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무덤 친구할래? 일본 고령층 1인 가구 급증… 2050년 108만 가구 넘어설 듯, 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일본의 ‘슈카츠’ 문화 확산
일본에서는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슈카츠(終活)’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어로 ‘종활’을 의미하는 슈카츠는 인생의 마무리를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준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엔딩 서비스 시장은 이미 2조 엔(약 18조 6000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사회보장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 일본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08만3000가구로, 2020년 대비 46.9%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32개 도도부현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주로 50~6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덤 친구’ 만들기, 합장묘에서 새로운 인연 찾기
일본 슈카츠 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무덤 친구(墓友)’ 만들기다. 일본어로 ‘하카토모’라 부르는 이 관계는 합장묘에 함께 묻힐 사람들과 미리 친목을 다지는 새로운 트렌드다.
효고현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은 고베시 두 곳에 합장묘를 운영하며, 이미 계약을 마친 250여 명의 회원들에게 연 2~3회 모임 기회를 제공한다. 이 모임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참석자들은 점심을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합장묘 이용 비용은 1인당 10만~20만 엔(97만~194만 원) 정도로, 매년 별도의 유지비가 필요 없다는 점도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참가자들은 ‘죽은 뒤에 같이 볼 사이’라는 생각으로 의외로 금방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모임에 불참할 경우 간단한 사유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느슨한 관계 형성이 오히려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의견이다.
급증하는 공영 합장묘, 20년간 4배 증가
NHK 조사에 따르면 일본 인구 10만 이상 도시 등 지자체 97곳의 합장묘가 지난 2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도쿄도와 인근 수도권 지역에서는 동 기간 약 38만 명 분량의 매장 공간이 새로 마련됐다.
치바시의 수목장 형태 합장묘는 700명 모집에 3,600여 명이 신청해 5: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일부 수목장 타입 합장묘에는 38:1의 경쟁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합장묘는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이에게 평등한 안치 권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복지 측면으로도 접근되고 있다. 치바시의 일반 합장묘 영구 사용료는 62만 엔(약 550만 원)이며, 관리비는 연간 5만 원 정도다.

개성 있는 장례 문화, 슬픔을 넘어 자신만의 마무리
일본에서는 죽음을 단순한 슬픔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관 꾸미기와 같은 개성 있는 장례 문화가 유행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풍경이나 꽬로 관을 장식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건강할 때 미리 장례식을 열어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생전 장례식’도 대중화되고 있다. 이러한 장례식은 마치 파티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5년 사이에는 해양장(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2.5배 증가했다. 2018년 1,049건에서 2023년 2,611건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남은 이들의 관리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슈카츠 여행과 엔딩노트, 죽음 준비 문화의 확산
장례 방식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일일 버스 투어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 하루 동안 세 가지 다른 컨셉의 장례식장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이 투어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례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엔딩노트’ 작성도 슈카츠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다이소 등 100엔 숍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엔딩노트는 유언처럼 법적 효력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과 자산 상황, SNS 패스워드, 지인들의 연락처 등을 기록할 수 있어 실용적인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반려동물에 관한 내용을 기재할 수 있는 엔딩노트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려동물의 이름, 나이, 보험 가입 여부, 식습관, 주로 이용하는 동물병원 정보 등을 상세히 기록해 사후에도 반려동물이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자율적 선택으로서의 죽음, 인식의 변화
일본의 엔딩 서비스 트렌드는 “태어날 때와 달리 죽을 때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어로 ‘슈카츠’는 취업 활동을 뜻하는 ‘취활(就活)’과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종활(終活)’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비록 전혀 다른 의미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한다는 점에서 삶의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죽음을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게 만들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무덤친구할래요? 일본의 새로운 풍속도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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