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책임보험금 충돌 시 법리 오해 바로잡고, 산재보험 공단 구상권 우선 인정,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금 청구권과 피해 근로자의 책임보험금 직접청구권이 상호 충돌할 경우, 책임보험금 한도 내에서 공제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A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2023다239718)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지난 15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책임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선지급한 금액이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금 청구액에서 공제되는 범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산재보험 공단의 구상권 행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지게차 사고와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 지급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8년 1월 5일, 제1심공동피고 1은 지게차를 운전하던 중 소외 회사 근로자인 피해자를 추돌하고 역과하여 좌측 경, 비골 개방성 골절상 등을 입혔다. 피고인 A보험 주식회사는 지게차 소유자와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사고당 1억 원을 한도로 하는 보상 책임을 졌다.
원고인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요양급여 100,849,240원, 휴업급여 36,421,350원 등을 지급했으며,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환산 시 161,517,507원에 달하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한편, 피고 보험사는 2019년 7월 1일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행사에 따라 피해자에게 94,180,000원을 지급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피고 보험사를 상대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급여액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 책임보험금 전액 공제 판단으로 법리 오해
원심 법원은 원고 근로복지공단과 피해자가 피고의 책임보험금 한도액 1억 원에 대해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보고,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피고로부터 94,180,000원을 지급받은 것은 유효하므로, 이 금액 전부를 피고의 보상한도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구상금 청구의 우선순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를 재차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제3자 또는 그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 보험급여의 실시로 전보되어 소멸될 수 있는 부분으로 한정된다. 중요한 것은 공단의 보험급여 이후 제3자 또는 그 보험자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공단의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면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산재보험 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도 내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이 책임보험금 한도 내에서 우선적으로 전보되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며, “보험사는 위자료와 같이 공단 급여와 중복되지 않는 항목에 대해서만 피해자에게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으며, 구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지급 항목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보완적 관계 없는 부분만 책임보험금에서 공제해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대위 범위와 책임보험금의 공제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핵심 법리는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산업재해보상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 즉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 보험급여의 실시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전보되어 소멸될 수 있는 부분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단의 구상권이 피해자의 치료비, 휴업손해 등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 중 산재보험 급여와 중복되는 부분에 우선적으로 미친다는 의미다.
책임보험과 관련하여 그 한도액이 있는 경우, 즉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이 책임보험금 한도금액 1억 원을 초과하여 한도금액이 책임보험금으로 결정될 때,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공단의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그 부분만 공제되어야 한다. 만약 피고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94,180,000원 전액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항목(예: 치료비, 일실수입)이었다면, 이는 공단의 구상권 범위에 포함되므로 공단에 우선 지급돼야 할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했다면, 피고는 공단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가 지급한 94,180,000원에는 공단의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은 ‘위자료 26,480,000원’이 포함돼 있었다. 위자료는 산재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 항목이 아니므로, 이 부분은 피해자의 고유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남아 공단의 구상권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이 위자료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한 것은 유효한 변제로서, 이 부분만큼은 피고가 공단에 지급해야 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험사의 책임보험금 지급 행태에 경종 울려
원심은 피해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책임보험금을 지급받은 행위를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공단의 구상권이 피해자 대위의 성격을 갖는 만큼, 책임보험금 한도 내에서 공단이 대위하는 채권이 우선적으로 전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책임보험자가 보험금 한도액을 소진할 때 공단과 피해자 중 누구에게 먼저 지급했는지에 따라 공단의 구상권 행사가 좌우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94,180,000원 전부가 유효한 변제로서 보상한도액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사건을 환송했다. 환송심에서는 피고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책임보험금 중 원고의 보험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은 위자료 등 비중복 손해액을 정확히 심리하여, 그 부분만을 공제한 후 남은 책임보험금에 대해 공단의 구상금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부족할 경우, 보험사가 공단의 구상권 범위를 침해하지 않도록 지급 순서와 항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산재 사고에서 제3자의 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근로복지공단 구상금 책임보험금 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책임보험 한도액이 부족할 경우, 보험사가 공단에 대한 구상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선지급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이제 보험사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산정할 때 산재 급여와 중복되는 손해액과 중복되지 않는 위자료 등을 명확히 구분하여 지급해야 하며, 이로 인해 보험사의 지급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정밀한 손해액 산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