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보다 무서운 이것, 한국인 갑상선 결절 폭증의 근본 원인과 진단 체계 분석
갑상선 결절은 갑상선 세포의 과도한 증식으로 인해 조직의 일부분이 커져서 혹이 생기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내분비 질환 중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로, 성인의 상당수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증상이다.
결절은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되며, 이 중 악성 결절이 흔히 말하는 갑상선암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손으로 만져지는 크기의 결절만을 진단 대상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주 미세한 크기의 결절까지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

검진 기술의 정밀화가 불러온 통계적 착시 현상
우리나라에서 갑상선 결절 및 암 진단율이 급격히 상승한 배경에는 방사능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정밀 검진의 보편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해상도 초음파 장비의 도입과 건강검진 항목에 갑상선 초음파가 포함되면서, 증상이 없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2mm 미만의 미세 결절이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질병의 발생 빈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찾지 못했던 환자군을 찾아내면서 발생하는 통계적 수치 상승에 가깝다.
실제로 2014.11.06.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발표된 안형식, 김현정 교수팀의 연구 [South Korea’s Thyroid-Cancer “Epidemic” — Screening and Overdiagnosis]에 따르면,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정밀 검진 도입 전과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급증했으나 사망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는 발견된 결절 중 상당수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잠재적 환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대표원장(내분비내과)은 ‘갑상선 결절의 발견 빈도가 높아진 것은 검진 접근성이 뛰어난 한국 의료 시스템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이며, 이를 모두 방사능이나 환경 오염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비만과 생활 습관이 갑상선에 미치는 실질적 위험
검진 기술 외에 주목해야 할 ‘진짜’ 위험 요소는 한국인의 변화된 생활 습관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 인구 증가와 고요오드 식이 문화가 결합하여 갑상선 조직의 변형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대사 증후군을 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 반응이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수치에 영향을 주어 결절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방사능과 같은 외부적 물리 요인보다 매일 반복되는 식습관과 신체 활동량이 갑상선 건강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는 요오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과잉 섭취할 경우 오히려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결절 형성을 자극하는 이중성을 띤다. 질병관리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7.2%에 달하며, 보건복지부의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상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수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03.01.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게재된 국제암연구소(IARC) 살바토레 바카렐라(Salvatore Vaccarella) 박사팀의 논문 [Worldwide trends in thyroid cancer incidence and the impact of overdiagnosis]에서도 한국의 높은 갑상선 질환 유병률이 환경적 요인과 식이 습관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잉 진단 논란 속에서 찾아야 할 합리적인 대안
갑상선 결절의 급증이 반드시 위협적인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를 마주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의료계에서는 결절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즉시 수술이나 조직 검사를 시행하기보다, 결절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관찰하는 ‘능동적 감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갑상선 결절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며, 암으로 판명되더라도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수술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평생의 부작용을 남길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서울 민병원 김성수 내분비내과 원장은 ‘무증상인 상태에서 발견된 1cm 미만의 결절에 대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추적 관찰 주기를 결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한 “결절의 원인을 단순히 외부 방사능 노출로 단정 짓기보다 가족력, 비만도, 호르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밀한 진단 체계가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갑상선 결절 관리의 핵심은 발견 자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를 선별해내는 의료적 판단력에 달려 있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에게 듣는 갑상선 결절 관리 궁금증
Q. 한국인에게 유독 갑상선 결절이 많이 발견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초음파를 포함한 건강검진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다. 과거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미세한 조직 변화까지 현재는 기술적으로 모두 포착해내기 때문에 통계상 결절 발견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요오드 섭취량이 많은 식습관과 급증하는 비만율도 갑상선 자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Q. 결절이 발견되면 무조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가?
결코 그렇지 않다. 초음파상에서 발견되는 결절 중 실제 암(악성)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5~10%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는 양성 결절로, 크기가 급격히 커져 주변 조직을 압박하거나 외관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평생 지니고 살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따라서 발견 즉시 암을 걱정하기보다는 정확한 성상 파악이 우선이다.
Q. 방사능 노출에 대한 공포가 큰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규모 원전 사고 지역이 아닌 이상, 일상적인 환경 방사능이 갑상선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필요한 공포심으로 인한 과잉 진료와 수술이다. 일상에서는 적정한 요오드 섭취를 유지하고 체중 관리를 통해 대사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