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를 노리는 트럼프의 셈법, 그린란드 매입설의 배경은 미국의 DNA에 새겨진 영토 쇼핑 본능
미국의 영토 확장은 흔히 서부 개척 시대의 전쟁과 정복의 역사로만 인식되지만, 실제 미국의 지도를 극적으로 바꾼 주요 사건들은 ‘현금 거래’를 통해 이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극의 섬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변덕이나 외교적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건국 DNA에 깊이 새겨진 ‘영토 쇼핑’ 본능의 현재적 발현이다. 2026년 1월 15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6 북극 안보 및 자원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린란드 자치정부와의 직접적인 경제 협력을 위해 올해 예산에 ‘북극 외교 강화 기금’ 12억 달러를 편성하며 19세기부터 이어온 영토 전략의 현대판을 실행 중이다.
역대 미국 지도자들이 재정난에 빠지거나 전략적 필요에 허덕이는 국가들로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땅을 사들인 역대급 거래들을 복기해보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얼마나 뿌리 깊은 전략적 판단인지 이해할 수 있다.

720만 달러의 로또: 알래스카 매입의 통찰
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이 거래를 주도했던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는 미국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수어드의 우행(Seward’s Folly)’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1867년 4월 10일 자 ‘뉴욕 트리뷴(New York Tribune)’은 “정부가 북극곰들만을 위한 거대한 얼음 정원을 사들이는 데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며 수어드 장관을 강력히 규탄하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알래스카를 쓸모없는 얼음 상자나 북극곰들의 서식지로 여겼으며, 광활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땅에 거액을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림 전쟁 패배 후 재정적 압박에 시달렸고, 태평양 건너편의 알래스카를 유지 및 방어할 능력이 없었다. 미국은 이러한 러시아의 급박한 상황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이 거래의 진가는 수십 년 뒤에 드러났다. 알래스카에서 엄청난 양의 금맥이 발견됐고,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가 쏟아지는 자원의 보고로 변모했다. 에이커당 단돈 2센트꼴로 매입했던 이 땅은 미국에 무궁무진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며 국가 연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알래스카 매입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잠재적 가치와 지정학적 중요성을 꿰뚫어 본 미국의 통찰이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미국 영토 쇼핑 본능’은 장기적인 비전을 기반으로 했다.
가성비 끝판왕: 루이지애나 매입이 만든 대륙 초강대국
미국 역사상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거래로 평가받는 것은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이다. 당시 미국은 멕시코만과 미시시피강의 핵심 항구인 뉴올리언스만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영국과의 전쟁 자금이 절실했고,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나폴레옹은 뉴올리언스뿐만 아니라 루이지애나 전체 영토(214만 ㎢)를 통째로 1500만 달러에 미국에 넘기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 단 한 번의 계약으로 미국 영토는 단숨에 두 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미국 중서부의 15개 주에 해당하는 거대 면적을 확보하게 됐다. ㎢당 단돈 7달러에 불과한 이 거래는 미국을 대륙을 아우르는 초강대국으로 성장시키는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루이지애나 매입은 단순히 영토 확장에 그치지 않고, 서부로의 무한한 경제적 기회와 전략적 깊이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미래 패권에 필수적인 조건을 완성했다. 이는 절박한 매도자의 상황을 극대화하여 활용하는 ‘미국 영토 쇼핑 본능’의 전형을 보여줬다.

매도인 덴마크와의 전례: 버진아일랜드 거래의 교훈
현재 그린란드의 소유권을 쥐고 있는 덴마크는 사실 미국과 이미 성공적으로 ‘영토 거래’를 해본 경험이 있는 확실한 매도인이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덴마크는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려 했으나 교역 차질과 카리브해에 위치한 식민지 서인도 제도(Danish West Indies)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부담을 느꼈다.
미국은 당시 완공된 파나마 운하를 방어하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다. 미국은 덴마크에 금으로 2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이 섬들을 사들였으며, 이 땅이 현재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U.S. Virgin Islands)가 됐다. 이 거래는 덴마크가 전략적 부담과 재정적 필요가 일치할 때 영토를 매각할 의향이 있음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접근했을 때, 과거 덴마크와의 성공적인 거래 경험은 ‘미국 영토 쇼핑 본능’에 현실적인 가능성을 더했다.
트럼프의 눈에 들어온 북극의 노른자위, 그린란드
알래스카나 루이지애나처럼 그린란드 매입 제안이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현재 그린란드가 가진 전략적 가치는 19세기 알래스카가 가졌던 잠재적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가 품고 있던 거대한 자원과 지정학적 이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장 주목받는 자원은 희토류다. 그린란드에는 배터리, 반도체, 첨단 무기 제작에 필수적인 미래 산업의 쌀인 희토류가 약 150만 톤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8위권에 해당한다. 실제 2025년 12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전 세계 광물 자원 연례 보고서 2026’에 따르면, 그린란드 남부 크바네필드(Kvanefjeld) 지역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15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스마트폰 15억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가공되지 않은 ‘미래의 쌀’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에서 그린란드의 자원 가치는 막대하다.
또한, 물류 혁명을 가져올 북극항로가 완전히 개방되면 그린란드는 그 핵심 거점이 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은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것보다 거리가 40%나 단축되는 이 북극 지름길을 활용할 수 있다. 2026년 1월 12일 해양수산부가 배포한 ‘북극항로 상용화 대응 전략’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북극항로를 통과한 화물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500만 톤을 기록했으며, 그린란드는 이 항로의 중앙 통제소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다. 지정학적으로도 그린란드는 북극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최전방 기지로서 기능한다. 트럼프의 눈에 그린란드는 단순히 얼음 땅이 아니라, 21세기 패권을 결정할 ‘미래의 노른자위’로 보였을 뿐이다.
그린란드 매입 추진은 변덕스러운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절박한 매도인(재정 부담을 지는 덴마크)의 상황과 지각 변동을 일으킬 전략적 자산(희토류, 북극항로)을 포착해 대륙 패권을 확장해 온 미국의 200년 된 ‘미국 영토 쇼핑 본능’의 지속이다. .2025년 11월 학술지 ‘외교정책(Foreign Policy)’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교 스티븐 월트(Stephen Walt) 교수팀의 연구(‘Territorial Acquisitions in the 21st Century’) 결과, 강대국 간의 자원 민족주의가 심화되면서 ‘영토 거래’는 단순한 부동산 매매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으며, 그린란드는 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제 정세의 틈을 파고드는 영토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만 미국 외교 정책의 밑바탕에 깔린 깊은 전략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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