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초가공식품의 습격, 가난할수록 초가공식품 의존도 높아지며 소득 수준에 따른 비만율 격차 뚜렷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식탁 위 풍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간편함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편의점 식품이 끼니의 중심이 되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 양극화 현상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부자들은 멀리하는 초가공식품이 저소득층의 주된 에너지원이 되면서 비만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2024년 12월 26일 질병관리청이 공식 발표한 2023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 하 집단 여성의 비만 유병률은 33.1%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수준 상 집단 여성의 비만 유병률인 21.9%보다 11.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경제적 여건이 건강 상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경제적 양극화가 부른 식탁의 불균형
경제적 여건에 따른 식품 선택권의 제약은 영양 불균형으로 직결된다. 고소득층이 신선 식품과 유기농 식단에 비용을 지불하는 동안, 저소득층은 가성비를 극대화한 편의점 도시락, 라면, 삼각김밥 등 초가공식품으로 향한다. 초가공식품이란 당, 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고 식품 첨가물이 다량 포함된 식품으로, 체내 보상 체계를 자극해 과식을 유발하는 특성이 있다.
이윤호 윤호21병원 병원장(내과 전문의)은 “소득이 낮을수록 신선 식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한 가공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식품들은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필수 영양소는 부족해 비만을 유발하는 영양의 역설 현상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2026년 현재, 신선 채소와 과일 가격은 저소득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면 편의점의 1+1 행사 상품이나 초저가 가공식품은 여전히 5,000원 안팎으로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격 구조가 저소득층을 초가공식품의 굴레에 가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뇌를 깨우는 도파민 전략, 아침 루틴 5분만 바꿔도 연봉이 바뀐다?
초가공식품에 점령당한 서민의 한 끼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은 단순히 칼로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공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파괴되고 정제된 탄수화물과 인공 감미료가 더해지면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이는 비만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2023.05.15.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된 연세대학교(Yonsei University) 의과대학 이혜아 교수 및 숙명여자대학교(Sookmyung Women’s University) 식품영양학과 조성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한국 성인의 초가공식품 섭취 추이: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Trends in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among Korean Adults: Analysis of the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10–2018)”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초가공식품 에너지 섭취 분율은 2010~2012년 23.1%에서 2016~2018년 28.5%로 급증했다. 이 데이터는 분석 기간 이후인 2020년대 들어 1인 가구 증가와 식습관 변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을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2016-2018년 기준 1인 가구의 섭취 분율이 31.9%에 달하는 등 저소득층과 젊은 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초가공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식품 사막(Food Desert) 개념으로 설명한다. 거주지 주변에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마트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편의점 접근성은 높아져 자연스럽게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한 구조적 접근 필요
이에 비만 문제를 개인의 의지력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득에 따른 건강 격차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와 노동 생산성 저하는 결국 사회적 비용의 상승을 초래한다.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성민 정책이사는 ‘소득과 교육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질병이라며 단순한 식단 개선 교육을 넘어 저소득층이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 제도 확대 등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부자들은 안 먹는 식품이 가난한 이들의 생존 수단이 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식품 산업의 책임 강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가공식품에 대한 영양 성분 표시를 더욱 강화하고, 건강한 식품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이 2026년 대한민국 건강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