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유형 맞춤형 식단 구성 통한 전신 건강 관리법, 최적의 식이 조절 방안
혈액형이나 유전적 요인만큼이나 중요한 건강 지표로 ‘장내 세균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또한 개인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11년 4월 20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피어 보크(Peer Bork) 교수팀의 연구 [Enterotypes of the human gut microbiome]에 따르면 이를 ‘엔테로타입(Enterotype)’이라 명명하고, 개별 유형에 따라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상이함을 입증했다.
자신의 장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건강식 섭취는 오히려 배에 가스를 유발하거나 소화 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장내 세균 분포에 맞춘 식단 구성이 영양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고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장내 세균 군집 형태인 엔테로타입의 과학적 정의와 분류
장내 세균 유형은 크게 세 가지 핵심 군집으로 분류된다. 이는 특정 미생물이 장내에서 우점종으로 자리 잡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첫 번째 유형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가 주를 이루는 형태로, 주로 단백질과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에게서 관찰된다. 두 번째는 프레보텔라(Prevotella)가 우세한 유형으로, 식이섬유와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마지막은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가 중심이 되는 유형이다. 이러한 분류는 지리적 위치나 인종보다는 식습관의 장기적인 축적 결과로 형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신의 엔테로타입을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소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체내 대사 효율을 조절하는 첫걸음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2011.04.20.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피어 보크(Peer Bork) 박사팀의 연구[Enterotypes of the human gut microbiome]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의 장내 생태계는 국적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박테로이데스, 프레보텔라, 루미노코쿠스라는 세 가지 뚜렷한 유형으로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어 보크(Peer Bork) 교수팀은 각 유형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개별적인 장내 미생물 환경이 영양소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분해 능력 결정하는 유익균의 역할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최종적으로 분해하고 흡수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효소 공장 역할을 수행한다. 프레보텔라가 우세한 유형의 사람은 복합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면, 박테로이데스 비중이 높은 사람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분해에 더 최적화된 구조를 갖는다. 만약 프레보텔라 유형의 사람이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지속할 경우, 에너지원이 부족해진 장내 세균이 장 점막을 공격하거나 비정상적인 가스를 생성하여 복부 팽만감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분해 능력에 맞는 주요 영양소 비중을 설정하는 것이 소화기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랩스와이즈넷 장정우 대표는 “사람마다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혈당 반응이나 에너지 대사 효율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고광표 교수는 2019년 6월 13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 [Long-term dietary habits are associated with significant differences in gut microbiota and metabolomes]에 따르면, 장기적인 식습관이 미생물 군집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이는 곧 대사 산물의 차이로 직결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고 교수는 이어 “자신이 어떤 미생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먹이(프리바이오틱스)’를 공급하는 식단 관리가 현대인의 만성 질환 예방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인별 장내 환경 고려한 맞춤형 식사법의 실질적 효과
개인 맞춤형 식단이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 변화는 이미 다양한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특정 유형의 미생물에게 유리한 영양소를 집중 공급하면 유익균의 증식이 활발해지고, 이는 곧 염증 반응 감소와 면역력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배에 가스가 자주 차거나 변비, 설사 등 과민성 장 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 엔테로타입 분석을 통한 식단 교정만으로도 상당한 증상 완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2021년 1월 11일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된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영양학부 사라 베리(Sarah E. Berry) 교수팀의 연구 [Potentially modifiable microbial and host features are associated with plasma metabolites and health]에 따르면, 특정 미생물 지표를 기반으로 식단을 조절했을 때 혈중 지방 대사와 염증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됨이 입증되었다.
식단과 장내 미생물의 상관관계는 고도화된 연구를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 2015.11.19.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에란 시걸(Eran Segal) 교수팀의 연구 [Personalized Nutrition by Prediction of Glycemic Responses] 결과에 따르면,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간 혈당과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개인별 혈당 수치 변화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확인됐다. 에란 시걸(Eran Segal) 교수팀은 장내 세균 구성을 기반으로 설계한 맞춤형 식단이 일반적인 저지방 식단보다 혈당 조절 및 체중 관리에 훨씬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 데이터가 개인 건강 관리의 핵심 지표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식단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본인의 장내 세균 유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몸에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채소와 통곡물 위주의 식사가 적합한 사람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자신의 장내 미생물과 소통하며 식단을 조절하는 ‘스마트 영양 관리’의 실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소화 불편감을 해결하고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현재의 식습관이 자신의 장내 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