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 결렬, 건정심 강제 결정 절차 돌입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2027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양측은 2026년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밤샘 협상을 이어갔으나, 인상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유감을 표하며, 의료 현실을 외면한 낮은 수가 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상 결렬로 인해 2027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결정권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과 추가소요재정 규모의 한계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추가소요재정, 이른바 ‘밴드’의 규모와 그에 따른 수가 인상률이었다.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은 무너져가는 일차의료의 회복을 위해 의료 현장의 물가 상승분과 운영 비용 증가를 반영한 실질적인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최종 인상률은 의료계가 요구한 최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 측은 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역대 최저 수준의 추가소요재정을 바탕으로 산출됐으며, 이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인상률은 사실상 수가 삭감과 다름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차의료기관의 경영난과 삼중고에 대한 의료계의 호소
의원급 의료기관은 현재 고물가, 고금리, 고인건비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의원 경영의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각종 의료 기기 및 소모품 가격의 상승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일차의료기관이 필수의료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합리적인 근거 자료와 절박한 호소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러한 일방적인 협상 태도가 필수의료의 회복이 아닌 의료 포기를 강요하는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일차의료의 몰락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된 의사결정 구조의 불합리성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027년도 의원유형 환산지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수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가입자, 공급자, 공익 위원으로 구성된 건정심이 인상률을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의 건정심 구조가 정부와 가입자 측에 유리하게 편중되어 있어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 주도로 환산지수가 결정될 경우 일차의료의 왜곡과 전달체계 붕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필수의료 유지와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을 위한 향후 과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일차의료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즉시 합리적인 수가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협상 결렬은 단순히 인상률의 차이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건정심 회의를 통해 최종 인상률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7년도 수가 결정 결과는 향후 의료 서비스의 질과 국민의 의료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 회복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