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유산으로 불과 흙이 빚어낸 제40회 이천도자기축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자 예술의 정점
경기도 이천의 땅이 품은 천년의 숨결이 2026년 봄, 다시 한번 뜨거운 불꽃으로 되살아난다. 1987년 설봉공원에서 소박하게 시작됐던 이천도자기축제가 어느덧 40회라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맞이했다.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과 사기막골 도예촌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도자 문화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거대한 기록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천은 고려시대부터 청자 제작의 중심지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백자의 기품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2010년 7월 20일 대한민국 최초로 ‘UNESCO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이천 도자기는 세계적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40년 전 지역 도예가들이 모여 전통의 맥을 잇고자 했던 작은 움직임은 이제 매년 수십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했다. 이번 40회 축제는 그간 축적된 이천 도자기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망하고, 21세기 현대 도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망하는 학술적·예술적 시도가 곳곳에 배치됐다.

240여 개 공방의 향연 전통 가마와 현대 디자인의 만남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와 전문성의 압도적 확장이다. 이천도자예술마을에 입주한 240여 개의 도예 공방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 및 판매전은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됐다. 이곳에서는 명장들이 빚어낸 전통 청자와 백자는 물론,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현대 도자기와 생활 식기까지 폭넓은 작품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명장 작품 전시’와 ‘현대 작가 공모전’이 동시에 개최되어 도자 예술의 세대 간 대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사기막골 도예촌 일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역시 강화됐다. 수십 년간 가마터를 지켜온 노장들의 명장 워크숍은 숙련된 손끝에서 흙이 생명을 얻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세라믹기술원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특별전은 도자기의 원료인 흙과 유약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도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공개한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도자 제작에 담긴 공학적·예술적 원리를 대중에게 알리는 교육적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빚고 굽는 경험 오감을 자극하는 도자 문화 체험
축제의 핵심인 체험 프로그램은 참여 중심의 몰입형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관람객이 직접 물레를 돌리며 흙의 질감을 느끼는 ‘물레 체험’과 자신만의 도자기 컵을 만드는 과정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40회를 기념하여 기획된 ‘대형 도자기 소원 글쓰기’는 축제 현장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거대한 도자기 기물에 방문객들이 각자의 소망을 적어 넣고 이를 소성하는 과정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된다.
부대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사찰음식 시연과 시식 체험은 도자기라는 ‘그릇’과 그 속에 담기는 ‘음식’의 조화를 탐구한다. 흙에서 온 도자기와 산사에서 자란 식재료가 만나는 이 과정은 한국적인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노천 소성 도자기 만들기 체험은 원시적인 소성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람객들에게 불의 변화무쌍한 에너지를 직접 목격하게 한다. 이 외에도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목공 및 가죽공예 등 다양한 예술 체험이 병행되어 축제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지역 경제와 문화 예술의 상생 미래를 향한 이천의 도약
이천도자기축제는 지역 도예인과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축제 기간 중 진행되는 ‘명품 도자 소성 작품 경매’는 작가들에게는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예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축제 추진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이천 도자기의 브랜드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도자 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은 단순히 축제장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도자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026년 현재 이천은 도자 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며, 이번 40회 축제는 그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의 화창한 날씨 속에서 펼쳐지는 흙과 불의 잔치는 삭막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흙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예술이 주는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