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노른자가 콜레스테롤 주범?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20년간 추적 조사한 계란 노른자와 콜레스테롤의 상관관계 및 혈관 건강 지표
계란 노른자는 오랜 기간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의 주요 공급원으로 지목됐다. 2019.04.01. 미국 농무부(USDA) 영양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계란 한 알(대란 50g 기준)에는 186mg의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과거 세계보건기구와 각국 보건당국이 권고한 하루 섭취 제한량인 300mg의 3분의 2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영양학적 수치로 인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을 앓는 환자들은 노른자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하지만 대규모 역학 조사와 임상 시험을 통해 2019.12.16. 미국심장협회(AHA)가 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한 과학 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식이 콜레스테롤 섭취와 심혈관 질환 발생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의 20년 추적 관찰 연구
계란 섭취와 심혈관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은 대규모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1999.04.21.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후(Hu) 교수팀의 연구(‘A Prospective Study of Egg Consump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in Men and Women’) 결과, 주당 7개 이상의 계란을 섭취한 그룹과 1개 미만을 섭취한 그룹 간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21,327명의 남성 의사와 80,082명의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계란 섭취가 일반적인 건강한 성인에게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식이 콜레스테롤이 혈중 수치에 미치는 생리학적 기전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간에서 스스로 합성하는 양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인체 내 콜레스테롤의 약 80%는 간에서 생성되며, 외부에서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섭취량이 늘어나면 간에서의 합성을 줄이고, 섭취량이 줄어들면 합성을 늘리는 조절 기전을 작동시킨다.
신영태 제주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계란에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레시틴 성분이 포함돼 있어 혈중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범은 식이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9.04.01. 미국 농무부(USDA) 표준 참조 영양 데이터베이스(SR28)에 따르면, 큰 계란 한 알(50g 기준)에 포함된 포화지방은 1.56g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노른자 속 레시틴과 콜린의 혈관 보호 기능
계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 외에도 인체에 유익한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특히 노른자에 풍부한 레시틴은 유화제 역할을 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 배출을 돕는다. 또한 노른자는 뇌 세포막의 구성 성분인 콜린의 주요 공급원이다. 2020.03.04. 학술지 ‘영국 의학 저널(BMJ)’에 게재된 하버드 T.H. 찬 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장-필리프 드루앵-샤르티에(Jean-Philippe Drouin-Chartier) 박사후연구원 팀이 발표한 “계란 섭취와 심혈관 질환 위험: 3개의 대규모 미국 코호트 연구, 체계적 문헌고찰 및 업데이트된 메타 분석(Egg consump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three large prospective US cohort studies, systematic review, and updated meta-analysis)”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한 알 정도의 계란 섭취는 대부분의 인구 집단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과 관련이 없었으며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의 권고안 폐지와 의학적 결론
과학적 근거가 축적됨에 따라 보건당국의 공식 지침도 변경됐다. 2015.02.19.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가 발표한 “2015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 과학 보고서(Scientific Report of the 2015 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에 따르면, 식이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보건후생부(HHS)와 농무부(USDA)는 2016.01.07. 공식 발표한 ‘2015-2020 식생활지침’에서 하루 300mg 미만으로 제한하던 기존의 콜레스테롤 섭취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삭제했다. 이는 계란 노른자가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 차원의 공식 지침 개정으로 반영한 사례다. 다만 당뇨병 환자나 이미 고지혈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과도한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현재 미국심장협회(AHA) 등 주요 의학계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1~2알의 계란 섭취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