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꼽 아래 극심한 통증, 충수염 골든타임 놓치면 생명 위협…10만 명 이상 매년 수술
흔히 ‘맹장염’으로 알려진 충수염은 하찮게 여겼다간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충수염 수술을 받을 정도로 흔하지만, 발병 후 24~48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는 통증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 위치한 맹장 끝에 붙어 있는 7~10cm 길이의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바로 충수염이다. 과거에는 맹장염으로 잘못 불렸지만, 맹장 자체에 염증이 생기는 맹장염과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충수가 장내 세균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단순한 퇴화 기관이 아님이 알려졌다.

굳은 대변이 충수 막아 염증 유발…어린이는 세균 감염도 원인
충수염은 충수 내부가 막히면서 시작된다. 좁고 긴 주머니 형태의 충수는 일단 막히면 내부 세균이 증식하고, 점액이 배출되지 못해 압력이 높아지면서 팽창한다. 충수를 막는 주범은 돌처럼 굳은 대변인 분변석이다. 이 외에도 기생충, 종양, 림프 조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이 충수염의 경우 감기나 장염을 유발하는 세균 감염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균이 분비하는 독성 물질이 림프 조직을 부풀게 하여 충수 외부를 압박, 폐쇄를 유발하는 것이다.
반면 성인은 대부분 굳은 대변이 충수 입구를 막아 염증이 시작된다. 폐쇄된 충수 내부에서는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고, 심하면 충수 조직이 찢어져 천공이나 고름 주머니인 농양이 생길 수 있다. 발병 후 2~3일 이내에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서 천공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복막염, 심하면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초기 증상 소화불량과 유사…우측 하복부 통증 시 즉시 병원 찾아야
충수염 초기에는 구토나 메슥거림 등 소화불량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충수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복통이다.
처음에는 상복부나 배꼽 주변에 모호하게 나타났던 통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측 하복부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 충수의 위치는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어 우측 옆구리에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복통과 함께 미열이나 오한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충수염으로 인한 복통은 매우 심해 허리띠를 매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통증 강도가 약하거나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어린이는 통증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병원 방문을 두려워해 숨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복통이 4~6시간 이상 지속되고 우측 하복부로 옮겨가면서 심해진다면 충수염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고령층은 충수염 진행 속도가 빠르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복부 촉진, 혈액 검사, CT 촬영 등으로 진단…수술이 원칙
충수염으로 인한 복통은 배란통, 골반염, 급성 담낭염 등 다른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복부 촉진을 통해 충수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압통)과 손을 뗄 때 더 심한 통증(반발통)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혈액 검사를 통해 백혈구 수치 증가 여부를 파악하고, 복부 CT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충수의 염증 및 천공, 농양 유무 등을 정밀하게 진단한다. 특히 CT 검사는 충수 주변의 염증 정도와 다른 질환과의 감별에도 유용하다.
충수염으로 진단되면 즉시 수술을 통해 염증이 생긴 충수를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과거에는 개복 수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어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이 선호된다. 복강경 수술은 흉터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충수염이 심하게 진행되어 천공이나 농양, 복막염까지 발생한 경우에는 먼저 배액관을 삽입하여 고름과 염증 물질을 배출하고 항생제 치료 후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충수를 제거해도 생존이나 삶의 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대부분 수술 후 2~3일 내에 퇴원할 수 있다.
항생제 치료는 제한적…수술만이 근본적인 해결책
최근에는 수액과 항생제를 이용한 비수술적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항생제가 염증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충수염의 주요 원인인 굳은 대변을 제거하지 못해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항생제 내성균 발생 가능성과 충수 주변 조직의 변형으로 인해 추후 수술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일부에서는 약물로 굳은 대변을 녹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충수염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충수염 수술은 한 번의 치료로 염증을 완전히 제거하고 재발 및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수술 시간도 짧고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충수염 예방 방법은 없어…의심 증상 시 즉시 병원 방문해야
충수염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질환이다. 충수를 막는 원인 중 하나가 굳은 대변이므로 물이나 식이섬유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론적인 주장이 있지만, 아직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충수염이 발생했을 때 지체 없이 수술하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전형진 민병원 외과 진료원장은 “충수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뚜렷한 예방법은 없지만 최근 의료 기술 발전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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