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리뷰가 결정하는 병원의 생사, 전문성 대신 감정이 지배하는 진료실
2021년 9월 28일,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의료계의 서늘한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사에 참여한 1,039명의 개원의 중 무려 61.9%가 포털 사이트의 영수증 리뷰와 별점 평가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고백했다. 이는 단순한 불평불만의 수준을 넘어섰다.
의료진의 전문 지식이나 수술의 성공 여부보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혹은 대기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매겨진 별점 1점이 한 의사의 평생 업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맛집을 고를 때나 쓰이던 잣대가 생명을 다루는 병원 문턱까지 침범하면서, 동네 의원들은 이제 진료가 아닌 리뷰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주관적 분노의 배설구가 된 영수증 리뷰의 민낯
현재 네이버, 다음, 구글 등 대형 포털이 운영하는 리뷰시스템은 의료라는 고도의 전문 영역을 일반 서비스업과 동일 선상에 놓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의료진의 80.8%가 실제 매출 급감을 경험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악의적인 리뷰를 견디다 못해 폐업하거나 지역을 옮긴 사례가 전체의 약 2%에 달한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동안, 누군가는 타 지역 음식점 영수증을 도용해 허위 리뷰를 남기며 병원의 숨통을 조인다. 포털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저평가를 즉각적으로 검색 순위 하락으로 연결시키고, 이는 곧 신규 환자 유입의 단절이라는 사형 선고로 이어진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 익명성 뒤에 숨은 주관적 감정의 배설구가 된 셈이다.
가짜 후기의 유혹과 의료법 위반이라는 부메랑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료기관은 생존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하락한 별점을 복구하기 위해 마케팅 업체를 동원해 가짜 후기를 작성하거나, 환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긍정적인 리뷰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독배다.
2024년 3월 1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불법 의료광고를 대대적으로 적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고 작성된 후기는 의료법 제27조 및 제56조 위반으로, 적발 시 형사고발과 함께 영업정지라는 가혹한 처분이 기다린다. 리뷰 점수라는 허상을 쫓다가 범법자로 전락하는 의사들이 속출하는 배경에는 플랫폼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경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별점 권력의 횡포
별점 테러에 대한 공포는 의료 현장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비급여 시술의 급여 처리를 거부하거나, 부적절한 진단서 발급 요구를 물리쳤을 때 돌아오는 것은 ‘불친절한 병원’이라는 낙인이다. 개원가에서는 환자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진료 거부 병원’이라는 오명과 함께 악플 세례를 받는 일이 일상이 됐다.
소신 진료를 해야 할 의사들이 별점 깎일까 두려워 환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방어진료’의 확산은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 영역이 단순한 감정노동 서비스업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당한 진료를 받아야 할 다른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플랫폼의 책임 방조와 심의 제도의 일원화 필요성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익명성에 기댄 허위 리뷰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강력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는 일반 서비스업과 분리된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으로 분산된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의 기준을 통일하고 혁신해야 한다. 각 직역별로 제각각인 심의 기준은 의료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보건 당국은 단속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포털 플랫폼이 자정 기능을 갖추도록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환자가 별점이 아닌 정확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맹목적인 별점주의가 앗아가는 의료의 본질
포털 리뷰 시스템이 의사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압박을 주며, 이는 결국 소극적인 진료를 유도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특히 개원 초기인 젊은 의사들에게 포털 리뷰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 파괴력은 더 크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훌륭한 수술 실력을 갖췄지만 주차장이 좁아 별점 1점을 받은 의사와, 실력은 미비하지만 화려한 마케팅과 친절한 응대로 별점 5점을 유지하는 의사 중 누구에게 당신의 생명을 맡기겠는가? 병원이 맛집이 되는 순간, 의료의 본질은 사라진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맹목적인 별점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료 정보 소통 패러다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생명은 결코 다섯 개의 별점으로 환산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