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규제발 양극화… ‘부동산 시장 옥석 가리기’ 가속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상단 5.6%를 터치했다. 넉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픽스(COFIX)는 1월 15일 기준 2.89%까지 올라 16일부터 대출금리에 반영됐다. 2026년 1월 15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2025년 12월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공고’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한 2.89%를 기록하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뒤엎었다. 5대 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는 이미 4.07%에서 5.63% 수준에 이르러, 변동형 주담대 차주들의 금융 부담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이 11개월 만에 2조 2000억 원 감소하면서 시장의 자금줄이 빠르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2026년 1월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 둔화와 신용대출 상환 확대로 인해 전월 대비 2.2조 원 줄어들며 뚜렷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양상을 보였다. 대출 문턱이 좁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가운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서울 중심의 쏠림 현상과 외곽 지역의 미분양 심화라는 이중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금리와 규제가 빚어낸 이 환경은 단순한 침체를 넘어, 입지에 따라 사업 성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동산 시장 옥석 가리기’ 시대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픽스 상승과 대출 규제가 시장에 던진 충격파
최근 금리 상승세는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하는 주요 동인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차주들은 매달 불어나는 이자 비용에 직면했다. 특히 변동형 주담대를 선택했던 대다수 차주에게 5% 중반대의 금리는 대출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졌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12월 가계대출은 한 달 새 2조 2000억 원 줄었다. 이는 10·15 대책 등 규제지역 내 대출 한도를 낮추고 스트레스 금리를 올린 조치가 은행권의 총량 관리와 결합된 결과다. 2026년 1월 1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로드맵에 따른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차주들의 실질 대출 한도가 15% 이상 축소된 것이 대출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즉, 시장 참여자들이 빌리려는 의지가 꺾였다기보다는, 정부와 금융권이 빌려줄 수 있는 문을 의도적으로 좁힌 것에 가깝다. 이로 인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투자 수요와 실수요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 절벽을 심화시키고 있다.
수도권 분양 시장의 극명한 양극화 현상
자금 조달의 어려움 속에서도 입지가 확실한 곳은 여전히 뜨거운 수요를 자랑한다. 수도권 분양시장은 서울 지역의 ‘완판(완전 판매)’ 행진과 외곽 지역의 미분양 증가라는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물량을 소화하지만, 안성이나 이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신규 사업이 보류 단계에 진입하거나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2026년 1월 12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25년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0건에 수렴하는 반면, 경기도 안성과 이천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급증하며 수도권 내에서도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국토교통부 자료는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금리 부담과 규제 강화로 인해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확실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핵심 입지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어디든 분양만 하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으며, 철저한 입지 분석을 통해 성공 여부를 가려내는 ‘부동산 시장 옥석 가리기’가 분양 시장의 필수 전략이 됐다.

재건축 현장, 상가 대신 아파트 입주권 선호 트렌드
재건축 시장에서도 입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상업 시설에 대한 수요 위축이 관찰된다. 최근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인 대치, 잠실, 목동 등지에서는 ‘상가 없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단지 설계 변경 차원을 넘어, 상업 시설이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되거나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서울 상가 공실률은 9.3%까지 치솟았다. 2025년 10월 2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9.3%를 기록하며 자영업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공실률은 상가 투자 가치 하락과 직결되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상가 지분을 처분하고 그 대신 아파트 입주권을 선택하는 흐름이 확산됐다. 주거 시설의 가치는 견고한 반면, 상업 시설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재건축 현장 또한 주거 시설 중심의 가치 보존에 주력하는 양상으로 전환됐다.
규제 풍선 효과, 서울 오피스텔에 투자 수요 쏠림
아파트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투자 수요를 대체재로 이동시키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 전국 오피스텔 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서울 오피스텔만 유일하게 온도가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작년 4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0.3% 상승했다. 2026년 1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2025년 4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가격이 0.5% 하락하는 와중에도 서울은 도심권 수요에 힘입어 0.3% 상승하며 유일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평균 가격 2억 6000만 원 기준으로 볼 때 수백만 원 오른 셈이다.
이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 그중에서도 수요가 확실한 서울 중심의 오피스텔로 투자 자금이 유입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핵심 입지의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지자, 소액으로도 접근 가능한 서울의 오피스텔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고금리 및 규제 환경이 투자자들이 자산을 방어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마저 변화시키고 있음을 입증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라는 강력한 제동 장치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핵심 입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치 재편이 이루어졌다. 2026년 1월 19일 한국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심교협 교수는 “현재의 시장은 유동성 축소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비대칭적 불황’의 모습”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자산 가치를 보전받기 위해 서울 등 상급지로의 갈아타기를 지속할 것이며, 이로 인한 양극화는 2026년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성 위축이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요자들이 리스크를 피해 확실한 곳으로만 자금을 집중시키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투자가 아닌, 철저한 분석과 선별을 통한 ‘부동산 시장 옥석 가리기’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금융 환경 변화와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결정되겠지만, 당분간은 핵심 지역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