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협상 결과, 필수의료 살린다더니 인상률은 역대 최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의료 공급자 단체 간의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을 위한 협상이 30일 오전 7시 30분경 최종 마무리됐다. 이번 협상은 전날인 5월 29일 저녁부터 시작되어 13시간이 넘는 밤샘 마라톤 논의 끝에 의원 유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유형이 타결되는 결과로 귀결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1.6%의 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반면 약국 유형은 수가협상 역사상 최고치인 3.7%의 인상률을 기록하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협상 결과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 기조와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한계가 충돌하며 유형별로 극명한 희비가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역대 두 번째 최저 수준의 추가소요재정 밴드 규모 확정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추가소요재정(밴드)의 규모였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한 2027년도 전체 밴드 규모는 약 1.6% 안팎으로 추산됐다. 이는 유형별 수가 협상이 도입된 지난 18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1년의 1.64%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최근 5년간의 수가 인상률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1.99%, 2022년 2.09%, 2023년 1.98%, 2024년 1.98%, 2025년 1.96%로 2% 내외를 유지해왔으나, 2027년도 협상에서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밴드가 대폭 축소됐다.
공단 협상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해준 범위 내에서만 인상률을 제안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급자 단체들의 증액 요구를 방어했다. 특히 의원과 병원 유형에는 초기 제안 단계부터 1% 미만의 낮은 수치를 제시하며 협상 초기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공단은 29일 저녁 첫 만남에서 병원 0.9%, 의원 1.1%를 제안한 반면, 약국에는 2.9%, 한방 2.2%, 치과 2.0%를 제시하며 유형 간 격차를 뚜렷하게 설정했다.
의원급 유일 결렬과 대한의사협회의 강경 대응 방침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공단과의 세 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최종 제시안인 1.6%를 거부했다. 박근태 의원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단이 의료계의 합리적인 근거 자료와 절박한 호소를 묵살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의협 측은 고물가, 고금리, 고인건비의 삼중고 속에서 일차의료 기관들이 경영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수가 인상을 요구해왔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의원급 수가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공단이 제시한 1.6%는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는 사실상 일차의료를 포기하는 선택이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이번 결렬에 따라 2027년도 의원 유형 환산지수는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건정심은 공단의 최종 제시안 수준에서 인상률을 확정하는 경향이 있어 의원급의 불만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약국 3.7% 타결과 병원계의 대승적 결단 배경
반면 약국 유형은 3.7%라는 역대 최고 인상률로 협상을 타결하며 대조적인 결과를 얻었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목표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으나 약국 수가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 진행에 합의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병원 유형은 최종 1.2% 인상안에 합의했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해 1.3%의 인상률이 적용됐다.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수가협상단장은 재정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지역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병원급 진료비 산정 과정에서 전공의 사태에 따른 보상금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등 정책 지원금이 포함돼 진료비가 과대 계상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 협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병협은 향후 남은 상대가치 개편 과정에서 병원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대가치 연계 재정 배분 방식의 확대와 구조적 변화
이번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협상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환산지수 인상률과 상대가치 점수 조정을 연계하는 방식이 전 유형으로 확대 적용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병원과 의원 유형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됐던 이 방식은 올해 치과와 한방 유형까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한방은 환산지수 2.8% 인상에 상대가치 연계 0.2%를 더해 실질 인상률 3.0%를 기록했다. 치과 역시 환산지수 2.4%와 상대가치 연계 0.2%를 합산해 2.6%로 타결됐다. 병원은 환산지수 1.2%에 상대가치 연계 0.1%가 추가되어 최종 1.3%의 인상 효과를 보게 됐다.
그러나 공급자 단체들은 이러한 방식이 전체적인 수가 인상 폭을 제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단장은 기존 재정을 떼어내어 다른 곳에 붙이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현행 협상 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절차 및 수가 적용 일정
협상이 타결된 병원, 치과, 한방, 약국 유형의 인상률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결렬된 의원 유형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겨져 2026년 6월 중 최종 인상률이 결정될 예정이다. 건정심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서 결정된 수치는 번복이 불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는 건정심 과정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위기를 지속적으로 피력할 방침이지만, 공단이 제시한 1.6%를 넘어서는 결과를 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른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은 2027년 1월 1일부터 전국 의료기관 및 약국에 일제히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수가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유형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의료 전달체계 개선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