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아이 눈동자가 흰색으로 반짝인다면? 망막모세포종 조기 증상인 아이 눈동자 흰색 반사 현상과 보호자 주의 사항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일상적으로 촬영한 사진 속에서 아이의 눈동자가 평소와 다르게 빛나는 현상을 발견한다면 이는 단순한 사진 촬영 상의 오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었을 때 눈동자가 붉게 나타나는 ‘적목 현상’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반대로 눈동자가 하얗게 혹은 노랗게 반짝인다면 소아 안구 내 악성 종양인 망막모세포종을 의심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백색동공(Leukocoria)’ 현상을 암의 신호를 알리는 결정적인 지표로 분류하고 있으며,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아이의 시력 보존은 물론 생명까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유아 안구 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악성 종양의 기전
망막모세포종은 영유아의 안구 내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악성 종양으로, 2023년 12월 2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아암(0~14세) 발생 사례 중 약 2.1%를 차지한다. 이 질환은 망막의 미성숙한 세포인 망막모세포에서 암이 시작되며, 대부분 5세 미만의 소아에게서 진단된다. 종양이 망막에서 자라나 안구 내부를 채우기 시작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종양 덩어리에 부딪혀 반사되는데, 이때 사진상에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는 백색동공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 전문의들은 이 증상이 관찰될 정도라면 이미 종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확률이 높으므로 즉각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망막모세포종의 약 60%는 한쪽 눈에만 발생하는 단안성으로 나타나고, 나머지 40%는 양쪽 눈 모두에 발생하는 양안성으로 나타난다. 양안성의 경우 대개 유전적 변이가 원인인 경우가 많으며, 단안성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발병하는 경향을 보인다. 종양은 망막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신경을 타고 뇌로 전이되거나 혈류를 통해 뼈, 간, 림프절 등으로 퍼질 위험이 있어 신속한 처치가 필수적이다. 진단 과정에서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 안저 검사, 초음파 및 MRI 촬영 등이 동원되어 종양의 크기와 전이 여부를 파악한다.
백색동공 외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추가 임상 증상
부모가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은 단연 백색동공이지만, 이외에도 주의해야 할 징후는 다양하다. 두 번째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사시’이다. 종양이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을 침범하면 시력이 저하되면서 아이의 눈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안구의 염증이나 안압 상승으로 인해 눈이 충혈되거나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드물게는 홍채의 색이 변하거나 안구가 돌출되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한 안과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 시기를 늦추는 원인이 된다.
가든안과의원 나현 원장은 “아이들은 시력이 떨어져도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진 속에서 아이의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거나 평소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초점이 불안정하다면 지체 없이 소아 안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영유아 검진 항목에 안저 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스스로 이러한 이상 징후를 인지하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학술 자료로 입증된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예후 분석
망막모세포종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진단이 늦어질수록 안구 적출이 불가피하거나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2021.10.12.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박상준 교수팀의 연구 [Retinoblastoma Incidence and Survival in South Korea: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결과, 국내 망막모세포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진단 당시 종양의 병기가 높을수록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가적 차원의 조기 스크리닝 체계가 확립될 경우 환아들의 안구 보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스마트폰 사진을 활용한 백색동공 감지의 유효성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2019.10.23.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베일러 대학교 브라이언 쇼 교수팀의 연구 [Autonomous identification of leukocoria in baby photographs using a smartphone application]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사진 속 백색동공 현상은 실제 병원 진단이 내려지기 평균 1.3년 전부터 이미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이언 쇼 교수의 연구는 부모가 아이의 일상 사진을 꼼꼼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기록이 초기 진료의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보존적 치료부터 안구 적출까지 최신 치료 동향
망막모세포종의 치료 목표는 첫째 생명의 보존, 둘째 안구의 보존, 셋째 시력의 보존 순이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국소적일 때는 레이저 치료, 냉동 치료, 혹은 국소적인 방사선 치료 등을 통해 종양을 파괴한다. 종양이 진행된 경우에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이나 안동맥 내 항암 주입술을 시행하여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시도를 한다. 안동맥 내 항암 주입술은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 카테터를 안구 혈관까지 진입시켜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현재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종양이 너무 커서 안구 내부를 가득 채웠거나 시신경 침범이 의심되는 경우, 그리고 다른 치료법으로도 제어가 불가능할 때는 전이를 막기 위해 안구를 적출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안구 적출 후에는 의안을 착용하게 되며, 수술 이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재발이나 반대편 눈의 발병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전성 망막모세포종을 앓았던 생존자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골육종이나 연조직 종양 등 2차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으므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현재 의학계는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을 통해 고위험군을 사전에 선별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