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인 줄 알고 먹인 아스피린, 치사율 30% 라이증후군 아이 생명 위협한다
2026년 3월 말,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극심한 환절기 날씨가 이어지면서 인플루엔자(독감)와 수두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최신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이번 시즌 독감 유행은 예년보다 2주가량 길게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에서의 발생률이 급증했다.
이처럼 감기 기운이 있는 아이에게 가정 내 상비약으로 흔히 비치된 성인용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을 임의로 투여할 경우, 치사율이 30%에 달하는 치명적 질환인 ‘라이증후군(Reye’s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어 부모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단순한 감기약 한 알이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학계의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바이러스와 아스피린의 치명적 결합, 라이증후군이란
라이증후군은 감기나 수두 등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발생하는 급성 뇌증과 간의 지방 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하고도 위험한 질환이다. 이 병의 무서움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에 있다. 아스피린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급격히 저하시키며, 이로 인해 간과 뇌세포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제공하는 전문 의학 정보에 의하면, 라이증후군이 발병할 경우 뇌압이 급상승하며 심한 구토와 의식 저하가 나타나고 결국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 질환의 치사율은 약 30%에 육박하며, 운 좋게 생존하더라도 환자의 상당수가 뇌 손상으로 인한 인지 장애나 마비 등 영구적인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1980년대의 교훈과 현대 의료계의 엄중한 경고
과거 1980년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라이증후군 발생과 아스피린 복용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면서 보건 당국은 14세 미만 소아에 대한 아스피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고로 작용한다.
이에 현재에도 바이러스 변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아스피린 계열 약물은 소아 해열 목적으로는 절대 금기시돼야 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025년 1월 발표한 ‘소아 해열제 복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열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반드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성분의 약물만을 사용할 것을 재차 권고했다.

실제 의료 현장의 우려와 시민들의 인식 변화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자들의 약물 성분 인식 부족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양동 서울패밀리병원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소아과 진료 대기가 길어지면서 부모들이 병원을 찾는 대신 집에 있던 성인용 아스피린을 쪼개어 먹이는 극히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라이증후군은 일단 발병하면 현대 의학으로도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처치 외에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지윤(41세, 서울 강서구) 씨는 “아이 아빠로서 해열제 성분이 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스피린이 이토록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확실히 알게 됐다”며 “앞으로는 가정 상비약의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폐기할 약은 즉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부모가 확인해야 할 의심 증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아스피린 함유 제제의 주의사항에 ’14세 미만 소아의 라이증후군 위험’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 내 보관 중인 ‘오래된 상비약’이나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한 약물들이 보건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과거부터 시행해 온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더욱 강화하여 병·의원뿐 아니라 약국에서의 복약 지도가 소아 환자 가족에게 더욱 정밀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바이러스 질환 회복기에 멈추지 않는 분출성 구토를 하거나, 갑자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헛소리를 하는 등 신경학적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즉시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가장 안전한 해결책은 아스피린을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소아용으로 허가받은 안전한 성분의 해열제만을 사용하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