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위협 여파에 글로벌 의약품 생산 9.1% 급증…2026년 긴축으로 둔화 전망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의약품 수입 관세 위협에 대한 각국의 선제적 대응 활동으로 2025년 전 세계 의약품 생산량이 9.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서비스 기업 아트라디우스(Atradius)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대규모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선기 공급(front-loading)’의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에는 글로벌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생산량 증가율이 1.6%로 급격히 둔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2027년에는 다시 반등하여 3.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제조 및 전략적 비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유럽, 관세 회피 위한 대규모 선기 공급으로 생산 폭증
미국 관세 위협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지역은 유럽이었다. 2025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합산 의약품 생산량은 21.6% 증가하며 글로벌 생산량 급증을 주도했다. 이는 대규모 관세 위협에 대비한 선제적 공급 물량 확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형 의약품 제조 거점인 아일랜드는 2025년 생산량이 41.3%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급증했다. 다만, 이러한 급증세는 지속되지 못하고 2026년에는 영국과 EU 합산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3.7% 감소하고, 아일랜드는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은 관세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EU는 미국과 의약품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15%로 확보했으며, 영국은 혁신 의약품에 대한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순가격을 25% 인상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미국 수입 관세를 완전히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협정들이 유럽 내 관세의 영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목표인 제조업의 미국 이전은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과정이어서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상이한 생산 동향 분석
미국의 의약품 생산량은 2025년 5.2% 증가했으나, 2026년에는 0.9%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2027년에는 2.5% 증가하며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메리카 지역 전체 산출량 역시 2025년 4.2% 증가 후 2026년 1.0%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중국은 유럽 및 미국과 달리 2026년에도 의약품 생산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생산량은 2025년 3.6% 증가한 데 이어, 2026년에는 6.6%, 2027년에는 6.5% 증가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성장세(2026년 6.0%, 2027년 6.3%)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중국은 전 세계 활성 의약품 성분(API)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이러한 의약품 구성 요소들은 현재 미국의 관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노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증가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매출 및 투자도 2025년 동반 급증 후 2026년 둔화
생산량 급증과 더불어 글로벌 의약품 매출과 투자 역시 2025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은 2025년 9.7% 증가했으며, 글로벌 투자(실질 USD 기준)는 5.2% 증가했다. 총 영업 잉여(이익) 역시 10.3% 증가하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26년에는 생산량과 마찬가지로 매출과 투자 모두 둔화될 전망이다. 매출 증가율은 1.6%로, 투자 증가율은 3.7%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2027년에는 매출(3.9%)과 투자(4.9%) 모두 다시 반등하며 시장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치는 관세 위협이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강한 수요를 불러일으켰으나, 장기적인 경제 긴축과 불확실성이 2026년의 성장을 제한할 것임을 시사한다.
관세 영향은 제한적, 공급망 분산 및 정부 역할 증대 전망
아트라디우스는 전반적으로 미국 무역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대규모 다국적 제약사들이 백악관과의 협상을 통해 약가 인하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국가들이 이미 무역 협정을 통해 수입 관세율 상한을 정했으며,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은 무역 협상에서 대부분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의약품 공급망의 분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국 정부는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 비축과 국내 제조를 장려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제약 산업에서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관세 회피 차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의약품 자급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