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신 집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동하며, 65세 이상 노인·심한 장애인 대상… 맞춤형 ‘원스톱’ 돌봄 서비스 개시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격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법 시행을 통해 노쇠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 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본 사업 시행을 위해 전국 시군구에 전담 조직을 갖추고 5,202명의 전문 인력 배치를 완료했다. 통합돌봄 대상자로 선정되면 전문가가 58개 항목에 걸쳐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을 종합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방문 진료, 가사 지원, 주거 환경 개선 등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연계 제공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91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900여 건의 지역 특화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학계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태수 교수 “공공성 확보가 핵심”
이번 통합돌봄의 본격 시행은 복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시설 수용’에서 ‘지역사회 거주’로 바꾸는 중대한 변화로 평가받는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이태수 교수(꽃동네대,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는 과거 2022년 1월 2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돌봄은 단순한 서비스의 나열이 아니라,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력과 지역 의료 자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2026년 오늘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러한 학계의 장기적 안목과 2023~2025년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요양병원 입원율 4.6%P 감소라는 실증 데이터가 결합돼 탄생한 정책적 결실이다.
의료계 “방문진료 전문성 존중돼야”… 의협 “의료-돌봄 칸막이 해소” 요구
하지만 정책의 한 축인 의료계는 서비스의 질적 담보를 위한 실무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4년 3월 21일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공식 입장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와 ‘돌봄’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특히 재택의료 센터 운영 등 의료 서비스 연계 과정에서 지역 의사회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방문진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돌봄이라는 명목하에 무분별한 비의료인의 의료 유사 행위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정부가 확보한 914억 원의 예산이 현장의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데 최우선으로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목소리는 보건복지부가 향후 수립할 5개년 기본계획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민 체감도 향상 과제… “가족 간병 부담 실질적 감소 기대”
현장의 시민들은 이번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실효성 있는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박상호(65세) 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모를 모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복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각 부처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한 대로 행정복지센터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가 연결된다면 가족들의 간병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 실태조사를 거쳐 2030년까지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로드맵을 수립했다. 부처 관계자는 “지자체 채용 절차에 따라 9월 이후 신규 전임 인력이 배치되면 초기 업무 과부하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며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현장에서 어긋남 없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