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살찌게 하는 진짜 범인 혈당 스파이크와 인슐린 저항성
대한당뇨병학회(KDA)가 2022년 9월 19일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전단계 유병률은 약 44.3%에 달하며, 당뇨병 유병자를 포함할 경우 전체의 절반 이상이 혈당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많은 사람이 비만의 주범으로 지방을 지목하며 식단에서 이를 철저히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살이 찌는 근본적인 원인이 지방 섭취 그 자체보다 ‘이것’, 즉 정제된 당질에 의한 혈당 스파이크와 이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분석한다. 지방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잘못 알려진 영양학적 정보로 인해 오랫동안 오해를 받아왔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기피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망가뜨리는 범인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저지방 식단의 역설과 당질의 배신
과거 수십 년 동안 저지방 식단은 건강한 다이어트의 정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방 함량을 낮춘 가공식품들은 맛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설탕과 액상과당을 첨가했다. 결과적으로 지방 섭취는 줄었으나 당질 섭취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단순히 칼로리나 지방 함량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면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 혈당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체중 감량 실패뿐만 아니라 대사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질은 섭취 시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췌장에서는 인슐린 호르몬을 대량으로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당을 세포로 밀어 넣어 에너지원으로 쓰게 만들지만, 사용하고 남은 당은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저장한다. 현재 많은 다이어터가 경험하는 요요 현상의 핵심 원인도 바로 이 과도한 당질 섭취와 인슐린의 작용에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비만을 부르는 메커니즘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 빠진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혈중 인슐린 농도가 상시 높게 유지된다. 이 상태에서는 우리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태우는 스위치가 꺼지고 오직 저장하는 모드로만 작동하게 된다. 2021.09.13. 국제학술지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교 데이비드 러드윅(David S. Ludwig) 교수팀의 연구(‘The carbohydrate-insulin model: a physiological perspective on the obesity pandemic’) 결과, 인슐린 농도를 낮추는 것이 체중 감량의 핵심이며 고탄수화물 식단이 신진대사를 늦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인슐린 저항성은 단순히 비만에 그치지 않고 당뇨병 고위험군을 형성한다. 현재 복부 비만이 심하거나 식후 극심한 식곤증을 느끼는 경우, 혹은 단 음식을 끊임없이 찾는다면 인슐린 저항성을 의심해야 한다. 지방이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인슐린을 자극하는 식습관이 체내 대사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방 섭취를 통한 신진대사 정상화 방안
역설적으로 적절한 지방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방은 영양소 중 혈당과 인슐린을 거의 자극하지 않는 유일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어 간식 섭취를 줄일 수 있고, 몸이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상태(키토시스)로 전환되는 것을 돕는다. 2017.08.29.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마슈드 데한(Mahshid Dehghan) 박사팀의 PURE(Prospective Urban Rural Epidemiology) 연구 결과, 전 세계 18개국 13만 5천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지방 섭취량이 높은 집단이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은 집단보다 사망률이 낮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특별히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다이어트의 핵심은 ‘지방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질을 줄이고 질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아보카도, 올리브유, 견과류, 등푸른생선 등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은 염증을 줄이고 세포의 대사 기능을 회복시킨다. 지방을 먹어야 살이 빠진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호르몬 균형을 되찾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다.
결국 당신을 살찌우는 진짜 범인은 삼겹살의 비계가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먹은 빵, 떡, 면, 설탕 음료 속에 숨겨진 당질이다. 인슐린이라는 열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해도 체중 감량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하는 식단이야말로 만년 다이어터와 당뇨 고위험군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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