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 하부 식도 괄약근 미이완 질환 실태
음식을 삼킬 때마다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거나, 식사 후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다수는 이를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치부하며 방치하지만,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물조차 삼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면 ‘식도이완불능증(Achalasia)’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식도 근육이 정상적으로 이완되지 않아 음식물이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식도에 정체되는 희귀 질환으로,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칠 경우 식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 질환을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감별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부 식도 괄약근 압력 조절 실패와 아우어바흐 신경총 퇴행의 상관관계
식도이완불능증의 핵심 기전은 하부 식도 괄약근(Lower Esophageal Screening, LES)의 부적절한 압력 유지에 있다. 정상적인 경우 음식을 삼키면 괄약근이 이완되어 음식물을 위로 통과시키지만, 이 질환 환자들은 괄약근이 열리지 않는다. 이는 식도 벽에 위치하여 근육 운동을 조절하는 아우어바흐 신경총(Auerbach’s plexus)의 억제성 뉴런이 소실됐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혈관활성 장펩티드(VIP)와 산화질소(NO)를 분비하는 신경 세포가 파괴되면서 식도는 이완 기능을 상실하고 지속적인 수축 상태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신경계 변화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자가면역 반응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유력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2014.01.31.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에 발표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팀의 연구 [Clinical Characteristics of Achalasia: The First Multicenter Study in Korea]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식도이완불능증 환자들은 평균 4.9년의 증상 지속 기간을 거친 뒤에야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환자가 초기 증상을 단순 위장 장애로 오인하여 내과 치료만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식도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면서 연동 운동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는 ‘시카고 분류 4.0(Chicago Classification version 4.0)’ 상의 1형이나 2형으로 진행되면 치료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위산 역류와 혼동하기 쉬운 식도이완불능증만의 차별적 증상
가장 흔한 증상은 고형물은 물론 액체류까지 삼키기 힘든 연하곤란이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주로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호소한다면, 식도이완불능증 환자는 위장까지 내려가지 못한 음식물이 그대로 입안으로 역류하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때 역류물은 위산과 섞이지 않아 신맛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식도 내 압력이 상승하면서 흉통이 발생하며, 음식 섭취 부족으로 인한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 밤중에 누워 있을 때 음식물이 기도 쪽으로 역류하여 기침을 유발하거나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 민병원 정재화 내과 진료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식도이완불능증은 단순히 음식을 못 삼키는 불편함을 넘어 식도 내 음식물 정체로 인한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이는 식도암 발생 위험을 일반인보다 최대 33배까지 높일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흉통이 지속된다면, 단순 내시경 검사를 넘어 식도의 운동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특수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식도 역류 질환과 감별되는 식도 내압 검사의 진단적 가치
단순 위내시경 검사로는 식도이완불능증을 확진하기 어렵다. 내시경 상으로는 식도 점막에 이상이 없거나 약간의 음식물 정체만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은 고해상도 식도 내압 검사(High-Resolution Manometry, HRM)이다. 코를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하여 식도 전체의 압력 변화를 측정하는 이 검사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음식을 삼킬 때 적절히 이완되는지, 식도 몸통의 연동 운동이 소실됐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또한 바륨 조영술을 통해 식도 하부가 새의 부리처럼 좁아진 ‘Bird’s beak sign’을 확인하는 것도 고전적이면서 효율적인 진단법으로 활용된다.
식도의 확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치료 방침 결정에 필수적이다. 식도가 심하게 비틀어지거나 확장된 ‘S상 식도(Sigmoid esophagus)’ 단계에 이르면 일반적인 치료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증상 점수인 ‘에카르트 점수(Eckardt score)’를 활용하여 연하곤란, 식후 역류, 흉통, 체중 감소 정도를 각 0~3점씩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부 식도 근육층 절개와 풍선 확장술을 활용한 최신 치료법의 성과
치료의 목표는 괄약근의 압력을 낮추어 음식물 통과를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보톡스 주입술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시행되는 방법은 내시경 점막하 근층 절개술인 ‘포엠(POEM, Peroral Endoscopic Myotomy)’ 수술이다. 이는 내시경을 통해 식도 점막에 터널을 만든 뒤 하부 식도 괄약근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피부 절개 없이도 수술과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의 풍선 확장술은 풍선을 부풀려 괄약근을 인위적으로 찢는 방식이나, 포엠 수술은 근육층을 직접 절개하여 재발률이 낮다.
2019.12.05.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게재된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 병원 토마스 뢰슈(Thomas Rösch) 교수팀의 논문 [Peroral Endoscopic Myotomy versus Pneumatic Dilation in Achalasia] 결과, 포엠 수술을 받은 환자의 92%가 2년 후에도 증상 완화 상태를 유지하여 풍선 확장술(76%)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다만 수술 후 괄약근의 힘이 약해지면서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후에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식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최신 기법들은 식도이완불능증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