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의대정원 정책 말장난, 1년 넘게 지속된 의료현장 붕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의협은 1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1년이 넘도록 의료환경이 정상화되지 못해 고통을 겪고 계시는 환자들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발표는 ‘말장난’… “입학정원 줄인 것 아니다”
의협은 지난주 금요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계획에 대해 “마치 2천명 증원을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학정원을 줄인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장의 건의를 받아서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하는 것이지 정원은 5,058명이라고 단정했다”면서 “그 3,058명도 조건부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의 말장난에 국민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결국 정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현장 붕괴 현실화… “사명감으로 버티던 의사들 자리 떠나”
의협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의료현장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환자를 살리는 일에 그나마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던 의사들은 자리를 떠나고 있다”며 “지역의료의 심각한 붕괴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렇게 많은 상처가 생겼는데도 정부는 정책 추진 실패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가 좋은 의도로 만들고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수 있다”며 “그렇다면 사과하고 다시 정비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고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24·25학번 교육 문제 해결 우선… “의대 교육 정상화는 사회적 약속”
의협은 김택우 회장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정원에 대한 숫자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24, 25학번이 겹쳐서 7,500명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 문제가 “교육과 수련을 합쳐 최소 10년의 문제”라며 “의대 교육의 정상화는 좋은 의사를 만들어 내야 하는 대학의 책무이고 사회에 대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담보할 수 있어야 2026년의 정원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많은 고민과 준비로 의대 학장님들께서 안을 만들어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뢰 회복이 핵심… “학생들은 공부하고, 전공의들은 수련 받고 싶어”
의협은 “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어하고, 전공의들은 수련 받고 싶어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승적 결단과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국민 건강을 위한 많은 정책과제에 대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의견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가 먼저”라고 전제했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최고의 시스템으로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추천기사]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임박, 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