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직후 뼈가 혈중 칼슘을 몽땅 흡입, 부갑상선 절제 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저칼슘혈증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일부는 수술 직후 혈중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급감하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는 골 조직이 혈액 내 칼슘과 인산염을 급격히 흡수하면서 발생하는 상태로, 임상 현장에서는 이를 ‘배고픈 뼈 증후군(Hungry Bone Syndrome, HBS)’이라 정의한다.
수술 전 과도하게 분비되던 부갑상선 호르몬(PTH)이 수술을 통해 급격히 차단되면서, 그동안 뼈에서 칼슘을 빼내던 작용이 멈추고 반대로 뼈가 무기질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리바운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현상은 내분비계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대사 장애 중 하나로 꼽히며,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신 경련이나 부정맥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부갑상선 절제술 후 골 조직의 급격한 칼슘 재흡수 기전
배고픈 뼈 증후군의 핵심 기전은 골 대사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는 평소 부갑상선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파골세포가 활성화되어 골 흡수가 촉진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뼈의 무기질 성분은 지속적으로 혈액으로 빠져나가고 뼈는 점차 약해진다. 그러나 수술을 통해 병변이 제거되면 혈중 호르몬 수치가 급감하며 파골세포의 활동이 즉시 중단된다. 반면 조골세포에 의한 골 형성 작용은 일정 기간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면서 혈액 내에 존재하는 칼슘과 인을 대량으로 소모하게 된다. 뼈가 마치 굶주린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듯 칼슘을 흡수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처럼, 이 과정에서 혈중 칼슘 농도는 정상 범위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급락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수술 전 골 대사 회전율이 높았던 환자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현재 학계에서는 만성 신부전으로 인한 이차성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나, 수술 전 혈청 칼슘 및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수치가 매우 높았던 환자를 주요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골밀도가 매우 낮았던 환자 역시 수술 후 뼈가 채워야 할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배고픈 뼈 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수술 직후 24시간에서 72시간 사이에 칼슘 수치가 최저점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환자의 경우 수주 동안 이러한 저칼슘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저칼슘혈증이 유발하는 신경계 이상 증상과 급성 발작 징후
혈중 칼슘은 신경과 근육의 흥분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전해질이다. 따라서 배고픈 뼈 증후군으로 인해 칼슘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신경계 근육의 흥분성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입술 주위나 손발 끝의 감각이 이상해지거나 찌릿찌릿한 저림 증상이 발생한다. 상태가 악화되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테타니(Tetany)’ 현상이 나타나며, 안면 신경을 두드렸을 때 입가가 실룩거리는 ‘크보스테크 징후(Chvostek sign)’나 혈압 측정 시 손목이 안으로 굽는 ‘트루소 징후(Trousseau sign)’가 관찰되기도 한다.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혈액 검사 지표와 임상적 진단 기준
중증의 배고픈 뼈 증후군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심장 근육의 수축력에 영향을 주어 심부전을 일으키거나 심전도상 QT 간격 연장을 초래해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두 근육에 경련이 발생하면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 곤란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칼슘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인, 칼륨 등의 전해질 수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수치상의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면 즉시 고용량 칼슘 투여를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배고픈 뼈 증후군의 위험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2022.05.15. Journal of Bone and Mineral Metabolism에 발표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경민 교수팀의 연구(‘Clinical characteristics and risk factors for hungry bone syndrome after parathyroidectomy in patients with secondary hyperparathyroidism’) 결과, 수술 전 혈청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수치가 높을수록 HBS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또한 2020.08.03.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팀의 연구(‘Predictors of Hungry Bone Syndrome After Parathyroidectomy in Patients With Primary Hyperparathyroidism’)에 따르면, 제거된 부갑상선 선종의 크기가 클수록 수술 직후 칼슘 수치가 더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데이터는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여 사전에 고용량 칼슘 및 비타민D를 선제적으로 투여하는 근거가 된다.
전문가 역시 수술 후 철저한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윤호21병원 이윤호 병원장(내과전문의)은 배고픈 뼈 증후군을 수술 후 혈청 칼슘 수치가 8.4mg/dL(2.1mmol/L) 미만으로 떨어지고 이러한 저칼슘혈증이 최소 4일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 원장은 학술 활동을 통해 중증 환자의 경우 급격한 전해질 불균형이 심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술 직후 세심한 관찰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해 왔다. 이처럼 임상 현장에서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사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전해질 안정을 위한 칼슘 제제 투여 및 장기적 추적 관찰 전략
배고픈 뼈 증후군의 치료는 부족한 칼슘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보충하는 것에 집중된다. 증상이 있는 중증 저칼슘혈증의 경우 글루콘산 칼슘(Calcium gluconate)을 정맥 주사로 투여하여 혈중 농도를 빠르게 회복시킨다. 이후 상태가 안정되면 경구용 칼슘 제제와 활성형 비타민 D를 병행 투여하여 뼈의 재광화 과정을 지원한다. 이때 마그네슘 수치가 낮으면 칼슘 보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마그네슘 역시 함께 교정해야 한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고 신장에서 칼슘 배설을 줄이는 역할을 하므로 치료 과정에서 핵심적인 보조제로 사용된다.
환자는 퇴원 후에도 일정 기간 식단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유, 치즈, 멸치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되 인산염 수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골 조직의 무기질화가 완료되면 혈중 칼슘 농도는 자연스럽게 안정화되지만, 골 손실이 심했던 환자는 수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보충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의료진은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통해 혈액 수치를 확인하고 보충제의 용량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며 환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배고픈 뼈 증후군은 수술 후 겪을 수 있는 일시적인 진통일 수 있으나, 그 대처 방식에 따라 회복의 질이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고픈 뼈 증후군은 부갑상선 수술 후 골 대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설적인 합병증으로, 특히 수술 전 골 흡수가 심했던 환자일수록 칼슘 급강하 폭이 크다.”며 “초기 저림 증상을 단순한 수술 후유증으로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부정맥이나 호흡 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수술 직후 72시간 동안은 전해질 수치를 정밀 모니터링하며 고용량 칼슘 및 비타민 D 투여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