라는 사실을 A씨가 사전에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어 “환자와 의사가 공모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피고 운영 의원에 방문해 이 사건 시술을 받기로 결정할 때, 이 사건 피보험자들이 국민건강보험 외에 원고와 사보험(실비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는지 여부를 피고가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B의원 상담실장이 실손보험 청구를 유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 A씨가 여기 관여했거나 상담실장의 행위를 알았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설령 상담실장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의사 A씨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DB손보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로써 보험사는 약 3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여러 중요한 법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의사와 환자 간의 진료계약은 보험사와 환자 간의 보험계약과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둘째, 의료행위에서 환자의 주관적 증상과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셋째, 의료 감정이 제시하는 일반적 기준보다 실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구체적 판단이 우선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법원이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비록 감정의가 의학적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더라도, 외과 전문의로서 환자의 증상과 요구를 고려한 A씨의 진료 결정이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한 판결로, 향후 유사 사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와 보험업계 모두에 시사점을 준다. 의료계에는 환자의 증상과 요구에 따른 진료 결정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확인해 주었고, 보험업계에는 의료인의 진료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에 신중해야 함을 시사했다. 궁극적으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의료 행위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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