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바다를 둘러싼 패권 경쟁과 조선업’ 역량 격차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현황
2025년 1월 기준 미국 해군의 전투함 보유 대수는 296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이후 270척에서 300척 사이의 정체 구간을 벗어나지 못한 수치다. 반면 중국 해군은 이미 370척 이상의 전투함을 확보하며 함정 수 기준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 내 전문 분석기관들은 양국 해군의 양적 격차가 향후 10년 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상 교역은 전 세계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식량과 에너지 자원의 주된 수송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해상 통행권과 교역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조선업은 이러한 해군력 강화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글로벌 함대 배치를 통해 해상 안전을 보장해 왔으나 최근 조선업 생산 능력의 저하로 인해 그 지위가 도전받는 상황이다.

미·중 해군력 역전 현상과 조선업 생산 능력의 비대칭성
미국 해군정보국(ONI)의 공식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종합적인 조선 건조 역량은 미국의 약 23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의 특정 대형 조선사가 건조한 상선 톤수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현재까지 건조한 전체 상선 톤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거대한 상선 건조 역량은 전시 또는 위기 상황 발생 시 군함의 신속한 건조 및 수리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운용 경험과 원양 작전 능력, 글로벌 기지 네트워크 측면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함정의 노후화와 보충 능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매년 4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해군력 증강에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전력 증강 속도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조선업의 쇠퇴와 한국 조선사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
미국 조선업은 숙련공 부족과 설계 역량의 저하, 공급망 붕괴 및 공정 관리 경험 부재로 인해 해군의 신규 건조 주문을 적기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보유 중인 함정들 또한 수리 및 정비(MRO)가 지연되면서 작전 투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선업은 단기간 내 설비 구축만으로 역량이 재건되지 않는 숙련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한미 양국 정상은 2025년 11월 미국 조선업 현대화 및 미 해군 함정 정비 협력을 포함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후 미국 국회에서 통과된 ‘미국 전략 산업 투자 법안’에는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규모의 조선 협력 자금이 편성됐다. 해당 자금은 미국 내 조선소 시설 투자, 선박 건조 지원, 인력 양성 및 금융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며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분쟁과 해상 수송로 위기가 촉발한 각국의 자주국방 수요
최근 발생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는 해상 수송로의 안전이 패권국에 의해 무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물동량은 전쟁 전 대비 5%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 해군조차 상선의 안전한 호송을 전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세계 각국은 스스로의 해상 항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미, 중동 및 유럽 지역 국가들은 해군력 증강을 위한 예산 편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함정과 보급함을 공급하는 조선업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해안선 방위를 위해 2035년까지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60조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 조선업의 기술적 우위와 글로벌 함정 시장 점유율 확대
한국 조선업은 상선 분야뿐만 아니라 군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상선의 대량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설계 및 납기 관리 역량은 군함 건조 분야에서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이라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지스급 대형 구축함 건조 사례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업체 대비 약 50% 수준의 비용으로 함선을 납품한 기록이 있다. 유럽 조선소는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 여력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으며 일본 조선업계 또한 2028년까지 생산 예약이 완료되어 추가 수주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품질, 가격, 납기 준수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매력적인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특히 잠수함은 탐지가 어렵고 억제력이 큰 비대칭 전력으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의 잠수함 도입 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해양 방산 역량 기반의 동맹국 간 조선 협력 체계 구축 현황
조선업은 단순한 제조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상선 건조 역량과 첨단 방산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소수의 국가 중 하나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조선 시장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조선업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수주 능력을 넘어 동맹국 간의 정비 협력 및 기술 공유 체계 구축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춘 해군 전력 확보를 중시함에 따라 한국의 구축함, 호위함, 보급함 및 잠수함 수주 기회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조선업은 다시금 세계 질서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서 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