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렸을 때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확산 위협
감기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기침, 콧물, 가래(객담) 등의 증상을 호소할 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감기 합병증인 세균성 부비동염(축농증)이나 폐렴, 중이염 등이 동반되지 않은 단순 감기에는 항생제 처방이 불필요하다. 특히 소아나 노약자의 경우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파괴되어 설사, 복통,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바이러스가 원인인 일반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에 세균 살멸을 목적으로 하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행위는 치료 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의 증식을 초래한다. 대다수의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이는 박테리아(세균)와는 생물학적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방해하거나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여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지만, 세포벽이 없는 바이러스에는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 결국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약물을 억지로 섭취하는 상태다.

감기 환자가 항생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기 치료의 핵심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기침이 심하면 진해거담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죽지 않으며 인체 면역력이 스스로 이를 극복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복용하고 감기가 나았다고 느끼는 것은 항생제의 효과가 아니라, 단순히 바이러스의 수명 주기가 끝나 몸이 스스로 회복된 시점과 약 복용 시기가 우연히 일치한 결과다. 이러한 착각은 환자들이 다음 감기 때도 다시 항생제를 찾게 만드는 잘못된 학습 효과를 낳는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구분은 치료의 시작점이다. 세균은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단세포 생물이며,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만을 가진 채 숙주 세포에 침입해야 생존할 수 있는 존재다. 항생제는 세균의 대사 과정을 차단하지만, 바이러스의 복제 방식에는 관여할 수 없다. 따라서 항생제는 감기약이 아니라는 인식을 명확히 가질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사용은 세균들이 항생제의 공격 방식에 적응하여 유전자를 변형시키게 만들며, 이는 결국 어떤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내성균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항생제 오남용이 어떻게 슈퍼박테리아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까?
항생제 내성은 현대 의학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중 일부가 살아남아 변이를 일으키면, 해당 항생제로는 더 이상 죽지 않는 내성균이 된다. 이러한 내성균들이 서로 유전 정보를 교환하면서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모두 저항력을 갖게 된 상태가 바로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사소한 상처나 수술 후 감염조차 치명적인 패혈증(전신 염증 반응)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신영태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감기 환자가 항생제 처방을 강하게 요구하는 문화는 의료 현장에서 내성균을 배양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항생제는 반드시 필요한 세균성 감염 질환에만 선별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환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과 처방 실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이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다.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으로 과거에 비해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1차 의료기관(동네 의원)에서의 처방 비중은 높은 편이다. 특히 환자가 ‘빨리 낫는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의사가 의학적 소신에 따라 처방을 거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항생제 내성률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특정 강력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결과다. 이는 만약 나중에 정말 위중한 세균 감염에 걸렸을 때, 쓸 수 있는 약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의 발생 보고가 늘어나는 것 역시 항생제 오남용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항생제를 ‘강력한 치료제’가 아닌 ‘아껴 써야 하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가 있다.
내성균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환자가 지켜야 할 복약 원칙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기에 걸렸을 때 무조건 항생제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가 세균 감염이 의심되어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처방된 기간 동안 끝까지 복용해야 체내에 남아 있는 세균을 완전히 사멸시킬 수 있다. 어중간하게 복용을 중단하면 살아남은 세균들이 내성균으로 변이할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또한, 남은 항생제를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여 복용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상태다. 항생제는 종류마다 표적으로 하는 세균이 다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단에 따라 현재 질환에 맞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감염성 질환 자체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호 윤호21병원 병원장(내과전문의)에게 듣는 항생제 내성균 궁금증! 무엇이 궁금하세요?
Q: 감기약에 항생제가 포함되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
A: 처방전이나 약 봉투에 적힌 약품명을 확인한다. 항생제는 주로 ‘세파’, ‘아목시실린’, ‘클라리스로마이신’ 등 성분명이 포함되어 있다. 약사에게 조제 시 항생제가 포함되었는지 직접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Q: 증상이 좋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해도 되나?
A: 절대 안 된다.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해서 세균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복용을 중단하면 살아남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 내성균으로 발전한다. 의사가 지시한 처방 기간과 횟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Q: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평생 약이 안 듣게 되나?
A: 내성은 사람이 아닌 ‘세균’에 생기는 것이다. 내성균에 감염되면 기존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 하지만 몸 안의 내성균이 사라지고 정상 균주가 회복되면 다시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내성균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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