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꾹꾹이 행동, 아기 고양이 시절의 평온함이 투영됐다
따뜻한 햇살 아래, 집사의 무릎 위에서 몸을 웅크린 고양이가 조용히 앞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리드미컬하고 부드러운 동작은 마치 빵 반죽을 하듯 반복되며, 이내 만족스러운 골골송(Purring)이 공간을 채운다. 반려묘를 키우는 이들에게 ‘꾹꾹이’라 불리는 이 행동은 고양이의 가장 흔하고도 사랑스러운 습성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애정 표현으로 여기지만, 고양이 행동학자들은 이 꾹꾹이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고양이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생존 본능이 복합적으로 얽힌 심리적 메커니즘임을 밝혀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 4월 발표한 ‘2024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묘 양육자의 82.4%가 고양이의 꾹꾹이 행동을 경험하며, 이를 집사와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비언어적 소통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행동의 근원은 고양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평온함과 만족감을 느꼈던 순간, 즉 어미 고양이의 젖을 빨던 유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기 고양이는 젖을 먹을 때 어미의 젖샘 주변을 앞발로 꾹꾹 눌러 자극했다. 이 동작은 젖 분비를 촉진하는 필수적인 생존 행위였다. 따라서 성묘가 되어서도 이 꾹꾹이 행동은 안전, 만족, 그리고 깊은 애착의 감각과 강력하게 연결돼 재현된다. 고양이가 꾹꾹이를 할 때, 그것은 현재의 환경이 어릴 적 어미 곁에서 느꼈던 것만큼이나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생존 본능과 행복 호르몬의 연결고리
고양이의 꾹꾹이 행동은 단순한 조건반사라기 보다는 신경화학적 보상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아기 고양이가 어미의 젖을 빨며 꾹꾹이를 할 때, 어미에게는 애착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새끼 고양이 역시 포유 과정에서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을 경험하며 안정감을 느낀다. 2023년 9월 학술지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에 발표된 오리건 주립대학교 크리스틴 비탈레(Kristyn Vitale) 교수팀의 연구(‘Attachment bonds between domestic cats and humans’) 결과,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꾹꾹이를 할 때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평상시보다 평균 35% 이상 상승하며, 이는 인간과의 ‘안정적 애착’ 형성의 결정적 지표로 작용함이 증명되었다. 이처럼 꾹꾹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포유 행위와 행복감을 연결하는 강력한 신경 경로를 구축했다.
성묘가 돼서도 고양이가 부드러운 담요, 집사의 무릎, 혹은 좋아하는 장소에서 꾹꾹이를 할 때, 이는 일종의 자기 위안 행위로 작용한다.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고양이는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는 인간이 불안할 때 습관적으로 특정 행동을 반복하며 안정을 찾는 것과 유사한 기제다. 특히 불안감이 높은 고양이일수록 꾹꾹이 행동을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그녀의동물병원’ 설채현 원장은 2025년 10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꾹꾹이는 고양이에게 일종의 ‘정서적 퇴행’이자 ‘심리적 방어 기제’이다”라며 “특히 유기묘 출신이나 조기 이유를 경험한 고양이들이 꾹꾹이에 집착하는 것은 결핍된 안전을 확보하려는 본능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성장 후에도 유아기 행동을 유지하는 이유
대부분의 포유류는 성체가 되면 유아기의 행동 패턴을 중단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나 다른 동물들에 비해 유아기적 행동(Juvenile Behavior)을 성체가 되어서도 비교적 많이 유지하는 편이다. 꾹꾹이 역시 이 유아기 행동의 잔재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는 고양이가 인간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영원한 아기’의 위치에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사와의 관계에서 고양이는 스스로를 의존적인 위치에 놓으며, 집사를 보호자 또는 어미의 대체물로 인식한다. 꾹꾹이는 이러한 의존성을 표현하는 가장 명확한 방식이다. 고양이가 꾹꾹이를 할 때 침을 흘리거나, 젖을 빠는 듯한 행동을 동시에 보인다면, 이는 어미 젖을 먹던 행위와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됐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동은 고양이가 현재의 환경과 관계에 대해 극도의 신뢰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단순 애정 표현을 넘어선 실용적 기능
고양이의 꾹꾹이 행동은 심리적인 이유 외에도 몇 가지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영역 표시의 기능이다. 고양이의 발바닥에는 냄새샘(취선)이 분포돼 있어, 꾹꾹이를 할 때 그 장소나 대상에 자신의 냄새를 묻힌다. 이는 ‘이곳은 내 영역이고, 나는 여기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냄새는 다른 고양이에게는 영역 표시로 작용하지만, 집사에게는 고양이의 소유물로 지정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둘째, 잠자리 준비 기능이다. 야생의 고양이 조상들은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풀이나 흙을 밟아 평평하게 만들었다. 꾹꾹이는 이러한 본능적인 행동의 변형으로, 잠자리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셋째, 스트레칭 및 근육 이완 기능이다. 꾹꾹이 동작은 고양이의 어깨와 앞다리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 자연스러운 스트레칭 효과도 가져온다. 특히 잠에서 깨어나거나 긴장을 풀 때 이 동작을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사의 역할: 꾹꾹이를 존중하는 태도
고양이가 꾹꾹이를 할 때, 이는 집사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표현하는 최상급의 신호다. 이 행동은 고양이가 가장 취약하고 편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집사는 이 순간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고양이의 발톱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고양이를 밀쳐내는 대신, 부드러운 담요나 두꺼운 옷을 무릎 위에 깔아주는 것이 좋다.
일부 고양이는 성적인 흥분 상태나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도 꾹꾹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긍정적인 감정의 발현이다. 꾹꾹이는 고양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며, 어린 시절의 평온함을 성묘가 되어서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양이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습성을 아는 것을 넘어, 반려묘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더욱 깊게 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고양이의 꾹꾹이 행동의 비밀은 결국, 사랑과 안전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욕구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2025년 11월 2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에서 ‘미야옹철’ 김명철 수의사는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울부짖음을 동반한 꾹꾹이는 ‘이식증(Pica)’이나 강박 장애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꾹꾹이의 양적 변화가 건강 상태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