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개최… 존엄한 생애 말기를 위한 연명의료 제도적 인프라 대폭 확충하고 유보 시기도 확대 추진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웰다잉(Well-Dying), 즉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내가 만약 큰 병에 걸려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무의미한 기계 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기보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망은 이제 대다수 시민의 공통된 바람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정부가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자신의 생애 말기 의료 선택권을 결정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10시,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개최하고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의 2026년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위원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위원회에서는 존엄한 생애 말기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내실화와 함께 호스피스 인프라를 전방위로 확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까다로웠던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환자의 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울타리를 넓히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임종실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 해소… 안방에서 작성하는 ‘존엄한 마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미래에 자신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하여,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문서를 작성하려면 반드시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상담원과 얼굴을 맞대는 ‘대면’ 방식으로만 등록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혹은 일상이 바쁜 현대인들이 제도를 이용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러한 불편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절차를 마련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제 집 안방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안전하게 본인 인증을 거친 뒤,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오프라인 대면 등록기관도 지역보건의료기관과 병원 내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확대한다. 온라인 기기 조작이 미숙한 디지털 소외계층도 거주지 근처에서 언제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투트랙(Two-Track) 접근성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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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에서 말기로”…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시점 앞당긴다
이번 시행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거시적 변화는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시기를 기존보다 훨씬 앞당기는 방안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상 연명의료를 멈출 수 있는 시기는 환자의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로 엄격하게 한정돼 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고 고통만 가중되는 ‘말기’ 상태에서부터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유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가능 시기를 말기 단계로 확대하는 전향적인 방안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주요 쟁점을 정밀하게 정리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의학적·법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적용 범위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단계적으로 추진되면,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연장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보다 일찍 존엄한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자와 의료진이 연명의료에 대해 더 여유 있고 깊이 있는 상담을 조기에 나눌 수 있도록, 현행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시기를 ‘말기가 예견되는 시점’으로 앞당기는 법 개정도 함께 추진된다.

종합·요양병원 중심 윤리위원회 확대… 어디서나 존엄성 존중받는 의료 환경 구축
환자가 아무리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서류를 작성해 두었더라도, 정작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 내에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형 병원이나 지방의 일부 요양병원의 경우 인력과 재정적 한계로 인해 윤리위원회를 독자적으로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환자의 소중한 의사가 그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윤리위원회 및 공용윤리위원회 설치를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공용윤리위원회란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기 어려운 소규모 병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대형 위원회를 뜻한다. 이를 통해 요양병원 등에 입원한 고령의 환자들이 자신이 평소 원했던 방식대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적 기반이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다져질 전망이다.
전자문서로 투명하게 관리되는 서식… 연명의료결정제도 확산의 든든한 주춧돌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신뢰도 향상을 위한 행정 인프라 고도화 작업도 병행된다. 정부는 종이 서식으로 작성되어 분실이나 훼손의 우려가 있었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다양한 법정 서식들을 안전한 ‘전자문서’ 형태로 변환하여 통합 보관할 수 있는 ‘서식관리시스템’을 전격 구축한다. 디지털 데이터로 투명하고 정밀하게 관리되는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자가 위급 상황에 빠졌을 때 의료진이 전산망을 통해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고 즉각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의료기관 및 등록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도 지속해서 확대한다. 생명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정교한 행정 절차 교육을 통해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계획을 확정하며 “생애 말기의 문제는 나와 내 가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라며, “국민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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